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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Dec 29. 2021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거야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한테 눈물을 꾹 참고 말했다.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죽을거야.' 정말로 나는 엄마가 죽으면 나도 자동으로 숨이 멈추거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을 해서  바닥에 나뒹굴  알았다. 엄마가 죽고 나서 침대에 새우처럼 웅크리고 누워 미친 사람처럼 울면서 소리를 질러댔지만  숨은 멈추지 않았고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우주는 치우침보다 균형을 원해서 극단적인 절망도, 허무맹랑한 희망도 결코 오래 가지 않는다고 한다. 절망의 유효기간이 끝나  무렵이면 어김없이 희망의 메세지들이 속속 날아오기 시작한다고. 그러면서  쪽으로 치우쳤던 희망과 절망의 저울도 서서히 수평을 이룬단다. 오묘한 우주의 조화로 말이다. 그렇게 우주의 섭리에 따라 내 인생은 지금도 수평의 어딘가로 열심히 달리고 있다. 엄마의 글 어딘가에서 본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 나는 지금 매 시간 매 순간 행복하려고 부단히도 노력을 한다. 오늘도 행복을 감지하는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집 밖을 나왔다.

  

  어느덧 시험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일년 전에는 올 해 또 떨어지면 어쩌지, 불안하다, 힘들다 뭐 그런 생각들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일년 새 많이 바뀌었다. 떨어진다 해도 붙는다 해도 나는 이 모든 순간이 그저 감사하다. 내가 슬픔의 구덩이에서 울고 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와 아무튼간에 걸어다닌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노력했기에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고 생각 했을 때 억울한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현재를 담보로 미래의 행복을 기약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떤 영화였는지 모르겠는데 눈 앞에서 테러로 인해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그 여자 주인공은 소개팅에 나가서 밥보다 디저트를 먼저 주문했다.


여자: 난 후식부터 먹어.

남자: 깊은 뜻이 있는거야?

여자: 기다렸다 먹기 싫어서. 밥 먹다 죽을 지도 모르니까. 동맥경화가 오거나 별똥별에 맞을 수 있잖아.


  한 번 뿐인 내 인생인데 기다렸다 행복할 순 없지. 한때는 엄마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지만 이제는 아니다. 엄마가 죽었으니 내가 살아야한다는 것을 안다.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해서 나의 27살을 기대한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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