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나에게 자신감을 가지면
원체 사진을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있다. 여행을 가거나, 맛집을 가면- 기록 삼아 사진을 열심히 찍지만, 내가 찍히는 것에 있어서는 두려움이 컸다.
그 이유는, '내가 보는 내가 어색해'라는 것이 가장 컸다. 셀피에 나오는 내 모습은 왜 그리도 어색할까. 그리고 점점 더 셀피용 카메라의 화질이 좋아지면서 그 이유는 점점 더 커져갔다. 와, 이렇게 어색하다니.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가서는 사진(+사진 정보에 포함된 날짜와 지리정보까지)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셀피로 나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단지 그냥 '어색'해서 남기지 않는 것일까...?
결론은 간단했다. 내가 나에게 가지는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었다.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떠나, 즉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셀피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에서 '차이'를 느꼈기 때문에 어색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가 바로 '자신감'이었다. 분명 내가 보는 나의 모습은 그렇다. 뭔가 항상 즐겁게 즐기고, 자신감 있게 리딩을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견뎌내고 '나의 길'을 가는 모습, 등등 긍정과 자신감의 덩어리, 그게 보통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인데 실제의 나는 그런 모습과 '차이'가 있었던 것이었다. 결국, 그런 '이상적인' 모습의 내가 아닌 '현실의 나'를 보여주니 '셀피로 나를 보여줄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 누구나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실에서의 나'에 대한 차이를 느끼긴 할 것이다. 외모의 측면에서도 그렇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내가 처한 상황, 혹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까지- 여러 측면에서의 이상적 나와 현실의 나에 대한 차이를 느낄 것이다.
결국 나도 그 차이를 느끼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 속의 나를 보여주지 않고 현실의 나를 보여주는 셀피에 대한 (다소의)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셀피가 늘었던 것은, 그 차이에서 느끼는 '자신감'을 다른 의미로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정말 '이상적인 나'의 모습. 비록 현실은 그런 모습이 아니지만, 지금의 나는 '생각보다' 괜찮을 수도 있고, 그런 '이상적인 나'를 향해 나아가는 나의 모습이라는 '자신감'을 담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아마, 내 모습은 나 자신 스스로 생각하기엔 엄청 볼품없을지 모르겠다. 내일 당장 폐차해야 할 차처럼, 유리도 깨지고, 녹도 슬고, 시동은 걸릴까 의심도 되는. 그런데 한편으로 현실의 나는,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 바닥에 챠악- 붙어가는 슈퍼카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외로 적당히 운전하기 편하고, 녹 하나 없이 세차도 잘되어 있고, 필요한 몇몇 부분은 튜닝까지 되어있는- 무난한 차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아마 누군가는 내 모습을 보고도 충분히 부러워할 수도 있을만한 수준의.
그렇게, 조금이나마라도 자신감을 가져보기로 했다. 셀피도 열심히 찍고, 슈퍼카가 되기 위한 길을 가는 무난한 차의 기록도 많이 남겨두고 싶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상상 속의, 이상적인 나는 목표로 두고, 그 길을 향해 가고 싶어 하는 것. 너무 이상만 생각하지 많고, 현실의 나 자신도 잘 지켜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