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지만
올해도, 벚꽃이 피었다.
"올해도" 피었다.
그리고 벌써 4월이 되었고, 2021년이 되었다.
왜 벌써 2021년...?
요즘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오는 말은 바로 이런 말들이다. 왜 벌써 수요일? 왜 벌써 새벽 1시? 왜 벌써 4월...? 그렇게 아는 듯 모르는 듯 놀라게 하면서, 놀라면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삶이 흘러가고 있다. 저번 글에서 쓴 이야기인데, 요즘은 INFP의 "I"에 맞춰 나를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삶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드는 생각은, 이렇게 삶이 흘러가고 있어도 괜찮을까-하는 의문이다. 나를 돌아보는, '나를 향한'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너무 주변을 보지 않고 그냥 파도에 휩쓸려 둥실둥실 떠돌아 흘러내려가는 무동력 배처럼 삶이 흘러가도 되는 걸까. 적어도 작은 흐름이라도 만들기 위해 발장구라도 쳐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것을 '생각만 하고 있다'는 것이겠다. 분명 원하는 것이 있고, 바라보고 있는 곳이 있는데 그냥 두둥실 떠 있는 파도 위에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만 생각하고 있는 것.
누구나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질 것 다 가진 부자라도 가지고 있는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고민이 있을 것이고, 넉넉지 못한 사정의 사람이라면 넉넉지 못한 사정을 타개할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올해 30이 된 사람들은 다가올 30대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고민이 있을 것이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새로운 회사에 적응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람들은 '선택'을 한다. 잃어버릴까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보안업체를 선택할 것이고, 넉넉지 못한 사정을 타개하기 위해 대출을 선택할 것이다. 30대의 삶을 잘 살기 위해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회사에서 일단 결과를 내보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이 '최고'의 결과를 항상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어도 '최선'이 되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물론 망하기도 합니...)
결국, 나는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그냥 두둥실 떠가고 있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민이 없는 세상도 없고, 고민이 없는 사람도 없고, 사람이라면 아마 고민이 없는 시간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해결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선택'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
그래도 어떻게든 지금처럼 계속 흘러가게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선택을 할 것이고, 그것이 '최고'가 될지, '최선'이 될지, 그냥 '최악'이 될지는 아마도 그 선택 이후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도 아마 내가 감수해야 하는 무언가가 될 것이다.
그렇게 흐르는 것이 삶이 아닙니까
어쨌거나 결에 맞게 흘러흘러가는 삶이 될 수도 있고, 소심하게 발버둥 치는 삶이 될 수 있고, 강렬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삶이 될 수도 있겠다. 그것을 만드는 것이 나의 선택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 삶의 흐름일지 모르겠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삶이 흘러가고- 다시 내년에도 또 '아니 벌써 4월?'하면서 놀라는 시간이 올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되어, 내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래도 뭔가 하나씩 하나씩 선택하면서, 일단은 좀 고민을 해결하다 보면- 그냥 흘러가는 대로만은 아닌 다른 어딘가로 내 의지대로 가는 모습을, 내년 벚꽃 필 즈음에는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