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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ug 12. 2022

브레이크 등을 봐 줄 사람이 있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안성이랑 문경 중간쯤이 대충 괴산이다. 아빠는 나 운전하기 힘들다고 자주 안성에 온다고 한다. 우리는 대충 타협점을 찾는다. 괴산에서 만나는 것이다. 괴산에 꽤나 큰 소고기 타운이 있는데 거기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아빠가 먼저 와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려는데 아빠가 나한테 말했다.

“률이 브레이크 등이 나갔네.”


  나는 그 때 브레이크 등이라는 것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그게 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생각해 본 날이었다. 아빠가 나에게 차에 타서 브레이크를 밟아보라고 했다. 시동을 안걸어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등이 들어온다는 것도 그 날 처음 알았다.

“왼쪽 브레이크 등에 불이 안들어오네. 집에서 알았으면 아빠가 고쳐줬을텐데. 카센터 가면 운 좋으면 공짜로 고쳐줄거고 바가지 씌우면 5000원 받을거다. 시간 날 때 가서 고쳐.”


  내 차 브레이크 등에 불이 안들어오는 건, 영원히 혼자서는 알아챌 수 없는 문제다. 이건 내가 죽을 때 까지 나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 세상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나의 등을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그 뒤로 나는 신호에 걸릴 때마다 앞, 옆차의 브레이크 등을 보았다. 대부분의 차들에는 문제 없이 브레이크 등이 잘 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나처럼 왼쪽 브레이크 등이 나간 차를 보게 되었다. 저 차 주인에게는 누가 브레이크 등이 나갔다는 것을 알려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의 차 브레이크 등에 아무 문제가 없는지 봐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서로의 뒷모습을 살피는 가족이 있다는 것,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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