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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Feb 02. 2022

전남자친구 이야기: 나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싫은가?

미움의 에너지 그만

  앞서 이야기 한 전 남자친구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제법 피곤한 일이다. 미움의 에너지는 그렇다. 자극하면 자극  수록 마음 속에서 사그러들지 않고 자꾸만 커진다.  사람에 대해 실컷 욕을 한다고 해서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욕을 하면  수록 미움의 에너지는 커지고, 급기야 피를 타고  곳곳으로 퍼져   전체가 부정적 기운으로 뒤덮인다. 나는 밝고 맑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은데 미움의 에너지는 나를 그것에서  멀게하는  같았다. 어느 , 나를 위해서라도 미움을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달전에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한참동안  사람을 싫어했다. 물론 지금도 좋지는 않지만   만큼 싫어서 미칠  같은 정도는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다가도  사람과의 안좋은 추억이 생각나 화딱지가 울컥울컥 치밀었고  때마다 친구들에게  사람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욕을 했다. 한참 욕을 하다보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찜찜했다. 아니 이렇게나 싫은 사람을 나는 도대체  만났다는 말인가? 그러다 이런 질문에까지 도달했다.


도대체 나는  이다지도  사람을 싫어하는 것인가?


  이유를 찾아 보기로 했다. 물론 싫어    이유가 충분히 있는 만남이긴 했다. 독서실에서 공부 하다가  시간 연락이 안되면 무턱대고 다른 남자를 만났냐고 의심을 하기도 했고, 퍽 하면 헤어지자고 했다가 이내 다시 연락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은 헤어지는 순간 모두 끝이고 다시는 일어날  없는 일이기 때문에   동안 미움의 에너지를 키울 이유가 없다. 근본적으로 내가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야  미움의 굴레가 끝날  같았다.


   사람과 만나게  시점부터 곱씹어 보았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진전시켰나?  사람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을 친구가 없어서, 혼자 있으면 외로울  같아서, 공부하는 나에게 환기가   같아서.. 뭐 그런 이유로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런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사람이 아닌데,  가치에 반하는 결정으로 시작된 관계였다. 이미 여기서부터 잘 못 된거였겠지.


   사람과의 대화는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묘하게 우리 집을 아래로 보는  같은 분위기가 깔려있었다. 우리 집이 이혼 가정인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혼 가정에 대해 '나는 이해가 안된다, 부모로서 책임감이 없다' 식으로  했고 나는 그럴  마다 묘하게 기분이 나빴지만 '에이,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거야.' 하고 넘겼다. 나는 그냥 가볍게 밥 친구, 커피 친구로 만나는 것인데 굳이 깊은 대화를 시도 할 필요가 없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생각 했지만 그 모든 불편한 대화들은 내 마음 속에 다 쌓이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솔직했어야 했던 것이다.


  나의 환경을 어딘가 모르게 감추고 싶어하고, 뭍으로 꺼내 화두로 삼고 싶어하지 않았던 행동은 나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이혼한 부모는 책임감이 없다는 말을 들으며 그저 가만히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나와 살아보기 위해 이혼이라는 결정을 한 엄마의 인생을 부정하는 행동이었다.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침묵을 지키는 동안 나의 무의식은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나의 정체성을 무시하고 내가 그렇게나 사랑하는 엄마의 삶을 외면하는 그 시간들이 계속 쌓여가고 있었던 것이다.


  찾았다! 나를 괴롭게 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 자신과,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에 대해 당당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잠시 가면을 쓰고 나타난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혹시 주변에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아보자. 미움의 에너지란, 결국은 나에게서 생성되고 증폭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근원지가 나일 수도 있는 것이다. 숨어있던 그 근원을 찾는다면 미움의 에너지는 사라진다.


  상대가 날 평가하진 않을까, 상대가 이것을 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나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행위였다. 누군가 이렇다 저렇다 나에 대해 평가 하든 나를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다. 누군가 나의 환경을 흠이라 생각하든지 말든지 내가 나의 환경을 흠이라 생각하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고 스스로 자유를 얻는 법이다.


  용기를 내는 만큼 자유를 얻는다 했다. 나의 환경과 나라는 사람의 모든 것을 뭍으로 꺼내 남들이 보는것에 두려움을 가지지 말자.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꺼내 놓을 수록 나는 더 자유로워진다.


  미움의 씨앗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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