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대하여
2017년 여름 엄마와 함께 유럽에 갔었다. CC로 1년을 조금 넘게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떠난터라 여행 내내 엄마하고 그 사람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암스테르담에서 파리로 넘어가던 기차 안에서 또 그 사람 이야기를 하다가 왈칵 눈물이 나서 우는데 갑자기 엄마 눈이 빨개지고 코가 맹맹해졌다. 갑자기 웃음이 나서 "아니 엄마가 왜 울어?"하고 물었더니 "니가 울면 나도 울어~"라는거다. 그 상황이 웃겨서 기차 안에서 몇 시간을 울다가 웃다가 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마음 놓고 눈물을 보일 수 있는 상대가 엄마였다는 것에, 22살짜리 딸이 남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울면 엄마도 따라 우는 그런 모녀사이였다는 것에 감사하다.
지난달에 부산에 갔었다. 내 글에도 몇 번 등장하곤 했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부산에 산다. 생크림이 가득 얹힌 와플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첫 월급 받으면 뭐가 제일 하고싶냐고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아빠 건강검진 제일 먼저 해주고싶다고 말하려는데 "아빠.."까지 밖에 말을 안했는데도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다. 갑자기 아빠 머리가 반이 넘게 흰머리가 된 게 생각이 나고 건강검진 한 번을 안해보고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린 엄마가 생각이 나고 아빠가 허리가 아프다고 한게 생각이 나고 '아빠'라는 말을 한 그 짧은 순간에 그런것들이 머리에 스치면서 갑자기 눈물이 고였다. '어우~ 잠깐만 나 눈물나네~' 하면서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는데 친구도 '아우, 나 니가 울면 나도 우는데' 하면서 갑자기 눈이 빨개졌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와플을 다 먹었다. 우리가 나이가 들긴 드나봐, 가족 이야기만 하면 눈물이 나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하던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때때로 나이가 들면서 정말 별 것 아닌 것에도 눈물이 날 때가 있다. 집에 갔는데 따뜻한 밥이 있을 때, 아빠 차를 타고 이사를 하는 길에 하늘이 너무 맑을 때, 이사한 집에 덩그러니 누워 첫 출근을 기다릴 때, 심지어 아까는 한강에 앉아서 커피랑 베이글을 먹는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한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보는데 갑자기 나 까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이라는 것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모든 울타리를 허물고 나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도 상관이 없는 그런 사람 앞에서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나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눈물이 날 것 같은 이야기는 애초에 피한다. 예를들어 엄마 이야기라든가 그런 것들. 엄마가 죽고 나서 한동안 우울과 눈물 독에 빠져 살았지만 나의 눈물을 본 상대는 그 친구 하나 뿐이다.
나는 내가 온전히 안다고 생각되지 않는 누군가의 눈물을 보는 것도 불편하다. 그니까 한 마디로 나도 남 앞에서 잘 안울고 남도 내 앞에서 안 울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눈물을 흘리기 직전에 어딘가 어색해지는 분위기. 내가 무언가 잘 못 한 것만 같고 예고없이 상대의 무방비 상태와 민낯을 봐 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 나이를 먹을수록 나의 모든 울타리를 허물고 만날 상대가 줄어드니 누군가의 눈물을 볼 일도 또 누군가에게 나의 눈물을 보일 일도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 나의 삶의 나날 중 어느 누군가와 눈물을 공유하는 일은 더 줄어들테지.
어쨌거나 나의 인생에서 눈물을 터뜨리는 모습을 언제든지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나이와 함께 늘어가는 눈물을 보며 나이들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