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miverse Jun 28. 2020

T07_홋카이도-왜 오타루, 오타루인가

Part 6. 여행은 좋지만 가끔은 그럴 때도 있지이

여행을 하다보면, 가끔은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만족이 있는 곳을 찾기도 하고, 기대를 했지만 그보다 못한 실망감에 가까운 느낌을 받는 곳이 있다. (주의 : "실망"까진 아니고 "실망에 가까운"이다. '실망'에 이르면 그 여행은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아직은 그렇게 느껴본 적은 없다 어딜가든 안좋을 리가 없)


계획했던 홋카이도 주변을 얼추 돌아보고 난 뒤, 남은 것은 이제 오타루. (놀랍게도 엄청 오랫동안 드라마 '호타루의 빛'이 '오타루의 빛'인줄 알았고 그 배경이 이 '오타루'인 줄 알았다. 뭔가 오타루 배경의 드라마랑 혼동한게 아닐까 싶...)

뭐 어쨌거나, 오타루의 기록.




#Day 6

드디어 눈에서 벗어났다!!


숙소에서 본 삿포로. 왼쪽 산이 전망대로 유명한(그리고 실패한) 전망대가 있는 곳.


아침부터 맑고, 바람도 적절하고- 이제 부지런히, 오타루로 간다. 오늘은 오타루를 가볍게 돌아보고, 삿포로로 돌아와서 삿포로의 밤을 즐기는(...) 날.


오타루는 글쎄, 느낌적인 느낌만으로도 관광의 도시이다. 드라마라던가 영화(러브레터), 만화의 배경(특히 '미스터 초밥왕')으로 많이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영화같은(...) 뮤직비디오가 나오던 2000년대 초반 시기 조성모의 '가시나무새'나 이수영의 'Never Again'등의 뮤직비디오가 오타루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오르골당'이라던가, '운하' 등의 정보를 봐도 그렇다.


2018년 9월경의 인구는 117,042명이며, 이 중 14세 이하가 8.65%, 65세 이상이 39.59%로써 일본에서도 고령화, 저출산이 심각한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힌다. 1920년대 석탄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한창이었을 때에는 삿포로 군 (현재 삿포로시)의 인구와 거의 필적한 정도였으나, 석탄산업의 사양화 및 삿포로시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구 유출등이 가속화되어 일본에서 지정한 "과소사회(예년에 비해서도 인구가 극도로 줄고 재정상태가 매우 양호하지 않은 쇠락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최근 일본 국외로 오는 해외 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관광도시인 오타루 시로의 관광 또한 많이 놀러옴으로써 상권 붕괴가 될 정도가 되지는 않지만, 여전히 "지속 가능한 도시"로써의 오타루 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 Info from https://ko.wikipedia.org/wiki/%EC%98%A4%ED%83%80%EB%A3%A8%EC%8B%9C


위키피디아의 정보에서도 불안한(!) 오타루. 삿포로역에서, 미나미오타루 역으로 간다. 이전에 한 번 왔을 때 알게된 루트인데, 많은 사람들이 활용는 루트로 '주요'한 관광지와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는 편리한 루트.


오늘의 대략적인 일정. '텐구야마 스키장'과 '요이치 증류소'는 여기서 안보임!


삿포로역으로 가는 길 커피 한 잔을 들고 룰루랄라 오타루로. 오타루로 가는 길, 기차의 오른편에 앉거나 서면 바다의 풍경과 함께 달릴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입석 + 꽉찬 열차


작고 소듕한 미나미오타루역(?)


미나미오타루역은 유동인구 대비 엄청 작고 소듕한 역이다. '아니 이런 시골역의 갬성!'이라고 외치면서 내리니 그 사이에 또 눈(...) 사진에서도 날리는 눈이 보일 것이다! 


미끄러지며 간다. 오타루로 간다. 아 여기 이미 오타루?!


