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마치 전설의 레전드 혼란의 카오스
한동안 글쓰기를 쉬었다.
1주일에 한 편을 쓰는, '글쓰기 미션'의 한 세션이 중단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은연 중에 한 주마다 한 편의 글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압박이 컸다는 것은,
생각보다 놀라운(?) 일.
그래서, 글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하다가,
글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렇다.
이것은 전설의 레전드, 혼돈의 카오스, 역전앞.
그래도 글은 좋아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장난감보다 책이었다.
장난감을 사려면 초딩 시절부터 '주급'으로 받던 용돈을 모아야 했다.
그런데 그 용돈으로 학교 준비물도 사야하고 용돈기입장을 써야해서,
돈을 모으긴 녹록치 않았다.
물론 사고싶은 장난감이 많지도 않았다.
요즘의 '가챠' 100원 넣고 돌리면 나오는 일명 "뽑기'로 나오는,
작은 장난감 정도가 어린 일상에서 즐거운 장난감 정도...?
(놀랍게도, 버린 줄 알았던 그 아이들을 이사하면서 발견했다! 추후 공개)
그리고 사고싶은 장난감이 많지 않은 이유 중에는,
가장 큰 장난감이 책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전세계 전래동화 모음집은 아마 5번 정도 읽지 않았으려나.
안경을 쓰게 된 것도, 자려고 불을 꺼주시면 이불 속에서 손전등으로 책을 봤기 때문이었다(과연)
그래서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다
조금 더 커서, 컴퓨터를 접하고 나서는 글을 살포시 써보기 시작했다. 소설도 써보고 일기도 써보고.
(소설(?)은 아마 4~5편 정도 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단편도 아니고 거의 꽁트 수준의 것이 아니었을까)
뭐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 쓰는 거 다들 해보는거 아닙니까
놀랍게도 한글 3.0으로 쓴 그 소설들이 어딘가의 3.5인치 디스켓에 저장되어 있는데 비번이 걸려있다.
뭐, Brute Force로 뚫으면 될거 같긴 한데...아마 손발이 오그라 들어 보지 못할 듯. 생각만으로 손발실종
그리고 PC통신을 시작하면서,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
'동호회'보다는 '작은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온갖 글을 썼다.
특히, 나우누리 '공개 사랑 고백(go confess)' 게시판에서는 익명으로 상담 아닌 상담글(?)도 많이 썼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글과 멀어져갔다.
온라인에서의 활동이 늘어간다는 것은, 소비하는 미디어가 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가 변하면, 그 미디어와 관련된 활동이나 인식, 태도도 변하게 된다.
PC통신에서 시작해서 인터넷 커뮤니티(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등)를 거쳐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계속 글을 보고, 써왔다.
그러나.
한동안 '냉정과 열정사이'로 시작해서 1판 1쇄를 매번 서점에서 찾아보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읽는 미디어가 디지털이 되면서 어느덧 실물책의 업데이트가 멈춰있고,
한국 소설에서 시작해 일본 소설으로 넘어가던 나의 취향은 에세이 종류의 글들로 바뀌었다.
글을 쓰는 것도, 많이 바뀌었다.
한글로 소설을 쓰던 때나 지금이나 키보드를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글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길게 안쓰고 '엔터' 눌러가면서 글 쓰고 있...?!
특히, 트위터로 시작해서 스타벅스의 소셜미디어를 담당했던 경험은,
긴 호흡의 글보다는 함축된 의미와 의도를 담은, '카피'와 같은 짧은 글을 쓰도록 만들어주었다.
이게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소설과 에세이 위주로 책을 보던 나는 사고 방식을 다양하게, 약간은 꼬이게(그래야 '기승전결'이 된다),
그리고 설명 위주로 글을 써왔는데-
짧은 글을 쓰다보니 생각조차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도록 바뀌게 된 것이다.
그렇게, 글과는 또 멀어져갔다.
긴 글을 쓰고싶지만 피하게 되고 짧은 글만 쓰게되니,
짧은 글을 깔짝꺼리다가 멈추게 되고,
자괴감이 들고,
다시 '긴 글'을 쓰겠다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지만-
다시 피하게 되는 무한루프의 연속은 글과의 거리를 두게 만들어 갔다.
대체 뭘 그리 쓰고 싶었을까
그래도 글을 쓰겠다!
어쨌거나, 새로운 글쓰기의 세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쌀이 되든, 글을 쓰겠다.
죽이든 밥이든 쌀이든 먹을 수는 있잖아
아직 끝나지 않은 홋카이도 여행기를 마무리 지을 거고,
뉴욕 한달 살기의 경험을 풀어낼거다.
하루하루 중간중간 느껴지는 것들도 글로 기록할거다.
압박으로 느껴졌지만 살포시 버릇처럼 되어가던 '1주일에 (최소) 1글'을 완전히 체화할거다.
그리고 그렇게 쓰다보면 + 그리고 글을 읽다보면-
언젠가는 '내 글'이 나오겠지.
� Brunch '작품'에 대한 분류
▶ T-Series :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Travel'의 'T'
▶ P-Series :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Personal'의 'P'
그리고, 새로운 '작품'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