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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06. 2022

나의 몽골 여행: 언제나 진심을 듬뿍 담아

뒤 돌아보는 법

몽골을 떠나온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몽골이 그립다. 그 시간들이 모두 약간 꿈같다. 분명히 한국에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유튜브 보며 누워있던 내가 비행기를 타고 3시간을 날아 간 것 뿐인데, 마치 몽골에서의 나는 사실 내가 아니었던 것 같이 그 모든 시간이 꿈같다.


  몽골 여행은 나를 포함해 총 6명이서 함께 움직였다. 초원과 사막이 대부분인 몽골 지형 특성상 여행사를 끼지 않고 하는 자유여행이 거의 불가능해서 동행을 구해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내가 들어간 동행은 동갑내기 친구끼리 여행을 가는 29세 여자2명, 27살 오빠와 25살 여동생인 남매 1쌍, 28살 혼자 여행을 온 남자, 그리고 27살 혼자 여행하는 여자인 나로 이루어진 동행이었다.


  여행 내내도 그랬고, 여행을 끝내고 돌아 온 지금도 몽골은 내게 현실이 아니었던 것만 같다. 여행지 때문에도 그렇지만 함께 간 사람들 덕에 정말 행복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8박 9일동안 지내다 보면 부딪히거나 기분이 상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었을텐데 동행 사람들은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주었다.


  나는 생리통이 심한 편이다. 생리 전 증후군도 심해서 생리하기 2~3일 전부터 잠이 쏟아지고 아랫배가 무겁다. 여행 3일째인가,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게르 침대에 누웠는데 몸이 심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몽골에 왔으니 밤에 별을 봐야하는데 별이고 뭐고 다 모르겠고 그냥 자고싶었다. 저녁에 산책을 가자는 제안도 거절하고 8시 반부터 잠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오후, 예정보다 3일 일찍 생리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다음주에 바로 연달아 싱가포르에 가야하니 굳이 생리 주기를 미루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불편함을 각오 한 일이었지만 제대로 된 화장실도, 물도 없는 몽골에서 생리하기는 참 어려웠다.


  자그마한 세면대가 딸린 게르도 있다고 듣긴 했지만 내가 머무른 게르는 전부 화장실, 샤워실과 최소 50미터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대부분 화장실은 수압이 좋지 않고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샤워실은 따뜻한 물이 나오는 시간이 저녁의 2시간 혹은 3시간으로 정해져있어서  시간이 아니면 찬물에 씻어야 했다. 특히  사이 3~5도를 웃돌게 기온이  떨어지는 아침에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로 씻어야 했다. 물은  얼마나 안나오는지 샤워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힘없이 6~7줄기 정도 나오면 많이 나오는거다.  샤워기 수압으로는  머리카락을  적시는  조차 어려웠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힘들고 단점만 가득했던  같지만  모든 순간이 마냥 재미있었다.

  여행의 완성은 미화라고 했던가,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물이 졸졸 나오는 게르가 약간 그리워졌달까? 언니, 동생들과 모래 바람이 잔뜩 몰아치는 사막에 갔다   샤워실에 들어가서 '언니 여기는 물이 4줄기 나와!!' '여기는 그래도 10줄기는 나오는데, 여기 와서 씻을래?' 했던 대화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기기만 하다.

이렇게 게르가 줄지어 있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게르를 찍은 사진.. 거리감이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생리 중에 샤워를 못하는 것은 꽤나 찝찝했다. 몸이 아픈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3일째부턴가 급격하게 물리기 시작한 양고기를 억지로  ,   먹고  끼니 진통제를 챙겨먹으며 여행을 하던   언니가 '률아, 몸은  어때?' 라고 물어봐 주었을  나는  그렇게 감동했을까. 나의  상태가 어떤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태어나서  말을  두번 들어본 것도 아닌데, 그래서    아니라고 넘겨버릴  있는 말이었는데.  순간 사람은 사람을 진심으로 챙기고 걱정하는 존재구나 하는 철학적인 생각까지 들었다.


  돌맹이가 가득하고 길도 없는 초원을 걸어가고 있을  약간 뒤쳐지는 내가  오고 있는지를  돌아 확인하는 언니의 모습에 나는 마음이 뭉클했다.  돌아봐주는  모습이 얼마나 고맙고 따뜻하던지..


  모래 사막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기 위해 언덕을 올라가는데, 모래 바람이 너무 강해서 눈도 뜨기 힘든 정도였다. 그러던 중 내가 썰매를 놓쳐버렸다. 그 떄 한 친구가 자기 썰매를 나에게 주고 가파른 언덕에 걸린 썰매를 가지러 내려가서 내 썰매를 주워왔다. 눈도 뜨기 힘들었지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저 높은 모래사막을 바람을 뚫고 올라가서 썰매를 타고 내려왔다.. 하지만 난 동생 한 명과 함께 중도 하차했다..^^

  이외에도 우리는 항상 서로를 신경썼다. 자그마해서 문턱에 자꾸만 박치기를 하는 푸르공(몽골에서 타는  이름)문을  끝까지 열어준다든가, 밤에 전기가 안들어와 어두컴컴할  내가 가는 길을 따라 손전등을 비춰준다든가, 덜컹거리는 푸르공 안에서 멀미를 하지는 않는지, 음식은 입에 맞는지  서로를 챙겼다. 어느 날부터 나도 아침이 되면 그들이  잤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잠을 설치진 않았는지, 개운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지 알고싶었다. 불편한 곳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배려하고싶었다. 내가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기뻤다.


  몽골 여행은 나에게 뒤 돌아보는 법을 배우게 했다. 누군가를 챙기는 모습은 아름답구나, 생각을 했다. 나는 언제나 진심으로 타인의 안녕을 걱정하고 그들이 어젯 밤 편안하게 잠들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고 싶다.


가벼운 인삿말에도 진심을 듬뿍 담아, 나의 친구들에게.

잘 지내?

게르 앞에서..
푸르공 위에서.. 행복했던 나의 몽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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