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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miverse Mar 22. 2020

P05-이사를 한다는 것은

미니멀리스트란 대체 무얼까

이사를 한다. 약 3년을 못채우고 살았던 조용한 동네 A를 벗어나 다리 하나 건너면 있는 동네 B로 이사를 간다. 




정확히는 이사를 했다. 정확히는 3월 20일, 이사를 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의 마음가짐은 아마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꿈꾸던 미니멀리스트가 되어보자. (물건이 "없는 것"이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다)

- 새로운 기분으로 Refresh, 무언가 정체되어 있는 삶을 바꾸자.


누구나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이직을 하거나, 이사를 가거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전환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그런데, 나는 과연 저 마음가짐 그대로 성공한 것일까...?


60%의 성공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이사를 할 때 어떤 준비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첫째로,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한창 유튜브를 보던 때, 추천 영상에서 많은 수 차지하고 있던 영상은 '정리하는 법' '미니멀리스트' 등의 키워드들이 들어간 영상이었다. 


시청기록에서 '미니멀리스트'로 찾아본 결과


사람들이 '미니멀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유튜브에서 찾아본 많은 영상들도 '물건을 줄이는 방법' '물건을 대체해서 쓰는 방법' 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by Netflix, https://www.netflix.com/kr/title/80209379) 라는 이야기를 하는 곤도 바리에처럼, 물건을 단순이 줄여서 최소화하는 것이 '미니멀리스트'라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미니멀리스트는 단순히 버리는 것이 다가 아니다'였다. 물론, 물건은 줄여야 한다. 줄이되, 나에게 필요한 것, 소중한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물론 이렇게 오래된(...) 것들은 일부(?!) 버려도 좋다. 20년 전 잡지라던가, 10년 전의 iPhone 3GS 가입 서류라던가.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나는 짐이 많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하는데, 모든 것이 설레었다. 정말 있는 것 조차도 잊고 지내던 물건이었는데 아니 이게 여기서 왜 나와...? 그 물건을 만지작대다보면,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이라던가, 그 물건에 대한 생각, 이런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그런 '설렘' 때문에 가지고 있는 물건 그리고 '혹시 몰라서' '나중에 이거하려면 저게 필요하니까' '요건 좋으니 여유 분으로 하나 더' 이런 식으로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많다보니, 짐이 너무나도 많아졌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고 박스 박스 쌓아두기만 하기도 했다.


60% 성공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런 물건들의 60%를 정리한 것이냐-라고 한다면, 간단하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다. 뜬금포 자신감?  아마 물건의 양 대비해서 정리한 비율로 치면 10% 정도 되려나. 하지만 왜 60%라고 말을 하냐고 하면, 나에게 (아마도) 맞는 '미니멀리스트'란 기준을 명확히 만들 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물건과, 적당한 '설렘'이 있는 물건.
적당한 '설렘'이란, 그 물건에 대한 '좋은' '상세한' 기억이 있을 것.


이게 내가 이번 이사를 경험하면서 만든 기준이다. 애매한 기준이지만, 아마 짐을 정리하면서 조금 더 기준을 다듬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 슬픈 가오나시.


* 미안합니다 ㅠㅠ 인형은 여기에 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버린 후 알았읍니다...


그리고 삶을 살면서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큰 것은 환경의 변화라고 이야기 한다. 당연히 삶의 근거지가 되는 집을 옮기는 '이사'도 가장 큰 환경의 변화. 주민등록초본을 떼어보면, 나는 이사 이력이 거진 30회에 육박할 정도(3장인가가 출력되어 나온다)로 이사를 많이 다녔다. 항상 새로운 변화를 맞이 했고, 그 덕에(?)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도 뛰어난 편이다. 아마 이번 이사 후에도, 새로운 곳에 대한 적응을 빨리 하겠지. 이사온 지 2일째, 이미 집과 동네에 대한 적응 완료 


오래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마음가짐은 유난히 이번 이사가 크다. 기대감도 크고, '정리'에 대한 나의 기준이 잡힌만큼, 새로운 기분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마 이 기대는 이제 살아가면서 현실로 만들어야겠지.


정상작동하지만, 이번에 버려진 85년 1월 생산품 전자렌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정리가 하나도 되지 않은 방에서 쓰고 있다. 정체되어있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도전, 그것이 필요하다. 나에게 맞는 '미니멀리스트'라는 기준을 세운 것이 50%라면, 나머지 10%의 성공 부분은 이 노력과 도전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지금까지 '何とかなる(어떻게든 되겠지)'의 마음가짐이었다면, '一応出来るまでやろう(일단 될 때까지 하자)'의 마음가짐으로.


그런 의미에서 새로 방을 꾸민다(미니멀리스트 어디?????)


내일부터, 오래된 가구를 대체할 새로운 아이들을 조립해야한다. (참고로, 집의 책장이 대략 20년이 넘어, 이번에 책장을 드뎌(!) 바꾸기로 하였다! 사진 캡션에 '미니멀리스트 어디?????'라고 썼지만, 음...이건 정말 '필요'가 있어서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정리 주간'으로 정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새로운 환경에 왔고, 적응을 했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잡을 때. 그렇게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야 할 때. 나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새로운 삶으로,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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