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4. 하코다테는 로맨틱해 후후
무려 크기가 남한만한 홋카이도. 그리고 그곳에 삿포로와 오타루, 아사히카와 이외에도 유명한 도시 중의 하나가 하코다테.
하코다테는 1854년에 카나가와 조약에 따라 해외 무역을 위해 개항한 최초의 항구도시로, 북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였다. 1934년 하코다테 대화재가 있기 전까지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
* Info from https://en.wikipedia.org/wiki/Hakodate
오기 전 루트를 짜기 위해 살펴본 블로그 중에서 일부는 하코다테를 '교토'에 비유하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가지고 있고,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 그렇긴 하다. 하코다테 대화재로 도시 기능을 상실하면서 계획도시 삿포로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최대 도시라는 타이틀을 넘겨줄 수 밖에 없었으며, 지금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물론 하코다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과거'의 도시.
렌트카를 반납하고 저녁 8시에 Super-Hokuto에 올랐다. 하코다테로 가는 마지막 특급 열차, 도착 예정시간은 23:38(...) 그리고 예약해둔, 역 바로 앞 호텔로.
다음 날 아침 첫차를 타거나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짠 이유는 이동시간 절약을 위해서였다. 더 막차가 있었다면 아침에 도착하는 완행이라도 타고 갔을지도...모르겠지만(흐음...? 과연?) 어차피 1박을 예약하는 상황이면, 하루를 여행하고 하루는 좀 일찍 쉰다는 생각으로 열차를 타서 목적지에 도착, 휴식하고 다음 날 아침부터 돌아다니기- Good.
또 이런 오랜 기차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지. 에끼벤.
홋카이도의 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든 도시락이라도 한다. 나름 든든.
도시락을 먹고 잠들었다가(?) 깨니 하코다테 도착. 시간 무엇 나 뭔가 기차 안에서 하려던 것이 있었던거 같은데
자, 그럼 내일을 위해 맥주 한 잔만 하고 자볼까. 내일은 날이 좋아야 할터인데...1월 2일, 신년 시즌이라 티비에서는 "사랑과 영혼"을 하고 있다. 와, 이거 간만이네.
서론이 길었다. 이제 아침, 오늘의 하코다테도 바쁘다. 숙소의 시간을 제외하면 2일이 약간 안되는 일정. 일단 계획은 세워뒀고, 늘 그렇듯 '뭐 다음에 또오면 되지'의 마인드로(그런데 안아쉬워도 못가고 있고요)
하코다테는 (관광하는 사람이 볼 만한 영역이)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위 지도에서 왼쪽 검은 별이 많은 지역의 '모토마치' 지역 + 하코다테산 로프웨이, 그리고 가장 오른쪽의 '유노카와' 지역. 오늘의 일정은 '모토마치' 지역에 집중 후 '유노카와'로 넘어가 숙박을 한 뒤에, 내일은 유노카와-고료카쿠(가운데 위쪽 뜬금포 검은별★)를 거쳐 하코다테 역에서 삿포로로 돌아가야 한다.
시장이다. 한자의 의미처럼 아침 수산물을 거래하는 '아침의 시장'. 하코다테 역 바로 앞을 숙소로 잡은 이유도 아침부터 아사이치에서 시작하는 하루를 보내기 위함이었다.
아침부터 해산물 구경은 즐거운 일. 삿포로에 오면 먹어야 할 것이 성게와 게, 그리고 가능하다면 새우류! 그래서 이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결정을 했었기에 시장은 둘러둘러 보기로 한다. Airbnb였다면 해산물 사서 집에서 뭔가 해먹으면(!!)
일단 성게 한 입 하시구요, 오징어-가리비-새우가 들어있는 센베이를 가방에 넣고, 아침식사. 내 선택은 성게+닭새우+관자의 카이센동(海鮮丼), 그리고 동반자는 성게+연어알+게살의 카이센동(海鮮丼). 보통 이런 수준의 카이센동이라면 한 그릇에 3,000엔 수준일텐데, 두 그릇에 맥주 한 잔까지(아침 음주) 도합 4,500엔. 일단 아침부터 만족입니다♨
뱃속에 바다를 담고 파도를 출렁이며 모토마치로 간다. 모토마치, 한자로 元町,는 '원래 거리'라는 뜻인데, 개항 항구였던 고베, 요코하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개항한 항구에는 꼭 '모토마치'란 지역이 있었다. 몇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1) 뷰가 좋은 언덕에 있다. 보통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 정도.
2) 외국인들이 살았던 지역으로 외국인들의 흔적(집, 공원 등)이 있다.
3) 지금은 관광지이다(...)
