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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06. 2022

아끼지마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20년 전 일이라니,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내가 아직도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함께 놀랐을 것 같다. 엄마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길거리에서 아이들 옷을 팔고 있었다. 거기서 리본이 달린 카키색 원피스를 봤는데, 그 옷이 너무 갖고싶어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다. 왜인지 이유는 생각이 안나지만 어쨌거나 엄마가 딱 잘라 안된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그 옷이 욕심이 났는지 울면서 떼를 썼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나의 생떼를 못 이기고 엄마는 그 원피스를 사주었다.


  또 한번 그 비슷한 일이 있었나, 엄마는 그 옷을 사주는 대신 비슷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엄마가 만들어 준 옷은 빨간색 벨벳으로 된 재질이었고 상의와 하의가 세트인 그런 옷이었다.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그 옷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카키색 원피스와 빨간색 투피스를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다. 너무 아낀 바람에, 그저 옷걸이에 걸어두고 바라 보기만 해도 너무 행복했던 바람에 그 사이에 내 몸이 커버린 것이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오랜만에 결심을 하고 아끼고 아끼던 그 옷을 입어보던 날, 빨간색 상의가 작아서 몸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쩌면 사는것도 그런거 아닐까. 내게 남은 유한한 시간을 아끼다가 끝내버릴  없다. 서랍을 열어보는 것만으로 행복해하기엔 조금 억울하다. 옷은 입으면 낡는다지만 인생은 낡지도 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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