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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Nov 22. 2022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자꾸만 눈물이 고이는 오늘이다.  학교 그리고  연말이라 그렇다. 어저께 방과후에 다른 학교로의 이동을 원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신 연수가 있었는데, 내가 속해 있는 예체능부, 학생부 선생님들이 대거 참석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에도 당연히  학교에 계실  알았는데 많이들 떠나시는구나. 나를  흘리개 아이 취급 하시던 부장님들. 나는  어린이 취급이 싫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좋았다. 학교급이  편이라 선생님들끼리도  모르시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신규가 누군지는 다들 똑똑히 아신다. 그랬던  학교에서 내년부터는  이상 신규 취급을  받게 된다고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도 어리광부리고 싶고, 챙김 받고 싶은  똑같은가 보다.


  지난주 목요일에 첫 수능감독을 했었다. 내가 시험을 치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이 되고 혹시 작은 실수라도 할 까봐 걱정이 됐다. 전날 두시간을 넘게 받은 수능 감독 연수에서는 필기까지 하며 열심히도 책자를 읽었다.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동영상도 보면서 실제 상황처럼 마음 속으로 연습도 했다. 막상 감독 당일에는 쉬운 시간에만 감독으로 배정이 되어서 괜히 긴장 했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신규라고 배려를 많이 받은 거였다.

  당일 아침 7시에 모여 감독교사 교육을 받고 감독 대기실로 올라가는 길에 우리 부서 부장님께서 '시험 감독 잘해~' 하고 말씀 해주시는데 뭔가 뭉클. 물가에 내 놓은 아이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 표현도 잘 안하시는 분인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진짜 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와 단짝 친구로 지내는 다른 신규선생님도 이번이 첫 수능 감독이었다. 단 둘이 발령을 받아서 일주일에 7번 보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이 친구도 수능 감독이 끝나고 그 날 저녁, 부서 부장님께 뭉클 한 쪽지를 받았다며 내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왜 이렇게 다들 따뜻하신건지... ㅠㅠ


  오늘 책을 한 권 빌렸는데 고작 책 소개글만 읽어서 내용은 아직 잘 모른다. 하지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라는 그 책의 제목을 인용하여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 한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다. 수 많은 추억의 씨앗 가운데 결국은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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