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아침에 엄마를 잃고 한참 동안은 이런 생각에 잠겨 지냈다.
난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엄마를 하늘로 보낸지 두달만에 소송에 휘말려 서초에 있는 법조단지를 두 발로 휘젓고 다녔다. 그 땐 더 힘들었다. 세상에 버림받은 기분. 내가 있는 곳은 폭풍 한가운데 같았다. 한 친구가 나를 위로하며 이런 말을 했다.
'너한텐 왜 자꾸 이런 일만 생기냐..'
아무 뜻이 없이 그냥 무심코 나온 말 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어지간히 상처긴 상처였나보다. 그냥 그 말이 내게 꽂혔다. 나는 정말 안되는걸까?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뭐 그런 우울감이 한동안 들었었다.
어느 날 다른 친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와, 너 진짜 운 좋네. 세상이 다 니 위주로 돌아가는구나!!'
별 일 아니었다. 기껏해야 알바천국에서 좋은 조건의 알바를 찾은 것 같은 그런 일. 맨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어딘가 우스웠다. 이거가지고 무슨 운이 좋다고 말 할 것 까지야, 하고 말이다.
친구는 이후로도 아주 꾸준히, 지속적으로 아주 사소한 일에도 수시로 나에게 '너는 참 운이 좋다'고 말 했다. 소송 때문에 법정에 들락거려도, 최종면접에서 떨어져도, 남자친구한테 냅다 차여도 언제나 당차게 말했다.
'와! 너 진짜 운 좋다!'
진짜 운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 했든, 나 기분 좋으라고 그렇게 말 했든 어쨌거나 듣는 사람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자꾸 듣다보니 진짜로 내 운이 좋아지는것만 같았다. 마음 속에서 '운'이라는 것이 퐁퐁 솟아나는 기분이랄까?
오늘 3년간 공부했던 임용고시에 최종 합격했다. 친구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친구야, 나 합격했다'
'와, 진짜 세상이 다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네. 너 음악 선생님도 뚝딱 해내는구나!'
어쩌면 나는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운이 좋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