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5.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유노카와의 아침, 어제 밤 적당히 피곤하고, 아주 꽉차게(!) 바다를 뱃속에 넣은 저녁 탓인지 온천을 하고 난 뒤에는 완전히 논스탑 슬리핑. 언제든 어디서든 못잔적이 있긴 한가
유노카와(湯の川)는 홋카이도의 3대 온천 지역 중의 하나로, 1653년 마츠마에 '번(에도시대 1만석 이상의 영토를 보유했던 봉건영주인 다이묘가 지배했던 영역이자, 그 지배기구를 가리키는 용어)'의 9대 주인 타카히로(高広)가 치료를 위해 방문한 이후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 Info from https://hakodate-yunokawa.jp/history/
* Info from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357766&cid=40942&categoryId=39945
일본 온센에 대해 이슈들이 좀 있긴 한데, 예를 들어 온센의 수질 기준이 매우 낮다라던가, 원수에 물을 섞는 비율 규정이 낮아 조금만 써도 온센이라도 해도 된다는 등의 말(예를 들면 이런 내용 - 日온천 달인 폭탄 발언, "일본에 온천다운 온천은 1%뿐!")이 많긴 하다. 그럼에도 일본에 오게되면 온천을 가는 이유는- 여행 중간에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알 듯. 여행 중간에 잠시 뜨거운 물에 담그고 몸을 풀어주는 '힘'을.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요기 료칸식 호텔(http://www.kaiyo-tei.com/) 제법 마음에 듦! 다음에는 같은 호텔 다른 관이나, 반소 호텔을 가봐야겠다.
오늘의 일정은, 요 동네를 돌아보고 고료카쿠에 들렀다가 다시 삿포로로 돌아가는 일정. 늘 그렇듯 마음은 바쁘지만, 찬찬히 돌아보자. 마음만 혼자 바쁜걸로
솔직히 식물이 궁금하다기보다는, 이곳의 명물이라고 하는 '온천욕 하는 원숭이'를 보러 온 것.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원(혹은 아쿠아리움)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에 대해 어느 정도 불편한 마음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본 이 친구들은 뭔가 불편한 마음이었다. 나름 온천도 하고 주는 먹이도 편하게 먹고 마음 편해보이지만- 마치 과거의 영화에 대한 흔적같은 낡은 시설,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않는 모습, 몇몇 피부병같은 것이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귀여움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오묘한 뷰.
그리고 식물원 자체는...음...10점 만점에 약 3점 드립니다. 말잇못
차라리 식물원 나와서 옆에 있는 바다를 보는게 낫겠어!
식물원과 바다를 보고, 역으로 향한다. 주변에 유노카와 시작에 대한 비석이라던가, 꼬치구이 덮밥이 유명한 편의점(하세가와 스토어) 등이 있지만 일단 스킵. 아쉬움이 적립되었읍니다
여전한 눈길에서 캐리어를 떨구고 털푸덕 넘어지고 무릎도 아프고 새 구경도 하고(?) 트램을 타고 하코다테 역으로. 원래 중간에 고료카쿠가 있어 바로 가려고 했으나, 실수로 지나치고 말았고... 이참에 역에 캐리어를 두고 움직이기로.
역에서 친절하신 택시기사님을 만나 택시로 도착. 배도 고플시간이라, 하코다테의 유명한 라멘을 먹는다. 여행은 먹는 것이 남습니다
나름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다는 키타치 아지사이(http://www.ajisai.tv/) 본점. 하코다테 내에 지점이 몇 개 있지만, 왠지 그러면 본점을 가고 싶잖아? 게다가 본점이 목적지 바로 길 건너라면!
보통 대기가 엄청 길다고 하는데, 운좋게도 5분 이내에 착석, 그리고 Enjoy.
...과정이 넘나 길어져서 "3)"으로 다시 분리. 이번에도 스크롤 압박
'하코다테'라고 했을 때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 하코다테 로프웨이와 함께, 바로 이곳 고료카쿠. 세상 이런 성은 처음이다. 별★모양이라니!
고료카쿠는 서양 양식을 토대로 약 150년 전에 지어진 성으로, 한때 짧게 이곳을 지배했던 나라의 성이기도 했고,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전쟁터기도 했고, 그리고 내전의 장소이기도 했다고. 그러다가 대략 1910년 경 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벚꽃 시즌에 그렇게 멋있다고 하는데, 공원으로 변경될 쯔음에 심은 것.
아마, 벚꽃이 피면 안을 들어가보면 멋있겠지만 '에센스'로 고료카쿠를 볼 수 있는 곳인 고료카쿠 타워 전망대로. 하코다테 자체가 평지가 대부분이고 여기서 하코다테 산으로 이어지는 잘록한 부분이 퇴적 작용으로 섬이 연결된 것이라고 하니, 타워가 높지 않아도 하코다테를 전체적으로 보기에는 좋다.
관광지라는 곳이 그렇다. 엄청나게 홍보하고 대단한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가보면 아무 것도 없는 그런 곳. 고료카쿠 타워도 '일반 관광객' 입장이라면 딱 두 가지 - 고료카쿠의 전경을 살펴보는 것, 그리고 하코다테 전망 살펴보기를 제외하면 뭔가 임팩트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만일, 일본의 역사, 홋카이도의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제법 재미가 있을 듯. 하코다테라는 도시 자체가 삿포로가 생기기 이전까지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도시이고, 개항부터의 역사를 함께한 곳이라 그 번영-쇠락의 역사를 여기서 살펴볼 수 있다. 친절하게 디오라마를 제작해서 설명을 해두고 있다는 것!