운이 좋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눈이 오다가도 어디론가 이동하려치면 멈추는 눈만 만났다. 이번에도 눈은 멈췄고, 눈이 쌓여 도로의 경계가 안보이는 가운데 주요 관광지의 시작점(?)인 오르골당으로 간다.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오르골당으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조용한 주택가. 눈이 쌓여 조용한 길, 관광객들만이 슬금슬금 걸어가고 있다.


1) 오르골당


오르골당이 오타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알고 계셨습니까(...) 홈페이지(https://www.otaru-orgel.co.jp/index.html)를 보면, 오타루 뿐만 아니라 하코다테, 후라노, 카마쿠라, 오키나와, 교토까지 다양한 곳에 있음(...) 카마쿠라에서 오르골당을 보고 '어?'했는데 역시나...


아까 말했던 뮤직비디오 중 조성모의 '가시나무' 뮤직비디오에서 이영애가 일하는 장소가 바로 여기. 이 참에 한 번 보고가시겠...



저어기 어딘가에 이영애가 앉았었어요(?)


오르골당 자체로는 글쎄, 워낙에 관광지의 명물처럼 되어있기 때문인지 다양한 디자인과 다양한 오르골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 한때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J-pop으로 되어있는 오르골도 있었지만, K-pop이나 겨울왕국와 같은 영화음악 오르골이 많이 늘었다. 이제 힘이 많이 빠졌구나, 일본.


만인이 찍는 관광객 인증 사진. 이 맞은편에 '가시나무'에서 김석훈이 일하던 우체국이 있다.


2) 르타오 본점


오타루에서 가장 인상이 깊은 곳. 이전에 들렀을 때에는 잠시 스쳐지나갔는데, 이 곳에서의 차 한잔과 케익, 그리고 전망대의 뷰가 생각보다 좋았다. 전망대가 무료!


전망대에서 본 오타루 관광지 거리, 그리고 맛있는 케익 & 티.


이미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있고 제법 유명하지만, 본점의 느낌은 조금 다를 것. 시즌 한정의 티와 케익으로 몸을 녹히기도 좋았다.


참, 그거 아십니까. "르타오(LeTAO)"라는 이름이 프랑스어로 '사랑스러운 오타루의 탑(La Tour Amitié Otaru)'의 앞자를 딴 'LTAO'에 '오타루'에 대한 애착을 담아 "LeTAO"가 되었다고 합니다. 일부에서 "오타루(オタル)"를 뒤집어서 "루타오(ルタオ)"의 변형으로 르타오(일본 발음이 "루타오(るたお)"로 동일)가 되었다-란 얘기가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100% 맞는 이야기도 아닌 셈.


店名は「親愛なる小樽の塔」という意味の フランス語「La Tour Amitié Otaru」の頭文字に、小樽(オタル)の地名に 愛着を込めてアレンジを加えて、ルタオ(LeTAO)と名付けました。
*Info from https://www.letao.jp/about/


르타오를 나와 '사카이마치(堺町)'를 따라 걷는다. 위의 르타오 전망대에서 본 거리 사진의 왼쪽 아래에서 위쪽으로 뻗은 길이다. 이곳이 거의 관광의 핵심이 되는 거리.


3) 사카이마치


오타루를 '관광의 도시'로 만들어 주는 주요한 거리 중의 하나가 이 '사카이마치'다. 길을 걷다보면 관광지답게 다양한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눈 덮인 사카이 마치의 거리. 이쯔음부터 시작한다. 헝. 비싸지만 맛나, 멜론!


길을 걷다보면, 다양한 식당을 만날 수 있고, 항구도시의 특징이랄까, 유리 공예 가게들이 많다. 중간중간 박물관 같은 곳도 있고(몇몇 블로그에서 베니스 박물관을 많이 추천을 하긴 하는데...흐음...그럴거면 유럽을 직접 간다면?) 유명 디저트 가게들의 매장도 찾을 수 있다. 당연! 물가는 관광지 물가(!)


