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 Serie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miverse Mar 01. 2020

P03-이제 우리 그만 만나야 할까

넘쳐나는 미디어를 피한 자가격리

최근에 '이시국'씨가 또 출현했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일명 '노노저팬'의 '이시국'씨가 첫번째 '이시국'씨고, COVID-19(아래부터는 '코로나'로 호칭)로 인해 사람들이 자발적인 히키코모리가 되면서 생긴 '이시국'씨다. 


먼저 실제로 성함이 '이시국'이신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시국'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나라가 얼마나 대단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모두 잘 알겠다. 그런데, '이시국' 덕분에, 자의 80%로 나는 '셀프자가격리'중이다. 확진자를 직접 만났다거나, 간접적으로 주변에 있었다거나 스쳐서 코로나를 피하기위한 자가격리가 아니다. 바로 '넘쳐나는' 미디어로부터의 자가격리이다. 아마...지금 그런 사람 많을 걸?


차라리 도망갈 수 있는데라도 있으면...근데 80개국 넘게 격리라며?


 왜 나는 점점 자가격리의 세계에 빠져들었나 


세상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이래저래 논란들이 있었지만 '프로듀스48'과 같은 쇼 프로그램도 있고 '사랑의 불시착'같은 드라마도 있고, 사회적인 관심을 환기시키는 '그것이 알고싶다'에 어르신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미스터 트롯'까지 지상파, 종편, 케이블 채널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채널과 프로그램들이 많다.


꺄아 흥해라 아이즈원!


그래도, 가장 '재미'의 1순위는 뉴스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뉴스를 페이스북이라던가, 뉴스레터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서 소식을 접하고 있지만 나에게 기본이 되는 것은 지상파 채널 KBS, MBC, SBS의 뉴스채널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에 쇼를 결합한 형태의 'KBS 뉴스타임' 등을 통해서 밤 사이에 일어난 뉴스를 보았고, 이슈가 생기면 각 채널에서 중간중간 진행하는 뉴스를 보았다. 대략, 그리고 (집에 있다면) 하루의 마무리는 8~9시 경의 메인 뉴스, MBC '뉴스데스크', SBS '8 뉴스', KBS '뉴스9'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좀 늦는 경우에는 '나이트라인'으로 마무리를 하기도. 그러다보면 심한 경우 아침에 본 자료화면을 자정 경의 뉴스까지 하루 3~4번 넘게 보는 경우도 있었다. 완전 뉴스홀릭 뉴스중독 안보면 손이 떨려요 ㄷ ㄷ


일단 각 채널의 '성향'은 별개의 문제다. 뉴스를 많이 보다보니 대략적인 보도 내용만으로 방송국을 맞출 수 있긴하지만(...) 내가 중점으로 보는 것은 전달해주는 '팩트'의 내용과 각 방송국에서 보여주는 '관점의 차이'를 볼 뿐이니까.


이전에도, 하루에 3~4시간, 국내에서 발간되는 조간, 석간 신문을 대부분 보던 때에도 그랬다. 그 때는 폰트만으로 신문사를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사설까지 가지 않더라도 특정 기사에 대한 논조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타이틀과 서브 타이틀을 어떻게 뽑을지, 주요 이슈에 대해 신문사가 부각하려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비교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때와 유사하다고 해야할까? 나는 특정 '성향'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그렇게 기본적인 '팩트'와 그 팩트에 대한 '관점'을 취득하면, 아래와 같은 소스를 통해 특정 뉴스에 대한 나의 견해 or 의견 등을 만들거나 '관점'을 확대할 수 있었다.

-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유통되는 마이너 언론들의 뉴스
-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다양한 '썰'
- 단체 채팅방 등에서 돌아다니는 뉴스 
- 검색 등을 통한 상세한 정보


그런데, 이건 '자가격리'를 시작하기 전의 일. 나의 미디어에 대한 자가격리 시작은 '조국사태' 때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페이스북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모든 뉴스는 '조국'으로 시작해서 '조국'으로 끝났다. 저기요? 제가 궁금한 것은 조국 이외에 다른 뉴스거든요?


