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20년 전 일이라니,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내가 아직도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함께 놀랐을 것 같다. 엄마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데 길거리에서 아이들 옷을 팔고 있었다. 거기서 리본이 달린 카키색 원피스를 봤는데, 그 옷이 너무 갖고싶어서 엄마한테 사달라고 했다. 왜인지 이유는 생각이 안나지만 어쨌거나 엄마가 딱 잘라 안된다고 했는데 뭐가 그렇게 그 옷이 욕심이 났는지 울면서 떼를 썼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울고 불고 난리를 치는 나의 생떼를 못 이기고 엄마는 그 원피스를 사주었다.
또 한번 그 비슷한 일이 있었나, 엄마는 그 옷을 사주는 대신 비슷하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엄마가 만들어 준 옷은 빨간색 벨벳으로 된 재질이었고 상의와 하의가 세트인 그런 옷이었다.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그 옷이 들어있는 서랍을 열어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카키색 원피스와 빨간색 투피스를 몇 번 입어보지도 못했다. 너무 아낀 바람에, 그저 옷걸이에 걸어두고 바라 보기만 해도 너무 행복했던 바람에 그 사이에 내 몸이 커버린 것이다. 아직도 생각이 난다. 오랜만에 결심을 하고 아끼고 아끼던 그 옷을 입어보던 날, 빨간색 상의가 작아서 몸에 들어가지 않았다.
어쩌면 사는것도 그런거 아닐까. 내게 남은 유한한 시간을 아끼다가 끝내버릴 순 없다. 서랍을 열어보는 것만으로 행복해하기엔 조금 억울하다. 옷은 입으면 낡는다지만 인생은 낡지도 않지.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