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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06. 2022

우리는 언제나 솔직하고 싶다

나의 싱가포르 여행

  싱가포르에서 동료 선생님을 만났다. 같이 온건 아니고 각자 혼자 여행을  것인데 여름방학 근무상황을 조사하면서 나와 같은 기간에, 같은 나라로 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일정이 맞으면 만나자고 간편한 약속만 했던 상태.  선생님은 일주일 가까이 이미 싱가포르에 머물렀고, 내가 나중에 도착하는 일정이었기에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조금  뒤에 연락을 했다.  선생님께 일주일정도  곳에 지내셨으니  아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 저녁 6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강을 따라 지나가는 보트가 보이는 곳에서 저녁과 맥주를 마시고 서서히 지는 해와 야경을 봤다. 그 때 나는 왜 자꾸만 솔직해지고 싶었을까?


  우리는 언제나 본능적으로 솔직해지고싶어 한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털어놓고싶고 언제나  가벼워지고싶다. 낯선 , 낯선 풍경에서는  그렇다.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꺼내 놓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같은 기분이 든다. 이상하다. 새로운 곳에서는  경계심이 생길  같은데 우리는 여행지에서  쉽게 솔직해지고, 자유로움을 느끼고, 부드러운 낭만을 기대한다.


  엄마가 죽은 뒤에, 새롭게 알게  사람들에게 엄마의 죽음을   일이 거의 없다. 하고 싶지 않았고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그냥 얼버무리거나 피했다. 아주 가까운 사람 예를들어 사귀는 남자친구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동정받고 싶지 않았고,  이야기를 들은 상대가 나의 슬픔을 나만큼의 깊이로 공감해   같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어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알게된  겨우 3개월 남짓  동료 선생님 앞에서 엄마 이야기를 했을까? 때때로 우리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솔직할  있는 법이다.  선생님도  순간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우리는 서로 마음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걷다가 이야기 하다가, 걷다가 이야기 하다가를 반복했다. 하루 종일 걸어서 무거워진 다리와 약간은 피곤하면서  약간은 각성 상태인  기분.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꽤나 낭만적이었다.


  엄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아무렇지 않게 먼저 이혼과 재혼 이야기를 꺼냈다고 했다. 선수를 치는 느낌으로. 그렇게 먼저 말을 하고 나면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도 엄마의 죽음을,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상처와 우울함을 누군가에게 드러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것이 나를 보다 자유롭게   이다.


  내 마음속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수많은 감정을 외면하고 그저 묻어두는 것은 나 자신에게 미안한 행동이다. 내가 어떤 욕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성실하게 살핀 뒤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 인생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 자신과 꾸려나가는 여행이니까.

  나는 언제나 솔직하고 싶다. 털어놓고,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를 드러내는 것에 두려움이 없고 싶다. 어젯  숙소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을  나는 어딘가 가벼워진 나를 느꼈다. 싱가포르, 보트 퀘이, 2022 8 4. 어제는 나에게 정말 의미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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