당시 뉴스를 보던 내 표정...?


그래서, 나의 첫 자가격리를 시작했었다. 


뉴스에 대한 애정이 -100 되었다!


아침에는 뉴스를 보느니 차라리 아침 드라마를 봤고, 저녁 뉴스를 볼 바엔 (심지어 본 것임에도) 재방송을 보거나 '6시 내고향'을 봤다. 그냥 생각없이 피식대는게 뉴스보다 나았으니.


 다시 자가격리를 한다 


나는 요즘에 다시 뉴스에 대한 자가격리 중이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정부 브리핑을 중계해주는 '뉴스 특보'는 가아끔 틀어보긴 한다. 것도 텔레비전이 아니라 유튜브로.


'조국사태' 이후 다행히 평온한(?) 삶으로 돌아오면서 나의 뉴스 패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침 뉴스를 보고, 하루 중간 중간 뉴스를 보며, 저녁엔 8시 경의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다시 뉴스의 재미를 찾았다. 뉴스에 대한 애정이 다시 +100되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가지고 있던 뉴스에 대한 애정에 코로나 이슈에 대한 염려와 관심까지 더해, 뉴스를 보고 → 마이너 뉴스들의 기사를 보고 → 온라인 커뮤니티의 다양한 썰도 읽어보고 → 네이버와 구글, 위키피디아 등을 통한 검색까지. 별의 별 기사와 게시물을 보면서 '드립의 민족'이라고 낄낄대기도 하고, 신천지라는 곳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으며, 신천지에 '좋아요'를 한 페친이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돌고도는 썰들이 진짜인지 검색도 해봤다. 하루에 거의 뉴스 혹은 관련된 내용으로만 보내는 시간이 3~4시간은 된 듯.


그런데, 이런 것이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뉴스는 팩트를 전달하긴 하지만 너무 과다한 정보로 넘쳐나면서 전파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편적인 같은 내용만 반복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의 썰들은 다시 정치적 전쟁을 시작했으며,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 접하는 정보는 믿고 거를만큼 가짜 뉴스가 넘쳤다. 내 이런 걸 보면서 시간을 쓰느니 차라리 게임 유튜브 채널이나 트위치 생중계를 보고말지


뉴스를 볼 바엔 VLOG나, 동물이나, 게임 채널을(!!) 마우스는 뭐지?


올해 들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줄이고, 나 자신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기도 했지만 이렇게 다시한번 '오버'되는 수준의 정보 쓰레기가 넘쳐나니 더욱 더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나 나름대로는 나만의 명확한 뉴스 소비의 기준이 있고, 어느 한쪽의 성향에 편향되어 있지 않으며 아나키스트, 여러 경로로 입력된 뉴스의 내용들을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스스로 머리속에 정리해 나만의 의견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는데, 이 수준을 넘어가니 '보호모드'가 작동되어 버린다. 


뉴스야, 이제 한동안 그만 만날때가 된 것 같아.



다시 만날 땐 '...자니?'라고 보낼...?!


그냥 늘어져 있고 싶다 더욱 격렬하게 암것도 하지 않고


물론 '조국사태' 때처럼 완전히 소식을 끊고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전체 확진자 수는 궁금하고, 가끔 움직이는 내 동선에 코로나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신천지는 어떤 처벌을 받을 건지 궁금하다.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 의료 체계와 관련 종사자, 정부의 시스템도 응원한다. 그렇지만 '보호모드'가 작동된 나는 아마 뉴스를 한동안 보진 않을 것 같다. 대신 VLOG의 신세계에 빠졌다


언제, 다시 뉴스를 호기심있게 바라볼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P01-나를 돌아봐 나를 (Feat. DEU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