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한테 눈물을 꾹 참고 말했다.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죽을거야.' 정말로 나는 엄마가 죽으면 나도 자동으로 숨이 멈추거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을 해서 길 바닥에 나뒹굴 줄 알았다. 엄마가 죽고 나서 침대에 새우처럼 웅크리고 누워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내 숨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우주는 치우침보다 균형을 원해서 극단적인 절망도, 허무맹랑한 희망도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절망의 유효기간이 끝나 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희망의 메세지들이 속속 날아오기 시작한다고. 그러면서 한 쪽으로 치우쳤던 희망과 절망의 저울도 서서히 수평을 이룬단다. 오묘한 우주의 조화로 말이다. 그렇게 우주의 섭리에 따라 내 인생은 지금도 수평의 어딘가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엄마의 글 어딘가에서 본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나는 지금 매 시간 매 순간 행복하려고 부단히도 노력을 한다. 오늘도 행복을 감지하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집 밖을 나왔다.
어느덧 시험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일년 전에는 올 해 또 떨어지면 어쩌지, 불안하다, 힘들다 뭐 그런 생각들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일년 새 많이 바뀌었다. 떨어진다 해도 붙는다 해도 나는 이 모든 순간이 그저 감사하다. 내가 슬픔의 구덩이에서 울고 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와 아무튼간에 걸어다닌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노력했기에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 했을 때 억울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현재를 담보로 미래의 행복을 기약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영화였는지 모르겠는데 눈 앞에서 테러로 인해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 여자 주인공은 소개팅에 나가서 밥보다 디저트를 먼저 주문했다.
여자: 난 후식부터 먹어.
남자: 깊은 뜻이 있는거야?
여자: 기다렸다 먹기 싫어서. 밥 먹다 죽을 지도 모르니까. 동맥경화가 오거나 별똥별에 맞을 수 있잖아.
한 번 뿐인 내 인생인데 기다렸다 행복할 순 없지. 한때는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지만 이제는 아니다. 엄마가 죽었으니 내가 살아야한다는 것을 안다.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나의 27살을 기대한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