항구도시나 과거 수도였던 도시를 가면 유리공예가 발달된 곳이 많다. 뇌피셜이긴 하지만- 항구도시에서는 이전에 유리볼을 사용해서 부표 등을 활용했기 때문에, 그리고 '유리'라는 것이 서양으로부터 들어와 귀중하게 여겨졌던 것 때문에 교역이 발생한 항구와 과거 수도였던 도시에서 공예가 발달한게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오타루도 유리 공예가 제법 발달되어 있고, 교토도 유리 공예가 있었고- 고베도 제법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슬렁슬렁 사카이마치의 끝자락을 향해 간다. 홋카이도에서 안먹을 수 없는 멜론도 한 입, 물론 관광지 가격. 이렇게 슬렁슬렁 가면, 바로 오타루에 오는 목적의 80%를 차지하는 '그 곳'이 나온다. 그런데 '그 곳'을 만나기 직전에 잠시 '데누키코지(出抜小路)'를 만나게 된다.


뭔가 일본식 레트로 거리, 데누키코지. 한국을 좋아하시는 주인장이 준비해준 라멘 한그릇.


여기서 몸도 녹일겸 라멘 한그릇. 아무래도 바로 바다다보니, 바람이 세고 차갑다. 데누키코지 자체는 작은 가게들이 꾸역꾸역 모여있는 작은 공간이라, '구경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겨울이라면, 사카이마치를 지나 서서히 몸이 춥고 얼어갈 무렵이라면, 적절히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녹이기 좋은 공간. 아, 물론 차가운 음식도 있읍니다.


어서 '그 곳'으로 가자


4) 오타루 운하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드라마'식 뮤직비디오. 그 때 갬성은 대부분이 일본 갬성이었다. 왜 다들 일본으로 고생하러 가는 척하면서 결국엔 연애질만 하느냐


위의 '가시나무'에 이어 오타루의 뮤직비디오-하면 이수영의 'Never Again'이 리스팅된다. 정확한 장소들은 파악이 어렵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오타루 운하가 나온다는 것(...) 


대략 2분 48초쯤, 지갑을 건네주는 장면이 오타루 운하.


게다가 온갖 드라마와 영화에서 오타루 운하가 상당히 중요한 장소로 나오면서, 오타루 운하에 대한 로망이 있어 여길 보러 오는 것이 사람들의 '오타루 방문 목적'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어떨까?


가장 유명한 뷰 포인트에서의 운하.
뷰 포인트 반대쪽에서 뷰 포인트 방향으로. 


예쁘다. 약 10초 동안 '아 드뎌 여길 오다니!'하는 순간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4) 그리고 나머지 오타루


오타루 운하의 끝자락에서 잠시 '오타루 비어(Otaru Beer)'를 들른다. 우리나라도 제법 작은 브루어리와 수제 맥주가 많이 생겼는데, 이전부터 일본에서도 치비루(地ビール)라고 해서 지역 특산의 맥주가 제법 있었다. 각 지역의 특징을 담아낸 것도 특징인데, 지역의 특산 홉을 쓴다거나 지역의 물을 사용하는 등의 특징과 더불어 IPA, 페일 에일, 바이젠 등의 다양한 맥주를 만날 수 있어 지역 브루어리나 맥주집이 있다면 들러보는 편. (하코다테에서도 브루어리가 있었지만 결국 들르지 못해 맥주를 따로 사왔다!)


빛이 좋고나! 맑은 필스너와 약간 불투명한 바이스(Weiss).


여행지라면 낮부터 맥주 한 잔, 괜찮지 않습니까? 히히

오타루 창고 No. 1(小樽倉庫 No.1, https://livejapan.com/ko/in-hokkaido/in-pref-hokkaido/in-otaru/article-a1000187/)에서 감자튀김 하나에 맥주. 운하가 보이는 쪽에 앉아 한 잔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효모가 살아있다-라고 얘기하는데...흐음.


맥주 한 잔 뒤에 오타루역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도 이것저것 구경에 구경.


눈 쌓인 오래된 철길의 분위기. 그리고 한가한 상점가.


