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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Mar 09. 2022

니가 울면 나도 울어

눈물에 대하여

  2017년 여름 엄마와 함께 유럽에 갔었다. CC로 1년을 조금 넘게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떠난터라 여행 내내 엄마하고 그 사람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파리로 넘어가던 기차 안에서 또 그 사람 이야기를 하다가 왈칵 눈물이 나서 우는데 갑자기 엄마 눈이 빨개지고 코가 맹맹해졌다. 갑자기 웃음이 나서 "아니 엄마가 왜 울어?"하고 물었더니 "니가 울면 나도 울어~"라는거다. 그 상황이 웃겨서 기차 안에서 몇 시간을 울다가 웃다가 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마음 놓고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상대가 엄마였다는 것에, 22살짜리 딸이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울면 엄마도 따라 우는 그런 모녀사이였다는 것에 감사하다.   


  지난달에 부산에 갔었다. 내 글에도 몇 번 등장하곤 했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부산에 산다. 생크림이 가득 얹힌 와플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첫 월급 받으면 뭐가 제일 하고싶냐고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아빠 건강검진 제일 먼저 해주고싶다고 말하려는데 "아빠.."까지 밖에 말을 안했는데도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다. 갑자기 아빠 머리가 반이 넘게 흰머리가 된 게 생각이 나고 건강검진 한 번을 안해보고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 엄마가 생각이 나고 아빠가 허리가 아프다고 한게 생각이 나고 '아빠'라는 말을 한 그 짧은 순간에 그런것들이 머리에 스치면서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어우~ 잠깐만 나 눈물나네~' 하면서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는데 친구도 '아우, 나 니가 울면 나도 우는데' 하면서 갑자기 눈이 빨개졌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와플을 다 먹었다. 우리가 나이가 들긴 드나봐, 가족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나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나이가 들면서 정말 별 것 아닌 것에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집에 갔는데 따뜻한 밥이 있을 때, 아빠 차를 타고 이사를 하는 길에 하늘이 너무 맑을 때, 이사한 집에 덩그러니 누워 첫 출근을 기다릴 때, 심지어 아까는 한강에 앉아서 커피랑 베이글을 먹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한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보는데 갑자기 나 까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이라는 것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모든 울타리를 허물고 나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도 상관이 없는 그런 사람 앞에서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나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는 애초에 피한다. 예를들어 엄마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들. 엄마가 죽고 나서 한동안 우울과 눈물 독에 빠져 살았지만 나의 눈물을 본 상대는 그 친구 하나 뿐이다.

  나는 내가 온전히 안다고 생각되지 않는 누군가의 눈물을 보는 것도 불편하다. 그니까  마디로 나도  앞에서  안울고 남도  앞에서  울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눈물을 흘리기 직전에 어딘가 어색해지는 분위기. 내가 무언가    것만 같고 예고없이 상대의 무방비 상태와 민낯을  버린  같은 그런 느낌.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모든 울타리를 허물고 만날 상대가 줄어드니 누군가의 눈물을  일도  누군가에게 나의 눈물을 보일 일도 줄어드는  같다. 그러니 앞으로 나의 삶의 나날  어느 누군가와 눈물을 공유하는 일은  줄어들테지.


  어쨌거나 나의 인생에서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을 언제든지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나이와 함께 늘어가는 눈물을 보며 나이들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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