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Oshima Surf’라는 서핑용품점에서 내렸다. 'Kealakekua'라는 지구의 초입으로 예상됐다. 한국에선 면소재지 정도의 규모였는데, 지구가 무척 이색적이었다. 도시는 크면 클수록 어느 나라든 비슷해진다. 도시가 성장하려면 효율성을 어느 정도 갖춰야하고, 사람이 많이 모여 규율해야하는 이상 사실 그 방식이 크게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지구적으로 보면 도시 간의 교류도 무척 중요해 어느 정도 도시 간 코드를 맞춰가게 된다. 하지만 시골은 과거의 요소들이 남아있는지라 각양각색이다. 그런 하와이의 어느 시골을 걷게 된 것이다.
사실 지금 생각해도 이게 마을인가 싶다. 사실 구역에 가깝다. 이곳은 왕복 일차선 도로를 끼고 나지막한 건물들이 나름대로 무리지어 쭈욱 뻗어나가는 지구다. 대부분 상가, 근린시설 등으로 십중팔구 낡은 티가 역력했다. 그리고 그 메인도로에서 수직으로 수십개의 작은 도로들이 깊숙이 뻗어나가고, 그 작은 도로에 인접해 주택이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는 형태였다. 그러다보니 도로를 따라 주소를 찾는 게 훨씬 수월해 보였다. 미국에서 주소명이 도로명인 이유이다. 어쩐지 마차에 짐을 싣고 길을 따라 뿔뿔이 뻗어나가는 개척이 연상된다.
한국의 주소명도 근래 들어 도로명으로 바뀌고 있긴 하지만, 한동안 지번명이 통용됐다. 한국은 광복 후 급격한 토지개혁이 있었고, 공동노동, 연좌제를 활용한 지역관리가 유구했고, 이후 도시는 말할 것도 없이, 새마을운동으로 시골의 주택들마저 단지화 시키는 과정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집을 찾을 때 우선 마을을 찾고 마을 안의 지리적 위치를 이해하는 게 더 수월했다. 마치 아파트 단지에서 동호수를 찾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보면 이웃과 함께 살아온 한국인에겐 일찌감치 아파트 DNA가 내재되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