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해가 뜨자마자 우리는 빅아일랜드 대중교통인 헬레온버스를 탔다. 배차간격은 하루에 다섯 개 정도로 턱 없이 길고, 시간 엄수 같은 건 없었다. 분명 공식노선표를 (와이프의) 머리에 넣어두고, 구글 네비를 끊임없이 체킹 하며 차에 올랐건만 어째 주행노선도 달랐다. 아니, 애초에 버스정류장을 나타내는 표시가 없는 곳이 새고 샜다. 운행이 하도 즉흥적이어서, 운행이 체계에 안 따르는 건지, 체계가 운행을 따라갈 수 없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휴대폰만 켜면 버스 하나하나의 위치마저 알 수 있는 서울 버스 체계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일단 무료였고, 청결하지 않았다. 작기도 했고 분위기도 '프리'했다. 특이한 건 백인들을 보기 힘들었다. 하와이는 차량으로 이동하는 게 일반적인지라 버스에 탄 이들은 (아마 운전이 어려운) 나이 든 여행객, (아직 차가 없어 보이는) 젊은 현지인,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홈리스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비주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헬레온버스에선 동승자의 분위기가 무섭거나, 동승자에게 냄새가 나거나 따위의 이유로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럴 수 없었다. 아니, 더 나아가 헬레온버스는 그러고 싶어도 그래선 안 되는 곳이었다. 그러면 애초에 타질 말아야 했고, 오히려 매너를 갖춰야 했다. 인성을 시험받는 곳이랄까.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서로를 환대했고 서로에게 쿨 했다.
“아니, 도로를 잘못 탔는데 왜 아무도 안 말해 주는 거야(웃음).”
“(웃음) 내가 버스를 잘못 탄 줄 알았네.”
역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 버스기사가 도로를 완전히 잘못 탔을 때, 승객이었던 홈리스와 했던 대화였다. 그 홈리스는 헬레온버스가 인성을 시험받는 곳이고 나발이고 나의 은인이었다. 너무 경황이 없어 나는 (심지어 한 달 전에 산) 휴대폰을 정류장에다 둔 채 버스에 올랐는데, 그 사실을 친절히 알려주었던 것이다. 나는 젊은 날 노숙인상담가로 꽤 긴 시간을 일했었는데, 그 홈리스 특유의 눈썰미에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아 본 건 처음이었다.
헬레온버스는 오를 때, 기사님에게 어디에 내릴지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건 내가 장담한다. 젊은 커플에 허니문 분위기를 풍겼던 우리는 분명 버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유형이었던 모양이다. 저 하와이 물정 모르는 여행객이 올바로는 가고 있는 건지 걱정됐었나 보다. 홈리스와 버스기사는 가려는 곳이 문 닫았다면서, 여기에 내리는 거 맞냐고 번갈아가면서 몇 번씩이나 물어보며, 우릴 지극정성으로 케어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