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8. 여행기라는게 그렇더라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홋카이도 여행기도 마지막. 마지막 날은 전편(https://brunch.co.kr/@ryumiverse/19)에서 이야기한 대로 일어나서,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 끝. 일정으로는 끝이지만, 홋카이도 여행기를 쓰면서 남은 이야기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왜 여행기는 어려운가
아침, 해가 밝다. 아니 왜 오늘 맑아
어제의 가벼운(?) 마지막 날 파티로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고 짐은 무겁다(?). 언제 삿포로역까지 가서 열차를 타고 가나-하면서 전철역으로 걸어가는 길, 곧 출발하는 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만난다. 너무나도 운좋게도 바로 승차, 바로 출발!
이제 슬- 여독이 올라올 때, 버스에서 신나게 자다보니 공항 도착. 소요 시간이 비슷한지라, 약간의 여유가 있어 공항을 둘러보고 탑승을 준비한다.
비행기는 여지없이 출발하고, 이제 한국으로 간다. Good-bye, 홋카이도.
그리고 맑은 날이 보여준 홋카이도의 Air 투어
신치토세공항을 한바퀴 돌아 간다. 보통 공항 위를 이렇게 순회하는 경우가 많아도, 이렇게 전경을 보기 쉽지 않은데. 이제 가면 못올거야...란 인사였나
치토세 방문의 날, 주요 목적지 중의 하나였던 시코츠호.
또 치토세 방문의 날에 노보리베쓰의 일정 계획에 있던 "정말 동그란" 쿳타라호.
쿳타라호도 역시 칼데라 호수로, 일본에서 가장 물이 맑은 호수라고 한다. 다음에는 꼬옥 가봐야지. 주변에 도롱뇽 서식지도 있다고 하니 궁금.
* Info from https://en.wikipedia.org/wiki/Lake_Kuttara
...라고 글(https://brunch.co.kr/@ryumiverse/11)에 써두었던 곳이다. 작긴 하지만 호수 왼편에 노보리베쓰 지고쿠다니도 보이긴 한다(...)
쿳타라 호수와 함께 보이는 저 멀리 후지산 같이 생긴 산은, '미니 후지산'이라는 별명이 있는 요테잔(羊蹄山). 활화산이고, 일본의 100대 명산 중의 하나라고 하니(Info from https://en.wikipedia.org/wiki/Mount_Y%C5%8Dtei) 괜시리 가보고 싶군.
이번에도 호수. 시코츠호수와 쌍벽을 이뤄, 치토세의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는 토야호.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데, 가운데에 섬이 있다. 저쪽도 궁금...하지만 언제 또 가니
하코다테가 비행기 왼편이라 보지 못해 아쉽지만, 오른편에서 하코다테로 오가는 길을 보면서 가서 다행. 이렇게 홋카이도 Air 투어를 하고 한국으로 날아간다.
즐거웠어, 홋카이도.
원래 이번 여행은 아바시리(위 이미지에서 가장 왼쪽 위의 지역)쪽에서 쇄빙선을 타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지만 쇄빙선은 1월 말즈음부터. 아니 12월 말-1월초는 겨울 아닌가
그래도 어쨌거나 즐겁게, 기억에 남게 다녀왔다. 아직도 이 때의 사진으로 iPhone의 잠금화면과 홈화면을 세팅 중. 그리고...그 이후 본격적인 COVID-19의 시대가 열렸다. 매년 방문하던 오사카 Universal Studio Japan의 Cool Japan도 가지못했고(다행히 올해는 선정된 IP가 관심도가 낮은 것들!), 올림픽이 시작되면 지인 방문겸 가보려했던 도쿄도 가지 못했다. 장기적으로 가보려했던 시애틀-포틀랜드라거나, 서서히 관심을 가지고 가보려 했던 대만이나 중국도 보류. 돈 안쓰는 건 좋
이렇게 나의 "월간여행"프로젝트는 개점휴업 중이다. 국내로, 호캉스로 월간 여행을 소소하게 다니고 있지만, 명함에 써놓은 'Jet-set Creator'라는 말이 무색하게 항공기를 탈 일이 없어졌다.
여행, 앞으로 가능은 할까...?
지금도 여행을 좋아하고, 가고픈 곳도 많고, 많은 곳을 다녀온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글이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경험한 '자유여행'의 시대는 끝일거라고. 눈물나게 슬프지만(!)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각 국의 국경은 더욱 잠길 것이고, 설사 열린다하더라도, '건강'이 보장되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니- '여권'처럼 건강을 증빙하는 국제 공용의 어떤 '문서'가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누구나 골든 에이지 - '황금기'를 그리워한다. 사람들은 자유롭게 오가는 '자유'를 맛보았고, 다른 나라에서 누리는 새로운 '경험'을 알고 있고, 국가 경계 없이 오가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알고 있다.
지금 COVID-19로 인해 저가항공사들과 여행업계의 회사들이 부도나 파산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의 황금기'를 겪은 사람들은 이 황금기를 그리워할 것이고, 결국은 다시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비록 여행 시 챙겨야 하는 문서가 하나 더 늘지언정, 여행을 사람들이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그런데, 여행기라는거
이번 홋카이도의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하릴없던 여행을 정리해서 기록해두자. 나도 많은 이들의 기록에서 도움을 받은 것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단순히 사진과 일정을 나열하지 말자. 가이드 시절, 모르는 것을 보던 나와 적어도 한 줄 지식이라도 알고 보는 나는 그 느낌과 기억이 천지차이였다. 이름은 정확하게, 한줄이라도 정보를 넣어주자. (단, 단순하게 구글이나 위키피디아 검색 결과 링크와 같은 글이 아니라, 내용에 녹여내자.)
최대한 자세하게 쓰되, 너무나도 많은 내용을 담지는 말자. 나중에 '아 이런 일정으로 이렇게 갔구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일정 정도로 기록해두자. 가이드북을 쓰는게 아니잖아.
...정도였다. 더 있던가 시작이 오래되어 가물
그럼에도, 여행기라는 글이 참 어려운 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순히 일정 나열이 되기도 하고, 정보를 파다보니 글 쓰는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며, 쓰고 싶은 내용이 산더미처럼 쌓여 혼자 지쳐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벼운 에세이처럼 쓰고 싶지도 않고.
한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도 다니고, 원하는 것을 쓰고, 남기는...크으 멋져, 멋져.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유튜브나 할까'와 같은 느낌이다. 영상은 흔하다. 채널 만드는 것도 자유롭다. 그렇다고 특징없이 올리면 누가 봐주나. (다른 작가들도 똑같겠지만) 여행작가도 마찬가지이다. 여행, 자유롭게 갈 수 있다. 사진, 영상 등 결과물은 많다. 그런데, '색'이 없다면 내 여행의 기록들을 누가 봐주고, 누가 공감해주고, 누가 참고할 것인가.
그럼에도 또 '유튜브'와 같다. 끊임없이 영상을 올리다보면 '특징'을 찾을 수 있고, 누군가는 채널을 알아봐준다. 똑같이 나의 '색'을 찾아 끊임없이 올리고 다듬다보면, 언젠가 나만의 색이 가득한 여행기를 남길 수 있겠지.
여행기는 어렵다. 그리고 나에겐 아직 남겨진 여행의 흔적들이 있다. 전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언젠가는 쓰게될 이야기들 - 돗토리, 타카마츠, 오사카 등등 - 까지.
다시, 여행기는 계속된다. 이 T Series의 매거진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