아 '일반 관광객'에게 하나 더 있다. 1층에서 온갖 하코다테 기념품 쇼핑이 가능! 하츠네 미쿠 굿즈도 만나보자! 하지만 JR역의 쇼핑 센터도 다양하지
서서히 여행도 종반으로 진입한다. 이제 삿포로로 돌아가면, 삿포로 자체를 좀 즐기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짧았던 하코다테였지만, 길었던 하코다테였다. 도시 같았지만, 시골 같은 곳이었다. '요코하마 같아'라는 기분은 여전한데, '요코하마'라는 곳에 대해 뭔가 특별한 마음이 있는 나는(워킹 홀리데이 시절, 요코하마에 살고 싶어 이사를 갈 정도였다) '하코다테'란 곳에도 무언가 특별함이 생겼다.
고료카쿠를 나와 다시 택시를 타고 역에 와서는, 새로 생긴 몰 구경, 기념품 구입(하코다테의 맥주, 맛있다), 그리고 끼니가 맞지 않아 먹어보지 못한 '럭키 삐에로' 햄버거를 구입. 많은 블로그에서 주인이 중국인인, 뭔가 중국스러운 버거라고 하는데 맛은 제법 괜찮았다. 이것 때문에 하코다테가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지만- 으음...해산물이면 이해하겠는데...(갸웃) 뭐 한번 쯔음은 더 먹을 수 있을 것...(흐음) 제법 맛이 괜찮았다는 소리
당당히 에끼벤삼아 먹으려던 햄버거를 차마 먹지 못하고 열차 차량 사이에서 간신히 먹어가며 삿포로에 도착. 이제 삿포로는 고향같은 기분이다. 지리도 익혔고, 거리도 눈에 들어오고, 머리도 일본어 모드 세팅이 완벽하게 패치되어 이곳은 (거의) 홈타운.
삿포로 맥주의 고향이 삿포로이다. 그러니 먹고 마셔야 한다.
이상한 논리
삿포로에 도착해서 Airbnb에 짐을 풀자마자 화려한 스스키노의 거리로 입성. 오늘부터는 삿포로에 대해 제대로 인사하면서 먹고 즐기는 밤이다.
삿포로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징기스칸'- 기차에서 어설프게 햄버거를 나눠먹고 딱히 무언가 먹은 상태가 아니기도 하거니와, 고기를 위해 배를 비워뒀기에 바로 간다. 이 '징기스칸' 요리가 유명한, 삿포로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10개의 블로그에서 9개 이상 나오는 것이 바로 '다루마(だるま)'다. 삿포로를 다녀온 주변 사람들도 거의 모든 사람이 거쳐간, 거의 '필수' 코스인 이곳. 워낙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객 성지'이다보니 지점이 꽤나 많은데, 우리는 본점을 공략해보기로 한다. 2호점이 있어도 같은 대기 시간이라면 본점을 가는 것이 한국인(?!).
다행히, 30분 정도의 대기가 있었다. '다행히'라고 말하는 것은, 본점의 경우 '시간' 단위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 좌석 형태에 좌석 자체의 갯수가 10개 정도 되려나. 게다가 배기 시스템이 잘되지 않은 오래된 가게이다보니, 먹고 나와서 '다루마 다녀옴 ㅇㅇ 후후 님도 가보셈? 배고프지 않으셈?'이라고 옷이 자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냄새가 밴다. 그럼에도 '시간' 단위로 대기를 한다니.
소감은 그냥 한마디다. '아, 이게 징기스칸이구나.'
우리나라에도 언젠가부터 삿포로식, 홋카이도식의 징기스칸(양 구이) 요리 가게가 많이 생겼다. 삿포로를 다녀온 이후 이 맛이 생각나서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징기스칸 요리집을 다녀왔는데, 맛은 있었지만 '아, 이게 징기스칸이구나.'라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어깨 맞대고 먹고, 좁고, 옷에 냄새가 베어들지만, 여기서 징기스칸을 먹으러 삿포로에 가고싶어지는 수준.
'아, 이게 징기스칸이구나.' + 느낌표 5만개. ㅇㅈ? 어 ㅇㅈ!
기본 징기스칸에, 한정으로 준비되는 고기, 밥 한그릇, 맥주, 하이볼까지 두루두루 배부르게 먹었으니, 다음은 마시러 간다.
처음 삿포로에 왔을 때 우연찮게 들어왔다가 두 명이 거의 1만엔 어치를 먹고 마신 곳. 다시 찾아가봤다. 사진과 같은 큰 간판이 생겼군?
이제 마시는 스테이지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상상으로) 마시겠다.
만취의 날. 삿포로는, '삿포로 맥주'의 고향이다.
그러니 먹고 마시고, 만취해야 한다. 하코다테에서 남은 아쉬움도 아쉬움이고, 이제 거의 마지막으로 가고 있는 여행 전체에 대한 아쉬움도 아쉬움이다. 그리고 아쉬움을 잊기 위해 만취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겨둬야, 쌓이고 쌓여 다시 찾을 이유로 변화하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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