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유리 Aug 06. 2022

나의 몽골 여행: 낙타냄새

  한국에서는 이 말을 쓸 일이 없다. 낙타냄새. 나도 몽골에 오기 전까지는 그 말을 쓸 일이 없었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그런거 아닐까 ? 생각지도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것들의 연속.


  7월 26일, 몽골에서의 넷째날. 모래사막인 홍고린엘스가 있는 게르에 도착해 짐을 풀고 양고기가 들어간 볶음밥을 먹고 조금 쉰 뒤 낙타 체험을 했다. 낙타를 타고 나면 바지에서 낙타 냄새가 웬만해서는 빠지지 않으니 버려도 좋을 옷을 입고, 장갑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는 후기를 보았지만 나는 아끼는 바지를 입었고 맨손으로 낙타를 탔다.


  후기는 진짜였다. 낙타 근처에만 갔는데도 바람을 타고 쿰쿰한 냄새가 전해졌다. 낙타에 올라타서도 계속 올라오는 냄새에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고개를 연신 돌려댔다. 우리는 줄 지어 낙타를 탔는데, 앞에 있는 낙타와 뒤에 있는 낙타가 앞 뒤에 올라탄 사람의 다리에 입과 코를 비벼대는 탓에 옷이 축축해졌다. 우리는 낙타를 타고 와서 모두 옷을 갈아입었다. 이후 일정이 모래사막에서 뒹구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함에 그 옷을 입고는 도저히 모래밭에도 못 구르겠다고 말하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물과 전기가 부족한 나라라 게르에 있는 침구류에서는 모래와 머리카락, 벌레가 심심치 않게 발견이 되었는데 한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게르 침대도 더러운 거 아는데 도저히 이 옷으로는 게르 침대에도 못 눕겠어.'

내 다리에 코를 비비기 직전인 낙타

  다음날이 되어 불타는 절벽이라는 바얀작으로 이동하기 위해 캐리어를 정리하는데 캐리어에서 낙타 냄새가 났다. '아.. 내 캐리어에서 낙타냄새 나.'라고 했더니 언니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수긍했다. '아 나도 어디서 자꾸 냄새 나나 했더니 낙타냄새였어. 나만 그런가 해서 말 안하고 있었는데 너도 나는구나!!' 우리는 웃으면서 낙타 냄새가 나는 캐리어를 정리했다.


  하루가 더 지나서 화강암 절벽인 바가즈른촐로가 있는 게르로 이동했다. 게르마다 시설이 조금씩 달라서 새로운 곳은 어떨까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게르 문을 열었다. 아... 이게 무슨 냄새지? ...낙타냄새였다. 아니 왜 사람이 자는 게르에 낙타냄새가 나는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튼 그건 낙타냄새였다. 우리는 함께 이건 분명 낙타냄새라고 결론을 지었다. 행거도 있고 침대도 넓고 시설이 괜찮았지만 우리는 그 게르를 가장 열악한 게르로 꼽았다. 함께 잠에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낙타냄새 때문이었다. 우리는 게르를 나갈 때 마다 서로에게 물었다.

'어디가?'

'나 화장실.'

'이 게르는 웬만하면 나갔다 들어오면 안돼. 안에 있으면 후각이 무뎌져서 냄새가 안나는데 나갔다 들어오면 낙타냄새가 다시 나거든.'


  다음 날, 테를지로 떠나기 위해 캐리어를 정리하던 중 한 언니가 수건 냄새를 맡아보더니 경악을 했다. '으!! 낙타냄새 너무 심한데?' 하더니 수건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시 생각해도 웃기다. 나는 그 낙타냄새라는 단어가 왜 그리 웃긴지 모르겠다. 낙타라는 단어도, 냄새라는 단어도 일상속에서 늘 쓰던 말인데 그 두 단어를 붙여 놓으니 왜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웃긴지.

게르 내부. 저기 걸린 자주색 수건이 낙타냄새가 나서 버려진 수건이다

  우리는 여행 내내 어디선가 실려오는 낙타냄새에 괴로워하며 함께 웃었다. 다른 여행과는 많이 달랐던 몽골 여행. 조금은 힘들고 고생을 했지만 벌써 그립다. 여행은 그런 것 아닐까 ? 낙타와 냄새라는 두 단어로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고 있는 즐거운 것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나는 더 모험하고싶다.

평온한 낙타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몽골 여행: 언제나 진심을 듬뿍 담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