이런 공통점. 사전에 알아보면서도 느낀 공통점인데, 고베의 '이진칸(異人館)'이나 요코하마의 '모토마치추카가이(元町中華街)처럼 하코다테도 개항 항구라 이 공통점에 포함이 된다. 우리나라 인천의 차이나타운, 그리고 바로 옆의 적산가옥이 많은 거리도 같은 원리.
슬렁슬렁 걸어, 잠시 카네모리 아카렝가소고(카네모리 붉은벽돌창고, 金森赤レンガ倉庫)를 들른다. 이름과 분위기가, 마치 작은 요코하마를 걷고있는 기분.
역시 요코하마와 마찬가지로 화물창고를 쇼핑몰로 개조한 곳. 무려 하코다테 중심가 유일(!!!!!)의 스타벅스도 있다. 하코다테에만 있다는 명물 햄버거 프랜차이즈(?!) '럭키 피에로(Lucky Pierrot)'도 두 군데나 있는 곳!
하코다테 모토마치의 특이한 점은, 종교의 산실(?!)이라는 점 일 듯 하다. 보통 외국인들이 살았던 집이나 일부 가게, 정원 등이 남아있고 유럽에서 들어온 종교인 가톨릭교 성당이 한두군데 있는데, 이곳엔 러시아 정교회, 가톨릭교, 기독교, 불교까지 다양한 종교의 오래된 시설들이 모여있다. 매우 가까운 곳에.
다행인 것은, 요코하마나 고베와 다르게 길이 깍두기(!) 길이고, 경사가 생각보다는 심하지 않다는 것. 모토마치를 둘러보자.
다양한 종교들이 실제로 아직 미사들을 집행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이 뷰를 보면(일단 미세먼지 때문에 보일지를 알아봐야) 빨갛고 하얀 십자가가 가득할텐데.
가볼 곳은 몇군데, 그곳을 둘러보고 슬렁슬렁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깍두기처럼 길이 나 있어서 그래도 편한 길.
맑은 하늘과 눈이 가득해 미끄럽긴 하지만 예쁜 길. 모든 것이 좋아서 좋았다. 자, 그럼 대망(?)의 하코다테 야경을 보러 가보자. 가기 전에 커피 한 잔 하고 갈까-?
그런데 말입니다,
하코다테를 온 목적의 절반 이상 지분은 이 야경이 차지하고 있었다. 다른 거 다 못봐도, 이 야경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말.입.니.다.
그-런-데-말-입-니-다-
커피를 한 잔하고 하코다테산에 오르는 로프웨이 역으로 가는 길. 갑작스런 날씨 변화로 블리자드를 만났다. 눈이 가로로 내리는 기이한 현상(!) 그리고 가뜩이나 미끄러운 눈길이 더욱 걷기 힘들어지는 바람. 게다가, 역에 도착하니 바람이 세어서 케이블카 운행 중단. 표를 판매하는 곳에서 위쪽의 상황을 라이브 캠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블리자드로 인해서 시계는 거의 '0'인 상황.
* https://334.co.jp/mtinfo/live/ 에서 약 2분 정도의 차이로 하코다테 산의 라이브 풍경을 볼 수 있다 히히
고베, 나가사키와 함께 일본 3대 야경이라 불리고, 홍콩,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야경 중의 하나라는 하코다테의 야경. 과연 이걸 못 볼 것인가.
하코다테산 전망대에서 보는 경치는 ‘미슐랭 그린 가이드 재팬'에 최고 등급인 별 3개로 게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야경은 세계 최대 여행 리뷰 사이트인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일본의 야경 No.1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손에 닿을 듯이 가까운 ‘빛의 바다'를 당신의 눈과 마음으로 느껴 보세요.
* Info from https://www.hakodate.travel/kr/experience/see-the-night-view
(위에서 언급된 '미슐랭 그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아서) 홍콩, 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 야경 중의 하나.
* Info from https://en.wikipedia.org/wiki/Mount_Hakodate
약간의 대기 후 일단 올라가본다. 그리고는- 그 결과는 아래의 사진으로 이야기 합니다.
끗. 나는 목적을 이뤘어...
자, 이제 내일 당장 삿포로로 돌아가도 좋아-란 기분과 함께, 새로운 숙소로 이동. 내일은 '유노카와'에서 시작해보자!
아, 하코다테가 로맨틱한 이유? 바다가 있고, 야경이 아름다운 항구도시는 로맨틱하기 마련. 고베가 그렇고, 요코하마가 그렇다. 그리고 이 두 도시의 축소판 같은 느낌인 하코다테도 그렇다. 여기에 양념처럼, 교토의 옛 번영의 흔적이 양념처럼 더해지면, 더욱 그렇다.
다만, 하코다테가 교토와 같다-라는 말보다는, 요코하마와 같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Dedication to Yokohama.
https://www.youtube.com/watch?v=pkQ9EJ7rk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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