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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02. 2022

모기같은 삶을 앞으로 2년은 더 살아볼 작정이다.

나는야 홍모기

나도 동생의 블로그 글 처럼 요즘의 일상을 정리해서 써보는 글. 정리되지 않은 머릿 속 이야기들이 두서가 없을 수 있다.


1. 홍모기

  동생이 별명을 지어줬다. 원래 자주 내 별명을 지어주곤 한다. 고등학교 때 부터 동생이 지어준 별명이 몇 개인지 세지도 못한다. 이번에는 홍모기란다. 이유는 이것 저것 다 찔러보고 다녀서. 나는 요즘 돈이 없다. 월급이 적기도 하고, 적은 월급에 비해 취미생활에 투자가 큰 편이라서 그렇다. 이게 솔찬히 돈이 많이 든다. 수영 개인 레슨 받고, 전화영어도 했다가, 미술학원 다녔다가, 드럼 학원 돌아다녔다가, 스키장이랑 스키복 알아보다가 지금은 배드민턴에 꽂혀서 레슨 받을 코치님과 가입할 클럽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내가 뭐 한다고 할 때 마다 동생은 이번엔 미술이야? 이번엔 배드민턴이야? 하더니 홍모기라는 별명을 만들어냈다.


  모기같은 삶을 앞으로 2년은 더 살아볼 작정이다. 아직 해보고싶은 것이 많다. 몽골에도 우리나라 등산지 곳곳에 있는 것 처럼 돌담을 쌓아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었다. 대신 거긴 산이 없는 나라라 평지에다가 작은 돌로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 그 곳에 돌맹이 하나를 던지며 마음으로 빌었다. '하고싶은 거 다 할 수는 없어도 할 수 있는건 다 하고 죽자!' 내 인생 주제곡이다. <블랙핑크-마지막처럼>


2. 오케이

  학교에 신규동기가 딱 한 명 있다. 나이는 나랑 동갑 성별도 나랑 같다. 이 친구와는 발령을 받은 2월에 처음 만나 지금까지 거의 매일 만났다. 주말에도 이틀 다 보거나 토, 일 중 하루는 꼭 본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카톡하고 퇴근하고는 더 많이 한다. 해도 해도 할 말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지. 그 모든 말들 중 단 한마디도 나를 기분나쁘게 하거나 '이게 무슨 뜻일까?' 하고 신경쓰이게 하는 말이 없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싶을 만큼 하늘에 감사하다. 이 친구는 내가 뭐 먹자, 어디 가자, 이거 하자, 무슨 말을 해도 다 오케이다. 그래서 내가 오케이걸이라고 별명을 붙여줬다. 참, 나도 별명 만들어주는 걸 아주 좋아한다.


3. 불안

  가끔은 내가 뭘 원하는건지 모르겠을 때가 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탐구하면 할 수록 더 모르겠는 느낌. 그럴 때는 파동조차 일으키지 말아라 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잔잔해지게 내버려둔다. 나는 왜 이럴까? 나는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을 그만하고 백지로 비워두고싶지만 머릿속이 고요한 순간이 나에게는 없기 때문에,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는 생각을 또 한다.

  이것은 그냥 단순하고 명료한 인간의 얕은 간사함일 뿐일까, 나는 불안한 것이 좋다. 언젠가 서울대를 졸업한 경제 선생님이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니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던 말이 왜 지금 생각 날까. 나는 말이지, 안정적인 직업이 있으니 위태로운 사랑을 좇는걸까?

  연애 이야기는 잘 안하려고 했는데.. 현재 내가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는 지구온난화 시대, 기나긴 표류 끝에 따뜻한 바다까지 흘러와버린 빙하 한 조각 같다.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질수 있는 그런 관계. 수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내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이 불안한 얼음조각 같은 연애 뿐 이었다... 슬프지만 현재는 위태롭게 그 위에서 버티는 중이다. <마지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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