구데미야선(旧手宮線)은 홋카이도의 첫 열차선이었던 '호로나이선'의 일부로 1880년에 개통해서 1985년 공식 운행 중단까지 운영되던 협괘철도(Info from https://en.wikipedia.org/wiki/Temiya_Line)라고 한다. 눈에 덮이고 날이 흐려지면서 풍경이 '우와!'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눈이 없는 다른 사진들을 보니 좀 괜찮네.


역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만나는 상점가(小樽都通り)는, 전형적인 일본의 상점가. 새해 처음이라 그런지 한가했고- 돌아보니 제법 눈길이 가는 가게들이 있지만 워낙 한가하다보니 들어가보기 부담스러운 수준(...)


드디어 다시 돌아(?)왔다! 오타루역!


다시 돌아온(?) 오타루역. 실은 오타루에서 가장 기대했던 곳은 두 곳이었다. 아쉽지만 시간과 일정 상 오늘은 후퇴한다.


가고싶었어요 #1 - 텐구야마스키장(天狗山スキー場, https://tenguyama.ckk.chuo-bus.co.jp/)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접근했다가 삿포로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애매해서 포기. 

그 유명한 '오겡끼데스까'가 촬영된 곳이라고 한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하코다테처럼 로프웨이를 타면 오타루와 인근의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궁금했었다. 전망대 매니아


오뎅꼈습니까-


가고싶었어요 #2 - 요이치 증류소(余市蒸溜所, https://www.nikka.com/distilleries/yoichi/)

스스키노의 명물인 니카 위스키 아저씨. 산토리 야마자키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져 있지만, 니카 위스키의 싱글 몰트 위스키 증류소. 오타루에서 한참 올라가야 해서 '야마카지 증류소도 가봤는데 요이치도 못갈쏘냐!'라고 생각했지만...휴일이라 패스.


아, 뭔가 아쉬운데...


오타루를 떠난다.


삿포로로 돌아가는 열차.


뭔가 아쉽다. 실망은 아니지만, 실망에 가깝다. 물론 관광객이니 아무리 로컬 사람처럼 돌아다니려고 해도 관광객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관광객의 기대가 있는만큼 기대가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실망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밖에 없는 것. 만일 계획대로 스키장이나 증류소까지 다 갔다면 달라졌을까...?


돌아오는 길에 푸시 ㅇㅅㅇ! 많이도 돌아다님;




삿포로에 돌아와서는 삿포로역과 연결된 몰을 구경한다. 역시 도시가 좋군?


Atmos의 맘에 드는 신발(!)과 라떼 맛집 Streamer Coffee.


그리고 또다른 실망(!)


해산물이다. 그냥 해산물...


저 계란말이에 게살을 뿌려주는 것이 궁금해서 찾아간 にほんいち 別宴邸. 하지만 맛은 그저 그랬고, 같이 주문한 사시미 모리아와세도 으음, 뭔가 신선도가 떨어지는 느낌...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사전에 본 가게는 무려 집에서 가까운 스스키노였다. 우리가 지점을 찾아간 것.)


슬렁슬렁, 걸어서 집으로 돌아간다. 일루미네이션을 즐기며 집으로 가보자.


홋카이도 구도청 앞의 일루미네이션홋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까지 이어지는 중심가의 알루미네이션.
TV타워도 지나간다.


걷고 걸어 집에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실망에 가까웠지만, 실망은 아닌 하루. 아마, 이제 서서히 긴 여행의 끝자락에서 지쳐가는 것도 있을 것이고, 너무나 관광객같은 하루여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로 오타루라는 곳에 대해 여기저기에 알려진, '부풀려진 것'의 실체를 봐서 그럴수도. 그래도 또가면 좋을 것


오타루 관광 협회 홈페이지(https://otaru.gr.jp/)를 보면 정말 궁금하고 즐거워보이는 곳이 많은데, 다음에는 더욱 즐거울 수 있을까-? 오타루, 이제, 정말 한동안 안녕! 다음엔 더욱 기대해볼게!


To be continued.


♬ T Series - https://brunch.co.kr/magazine/tserie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