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은 국민을 위한 은행이 아닙니다
* 아래 글은, 추석 연휴 전 어느 날 갑자기 기존의 앱을 중단한다는 하나은행 '하나원큐'앱의 공지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내용을 기록한 글입니다 :-)
어느날, 정말 오만년만에 하나은행의 뱅킹을 통해 이체를 할 일이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하나원큐'앱을 들어갔는데, 새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길래 아무 생각없이 업데이트를 눌렀다. 그랬더니 업데이트가 된 앱은 기존의 '하나알리미'라는 앱.
ㅇㅅㅇ?? → 이게 내 표정
하나알리미앱은 출시되었을 때 위와 똑같은 표정을 지었던 앱이었다. 기존의 '하나원큐'앱으로 충분히 입출금 알림을 잘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알림이 오지 않아 살펴보니 '알림'만을 주는 앱을 분리한 것.
아마, 이 앱을 통해서 하나은행과 관련된 온갖 알림을 전송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기초적인 입출금 알림, 원하는 환율에 도달했을 때의 알림, 디지털 대기표로 순서 알림, 내 통장의 혜택 알림 등등. 아마 고객이 원하는 알림을 설정해두면, 알림을 보내고, 이를 통해서 고객이 더욱 많은 은행의 서비스를 이용(=우리는 돈을 벌지 후후)하겠지-라는 기획이 아니었을까 싶다.
은행들이 '디지털 선언'을 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아이폰이 발표 될 때마다 '신형 아이폰 발표! 혁신은 없었다!'와 같은 느낌이다. 연례행사같은 느낌.
(사이렌 오더 애기가 나와서 이 기사를 가지고 옴 ㅎ)
뭐 디지털 선언을 하는데 구시대적인 발표식을 해서 조롱거리가 된 은행도 있었고, 빅데이터 선언을 발표했지만 조직 자체가 빅데이터를 위한 조직이 아니어서 조롱거리가 된 은행도 있었다. 특히 카카오뱅크, K뱅크와 같은 인터넷 뱅킹 기반의 은행들이 나오면서, 은행들의 '공허한 외침'과 '헛발질'도 계속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위비톡'
위비톡은 얼마 전 서비스를 종료했다. 초창기 런칭 당시에, 우리은행의 지인 혹은 지인의 지인, 지인의 지인의 지인까지 동원해서 가입을 유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후 유재석을 모델로 하는 광고부터 시작해서, 웹툰, 마켓, 번역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확장된 서비스 출시를 이어가길래 나름 '성공'의 'ㅅ' 정도는 가는구나-하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용자가 없어서 그랬던 것인가!)
그런데, 다양한 '금융'앱들, 특히 가장 대표격인 '은행'의 앱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참 많다. 위비톡을 위시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서, '이미 잡힌 물고기'격인 고객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새로운 물고기'인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은 좀 무리를 해서 이해하고자 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상한 점은, '새로운 앱'의 출시이다.
왜...앱이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 나름 다양한 은행에 계좌가 있어 뱅킹을 위한 앱을 깔아두고 "Finance"라는 폴더에 넣어두었는데, '주거래'로 사용하는 은행인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하나의 폴더를 만들어야하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내가 은행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단지 필요한 것은 아래의 기능들 뿐이다.
입출금에 대한 알림을 받고 싶어
각 은행을 통해 발급된 카드들을 온라인 결제에 쓰고 싶어
포인트 쌓아주는 것에 대한 알림과 확인을 하고 싶어
뭐 정말 가끔 카드 안가지고 나와서 현금 필요할 때 앱으로 돈을 찾고 싶어
그.런.데. 이 소박한 4가지 기능을 쓰려면, 위처럼 앱을 신나게 깔아야 한다.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제대로 기능을 쓰려면 '공인인증서'로 1차로 로그인 하고, 이후에 생체인식(Face ID, Touch ID 등)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 것. (+ 그리고 정말 오만년만에 앱을 실행하면, 로그인이 다시 다 풀려있다 -_ -)
공인인증서 문제야 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인터넷에서 뱅킹이 된대!'라는 말을 듣자마자 신청해서 인터넷 뱅킹을 쓴지가 벌써 1X년 수준을 넘어 2X년 수준에 근접하는데, 맥을 쓰기 시작한 이후와 스마트폰 시대가 온 이후에는 뭐 거의 연례작업처럼 경건한 마음으로 오류가 없길 바라며 하고 있으니. 얽 곧 그 연례작업 철이군?
어쨌거나, 아직 은행의 앱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나은행은 새로운 'NEW 하나원큐'앱을 만들어 내었다. 일개 소비자이기에, 별 수 없이 새로운 앱을 써야겠지.
정말, 생활금융 플랫폼이 되고 싶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가장 원하는, 가장 손쉬운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주거래은행을 위에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이는 급여이체, 카드 결제, 마이너스 통장 등과 같은 굵직한 금융일 때의 이야기. 실은 내 생활금융에서 '주거래은행'은 '카카오뱅크'가 된 지 오래이다. 왜 카카오뱅크가 독보적인 인기를 얻는지, 앱을 많이 쓰이는지 '제대로' 생각을 해봤을까? 설마...아직도 카카오뱅크는 라이언, 어피치, 무지&콘...과 같은 캐릭터가 있어서 인기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새로운 'NEW 하나원큐'앱도 출시되자마자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생체인식이 아닌 하나은행이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얼굴인식' 기능을 넣은 것. 넣은거야 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약관에 '학습용'으로 사용된다는 고지를 안했던 것, '필수' 동의 조항이었던 것이 문제였다. 이후 개선을 하면서 별도의 선택 약관으로 넣었지만- 물론 나는 동의하지 않음 왜 이런 기술을 꼭 자체의 기술로 하려는 것인지, '디지털'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 위 기사에서 우리나라의 디지털경쟁력이 8위라고는 하지만, 기사에서 언급한 '은행과 금융 서비스(49위)'라는 부분을 잘 생각해봤으면. 새로운 'NEW 하나원큐'앱은, 잠시 만져본 것 뿐이지만, 그들의 생각은 '디지털'과 아직 멀은 듯 하다.
PS - 나를 또 "ㅇㅅㅇ??"하게 만든 새로운 하나원큐앱 광고(...) + 생각나서 찾으러 들어갔다가 본 경악(!)할 채널의 리스트는 맨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