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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Feb 09. 2022

내가 사랑했던 친구 이야기

내가 정말 사랑했던 친구가 있다. 왜 과거형인고 하니 절교당했다.


나와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한 캠프에서 만났고 해마다 캠프에 참여하며 몇 년간 우정을 쌓다가 중학교 때 자연스레 멀어졌다.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온라인으로 연락이 닿아 연락만 주고 받다가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그 때 그 친구는 일본에 교환학생을 가 있었고 나는 그 친구를 만나러 일본으로 건너갔다. 거의 10년만에 만났지만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고 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술을 안마셨는데도 술에 취한 것 같았고 맨정신인데도 알딸딸했다. 친구와 나는 거의 매 순간 동시에 말했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지?', '어떻게 이렇게 행복하지?' 정말이지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그 때를 시작으로 나는 거의 사랑에 빠진 것 같이 그 친구에게 빠져들었다. 우리는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워 밤을 새워 이야기를 했고 거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를 잊고 관광도 뒷전이었다. 며칠을 밤을 샜더니 체력이 달려서 셋째날에는 온천도 못가고 그냥 누워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그 친구의 어떤 면이 그렇게나 매력이 있었는지 설명하라면 앉은 자리에서 내일이 될 때 까지 장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막상 입으로 뱉으려고 하면 머리가 하얘진다. 처음 본 누군가에게 그렇게 홀린 듯 빠져버린 것도 처음이었고 그것이 동성이었던 적은 더더욱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요즘도 종종 생각 해 보곤 한다. 사랑과 우정의 경계는 무엇일까? 동성이었기에 우정이고 이성이었기에 사랑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가?


그러기를  , 친구는 종종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했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연락을 피했다. 내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남겨도 답이 없었다. 내가 10 연락 하면  번정도  연락을 받을까 말까 하다가 어느 순간 부터는 나도 연락을 하지 않았고 우리 사이는 그냥 그렇게 됐다. 처음에는   연락을 피하지? 나를 싫어하는건가? 그럼 말로 풀고 같이 해결  나가면 되는  아닌가? 온갖 생각을 하다가 얼마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친구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거니 이해를 하게 됐다.


며칠 전 고등학교 동창이랑 이야기를 하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칭찬을 많이 해?'

'헉, 놀리는 것 같아? 나는 진짜 그렇게 보여서 그런건데!'

'아니아니, 그래서 너랑 이야기 하면 기분 좋아'


   친구가 그랬었다. 내가 몰랐던 나의 어떤 모습을  찝어서 칭찬했다. 눈에 당장 보이는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사람에 대해 요리조리 살펴보고 뜯어보았을    있는 칭찬들이었다.  친구와 있을  나는  특별한 사람이   같았고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봐주는 친구 덕에 계속 행복해졌다.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싶었다. 그래서  아이를 만난 이후로는 사람들을 대할  항상 장점을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선택을 무한히 긍정하는 대화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친구는 떠나갔지만 내게  선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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