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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02. 2022

죽음을 환승하여

  동생도 블로그에 글을 쓴다. 이웃도 몇 안되고 하루 방문자 수도 많아야 두자리수, 그냥 일기처럼 혼자 쓰는 그런 글들을 올린다. 가끔 들어가보는데 글 여기저기서 나의 향기가 난다. 내가 브런치에 썼던 주제나 글귀를 가져다 놓았다. 혹은 살을 덧붙여 놓기도 했다. 기분이 묘했다. 엄마가 했던 말을 내가 글로 옮기고, 그걸 보고 다시 자신만의 생각을 담아 글로 옮겨내고. 사람은 언젠가 죽지만 죽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누군가 나에게 동생과 친하냐고 물으면 나는 별로 친한건 아니에요, 하지만 속으로는 우리만큼 친한 남매는 없을걸? 하고 생각한다. 거의 매일 카톡을 하고 잊을 만 하면 전화를 하고, 술을 마시면 술김에 약간 붕 뜬 상태로 영상통화를 하기도 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꼭 전화나 영상통화를 걸어 인사를 시켜주고 서로 안무를 묻게 한다. 내 동생을 자꾸 보여주고싶은 마음은 겉으로는 웃겨서, 라고 말하지만 그 속내는 아마 자랑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엄마 아빠의 이혼 탓에 남동생이랑 한 집에 살아본 세월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못 보고 자란건 아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나는 엄마랑, 동생은 아빠랑 지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정도 만났다. 그렇게 각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를 거치며 출가를 하게 되고는 한 달에 한 번 보는게 어려워졌다. 그러다 작년에 동생이 고향으로 발령을 받고 나는 임용을 준비하기 위해 본가로 들어오면서 거의 10년만에 한 집에 살게 됐다. 사실 동생이 외박이 잦고 당직을 서는 직업이라 매일 한 집에서 잠에 들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우리는 그 때 밀린 우애를 많이 쌓았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맛있는 것이 먹고 싶으면 시간을 맞춰 만나서 밥을 먹고, 드라이브를 하고, 예쁜 카페에 놀러 가기도 하고. 야간 근무를 하고 오는 동생을 기다렸다가 같이 밥을 먹었다. 때때로 내가 2인분어치 설거지를 하면 동생이 5000원을 주기도 했다. 용돈이 궁하던 시절이라 그것도 좋았다. 요즘도 집에 가면 당직 근무를 하는 동생 지구대에 도시락이나 음식을 포장 해서 가져다 주기도 하고, 전 날 술을 마셨으면 함께 해장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부모가 자식보다 먼저 죽는 것은 으레 모든 이가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형제지간에는? 한 배에서 태어나 언제가 첫 기억일지 모르게 서로의 옆에 당연하게 존재해왔던 형제, 자매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을, 누가 당연하게 생각할까? 엄마는 오빠를 먼저 하늘로 보냈다.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 한 순간도 빠짐없이 존재했던 또래의 죽음을 엄마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외삼촌의 죽음을 환승하여 나는 비로소 엄마의 죽음까지를 이해했다.


   동생과 나의 삶에도 언젠가는 끝이 있다.  끝이 언제일지는   없으나 우리  누구의 끝이  가까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남겨진 이가 되거나, 먼저 떠난 이가  것이다. 엄마의 죽음을 환승하여 우리는 서로의 죽음을 이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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