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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miverse May 24. 2020

P07-당신의 악기는 무엇입니까?

바이올린을 합니다 낑낑깡깡 찌이잉

코로나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판을 치고 있는 시기에도, 잠깐 느슨해진 틈을 타 클럽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흥이 넘치는 민족이다. 전세계적으로 흥이 많다는 어떠한 민족이나 부족도 우리나라는 이기지 못하지 않을까. "음주가무 - 飮酒歌舞"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우리나라는 흥과 끼가 참으로 넘치는도다.


오죽하면 여기서 '음주가무'에서 벗어나는 데를 찾기가 어렵...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아느냐-라고 물어보면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물론 어릴 적 피아노, 플룻을 학원에서 배웠거나, 리코더, 단소를 학교 서 배웠던 사람들도 있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어릴 적 기억'일 뿐 '악기'란 멀고 먼, 그리고 비싼 취미라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피아노도 체르니 40번까지만 치고 지금 기억 나는 곡은 딱 3개, '즐거운 나의 집' '환희의 송가' 그리고 '징글벨'. 기억이 나는 것이 어디인가-싶을 정도로 피아노에 대한 기억이 없다.


다만, 어느 날인가부터 '악기'를 배우고 싶다는 엄청나게 막연한 생각이 시작되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넘나들으며, 작게나마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그 시작이 바로 그 생각 이었다. 악기를 배우면, 리듬이나 박자에 대한 감각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뭔가 음악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뭔가 음악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최종 목표 : DJing과 음악 1개 만들어보기. 둠칫둠칫 둠둠칫 ♬


그 와중에 악기를 배운다면 무얼 배울까-도 고민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콘트라베이스에 관심이 있지만 너무 무겁고(...) 무거우면 악기가 비쌀거고(...?)...그렇다면 첼로...? 가지고 다니기 어느 정도 적절하고, 음역도 내가 좋아하는 음역대고, 뭔가 이름도 있어보이고(...??) 아니면 플룻을? 너무 흔한데... 그냥 흔한 잡생각의 연속


악기를 배운다? 
일단 넣어둬


그렇다, 그게 현실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도 모르고, 그냥 막연한 생각 뿐이고, 일단 넣어둬, 넣어둬.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ㅋㅋ

저는 악기를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단 시작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악기는 다름아닌 바이올린. #이름없는스터디를 통해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듣게 되었고, 고민을 하다가 사람들을 모집하게 된 것. 다만 첼로를 배우고 싶었던 마음을 좀 바꾸어 바이올린을 배우기로 한 것만 차이가 있었다.


사람을 모아보고자 올렸던 글. 안모이면 안하지 뭐...의 심정...?


글을 올렸고 이상하리만치 뜨거운 반응과 함께, 성공적으로 바이올린 트리오를 결성하게 되었다. '륨트리오'라는 바이올린 트리오의 결성! 하지만 어디에도 쓰이지 않는 트리오의 이름


놀라웠던 점은 악기의 가격이었는데, 성인 취미로 사용할 악기(바이올린도 사이즈가 있더라는??)의 경우 '쓸만한 것'이라면 20만원 수준이면 된다는 것이었다. 맨날 뉴스 같은데서 몇 천만원 짜리 바이올린이 어쩌구 저쩌구,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어쩌구 저쩌구만 들어서 그런가 상대적으로 엄청 저렴한 느낌.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과연?


3년이 지났다. 그 동안 바이올린으로 얻은 것들.


1) 2번의 연주회

클래식을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국내에서 '꿈의 무대'급인 영산 아트홀에서 2번의 연주회를 했다. 물론 활싱크(...)도 잘했다(??)


물론 어린이들 사이에 성인 3명은 '객원 연주자'의 포스를 보여준다


2) 1번의 독주

바이올린을 배우고 약 1년 뒤, 정식 무대까지는 아니지만 #이름없는스터디의 연말파티에서 독주 데뷔를 했다. 바이올린 연주만으로 떼창을 유도하는 초우주적 연주를 선보이면서, 일부 클래식 평론가 사이에서 정체를 찾느라 고생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도 있...었으면 좋았을지도. 링크를 찾았지만 링크는 걸지 않는다


3) 바른 자세

모든 악기가 마찬가지겠지만, 바른 자세에서 정확하고 올바른 소리가 난다. 약간의 거북목과 함께, 허리에 힘을 뺀 구부정한 내 자세가, 바이올린을 하면서 조금 올바르게 바뀌었다. 바이올린의 올바른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어깨의 긴장을 뺀 채로 펴고, 허리에 적절히 힘을 주어야 하고, 적절하게 다리에 힘을 주어야 하는데 이 자세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정도 바른 자세가 되었다. (물론 구부정한 자세를 몇십년 해와서 풀어지기도 하지만, 바른 자세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 바른 자세로 인한 약간의 다이어트 효과는 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직 깨닫지 못한 것들도 많다.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성인 취미반'이다보니, 연습량이 월 4시간 수준이라 3년을 배워도 4시간 x 36개월, 144시간 뿐이다. 중간에 이런저런 이유로 한두달 쉬기라도 하면, 다시 자세를 손보기 시작해야하니 바이올린을 배우는 학생들이나 연주자들이 매일 연습하고 반복하는 것에 비하면 진전은 느린 편이다. 세상 느린 거북


그리고 진전이 느리다보니 리듬이나 박자에 대한 감각, 음악에 대한 이해...이런 것들도 진전이 느린 편이다. (다만 음악을 듣거나, 연주회를 볼 일이 있으면 바이올린 연주자들에 대한 관심은 많이 생겼다)


뭐 언젠가는 되겠지, 언젠가는


진전은 느리지만, 일단 바이올린은 계속하고자 한다. 뭐 언젠가는 되겠지. 언젠가는 저런 진전을 넘어서서, 원하는 곳에서 징징지잉 낑낑 바이올린 연주를 하면서 배짱이같이 지낼 수 있겠지.


뭐 언젠가는 좋아하는 곡 한두곡 정도는 쉽게, 신나게,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겠지?


어른이라면 하나쯤은


영화를 보면 그런 장면이 가끔 등장한다. 파티나 모임에서 흥에 겨워 즉흥적으로 악기 하나씩 들고 같이 연주를 하는 그런 장면. 흥과 끼가 넘치는 '음주가무'의 나라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쉽게 보일 법한 장면이지만 현실은 노래방이나, 클럽이다. 


나는 어른이라면 하나쯤은 악기를 다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몰입하다보면 스트레스도 적당히 풀리고 연주가 안되어 스트레스 다시 쌓이는 것 주의 그냥 막연한 세계(예를 들면 음악...?)를 이해하기 위한 도전도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 무엇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흥이 넘친다면 같이 연주를 한다거나 악기가 없다면 같이 즐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당신의 악기는 무엇입니까?


PS. 글을 마치려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말을 안할 뿐 하나씩은 다 다룰줄 아는거 아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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