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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14. 2022

밤은 밤대로 아름답지

  아주 예전인데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이야기인  같다. 그림대회에 출품할 그림을 그리던  주인공이 밤하늘을 까만색으로 칠하지 않는 친구를 보고 너는  밤하늘을 남색으로 칠하냐고 물어보았다.  친구는 답했다. 밤하늘은 까만색이 아니야. 자세히 보면 남색이야.  뒤로 나는 밤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그러네. 정말로 밤은 까만색이 아니야. 어떤 날에는 짙은 남색이다가 어떤 날에는 보라색이 섞인  밝은색이었다.


  우리 집은 시골이라 가로등이 잘 없다. 도시에서 그런 길을 걸으면 무서웠겠지만 집에서 과수원까지 가는 길은 가로등이 없어도 하나도 무섭지 않아 나는 고향에 내려가면 밤에도 산책을 자주 한다. 늦은 밤 산책을 하다가 달빛에 생긴 그림자를 보았다. 달빛에도 그림자가 생기는구나. 그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는게 당연한데, 달빛에 생긴 그림자는 한낮의 그림자와는 달랐다. 어딘가 훨씬 더 낭만적이다. 그 이유를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친구가 물었다.

“어때, 작년에 비해 행복해?”

“작년에도 행복했지만 올해는 종류가 다른 행복함이야. 안정감이 기반된.”


  어떻게 보면 작년은 밤이었고 올해는 낮이다. 작년의 나는 곰이 겨울잠을 자듯 끊임없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시기였고 올해의 나는 주로 깨어서 움직이니 말이다. 작년뿐 아니더라도 나에게는 긴긴 밤이 있었다. 하지만 밤은 밤대로 아름다웠다.


  밤은 밤대로 아름답지. 밤은 알고 보면 까만색이 아니고 남색이다가 보라색이다가 파란색이다가 하는 거지. 때로는 달이 뜨고 거기에 생긴 그림자가 유난히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거지. 밤은 그래서 밤대로 아름답지. 언젠가 다시 밤이 찾아온대도 나는 나에게 말할거야. 밤은 밤대로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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