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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miverse Mar 15. 2020

T03_홋카이도-일본서 렌트카는 필수입니다

Part 2. 그 겨울의 눈을 견딜 수 있다면

일본에서 렌트카로 운전해서 돌아다니는 것, 많은 사람들이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가장 큰 장벽인 우핸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생기는 좌/우회전 혼돈의 카오스,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시판, 알 수 없는 다른 차들의 행태...


하지만, 또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홋카이도는 렌트카가 필수이다. 당일치기 투어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고 JR패스 등을 비롯한 패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만, 그래도 렌트카로 돌아다니면서 보고자 하는 것을 여유있게 보는 것 - 그 즐거움은 또 다른 매력이다. 운전자의 피곤함은 예외


우핸들은 운전 좀 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적응이 가능하다는 점! 딱 하나 빼고!


#Day 2

일정에 따르면 오늘은 비에이의 투어를 하는 날. 1월 1일에 투어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1월 1일에는 많은 곳들이 쉬니까, (주로) 자연을 보러가는 비에이는 괜찮겠지-?'라는 이유. 


1월 1일 휴일, 자연, 성공적.


아침, 어제 밤부터 온 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다. 세상은 하얗고 조용했다. 그래서 늦잠


잠이 덜 깬 동반자를 잠시 두고, 삿포로역 북쪽 출구에서 차를 렌트. 예약한 차는 혼다 모델의 4륜(혹은 동급)이었는데, 렌트를 하고보니 다시 토요타의 Vitz. 언제 Vitz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을 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지금 글을 쓰며 한 생각이고, 인수 후 숙소로 출발하는 길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 왜, 눈인것이지. 가뜩이나 좌우가 바뀌어 긴장하는데, 한국서는 경험을 거의 안해본 눈길 운전이라니. 것도 제설이 되지 않고 길이 하얗게 덮인 길에서 운전이라니...?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약간의 미끄러짐을 경험하다보니, 차도 손에 익고, 길도 손에 익고, 좌우도 손에 익고. 내 머리도 익고.


* 일본에서의 운전이 궁금하다면, https://uh.dcmys.kr/1230 를 가보자!


계획보다는 약 30분 정도 늦었지만, 출발을 했다. 렌트카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 산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렇게, 눈과 함께하는 하루가 시작이 되었지만, 그때는 아무 것도 몰랐다. 그냥, 온갖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본 많은 풍경들을 보러가는 것이 좋았을 뿐.


첫 휴게소. 자동차는 보호색이 잘되어 있다. 날이 개는 줄만 알았다.


오늘의 계획은 일단-

1) 비에이의 나무 지대(왜 그리 나무들이 많은가)

2) 시라히게 폭포

3) 시로가네 파란 호수

4) 타쿠신칸

5) 닝구르 테라스

...를 도는 일정.


하지만, 이렇게나 많은 나무를 다 볼 수 있을까?

검은 별이 둘러둘러 다녀온 곳. 나무 지대는 그냥 몇개만 골라가도록 하자(...)


#크리스마스 트리

원래는 바로 나무 지대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통행요금 절약을 위해 '무료도로'로 검색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38번 국도를 타고 산 사이 계곡길을 따라 눈 길 속에서 'Into the unknown'하고 있었고... 후라노를 거쳐 다다른 첫 목적지가 크리스마스 트리였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향하는 길.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Ricoh GR의 사진. 너무 어두워서 밝기와 채도만 조정.


그래, 겨울의 홋카이도! 겨울의 비에이! 겨울의 나무지대! 눈! 나무! 하얀 세상! 와우! 으앙 듀금


의도치 않은 첫 목적지였지만, 첫 인상은 꽤나 인상이 깊었다. 홋카이도에 대해, 겨울의 비에이에 대해 정형화되어 상상한 이미지, 딱 그런 이미지였다. 게다가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위 사진 속 먼지 같은 것도 눈이다) 감동을 더하는 풍경. 버스투어 팀이 2~3팀 있었는데, 딱 내리자마자 우르르 '우와-' 감탄하고 '찰칵 찰칵' 사진 찍고 다시 '우와-'하고 버스를 타더라. 우리도 비슷했지만, 그래도 보고픈 만큼 보고 떠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가득하니 :-)


#텅 빈 그 거리, 비에이

1월 1일이고, 다들 쉴거라는 생각은 했다. 아마 투어도 많지않을 거고...하지만 이 정도로 비어있을 줄은 몰랐다. 비에이 나무 지대로 올라가는 길에 들른 비에이 시내. 사람이 없다. 오죽하면, 비에이의 명물(?)이라는 카페 준페이도 문을 닫고, 밥을 먹기도 어려운 그런 상황. 간단히 라면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이후 사람들의 물결(Feat. 단체투어)이 몰아쳤다.


비에이 역 앞 주차장에도 사람이 없다! 여기, 뭔가 무서워...하지만 라면은 맛났지. 그리고 눈은 계속.


특제라고 하는 '할머니 라면(おばさんラーメン)'을 주문. 맛이 좋은데, 비닐이 나와서 다른 라면 하나 값과 교자 값만 냈다. 사람들이 갑자기 몰아쳐 정신없는데 약간 미안한 맘이 들어, '엄청 맛났다!'라고 강조에 강조를!


#켄&메리 트리

유일하게(?) 나무 근처에 카페가 하나 있던 나무. 닛산의 스카이라인 광고에 등장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나무 지대의 나무들이 유명해진 것이 대부분 광고나 영화로 유명해진 것이라고 하니...광고를 한번 보자.


* 안내문에는 72년의 광고라고 하는데, 영상을 보니 76년의 광고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냐.


https://youtu.be/vWhd7yCdP2I?t=686 

(위 링크를 클릭하면 나무가 나오는 부분부터 시작, 아래는 전체영상)


...너무 잠깐 나오는데...? 그러면 지금의 나무를 보자.


화면에 먼지 아니고 눈입니다!


각도가 좀 다르긴 하지만...그 나무 맞지? 광고를 보고 보니 그 옆의 카페가 촬영에 나온 장소가 아닐까 싶다. 나무 자체는 크게 '놀라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눈 오는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즐거웠던 나무. (그리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ㅁ')


#세븐스타 트리

왜 또 광고에 나오는 나무인가...마찬가지로 차 한 대인가를 빼고 사람이 없던 그곳. 보통 '세븐스타 트리'라고 하면 하나만 뙇! 서있는 나무를 말하는데, 나무가 하나만 있는게 아니다!


이 나무가 가장 대표적이지


나무에 대한 설명이 이 나무에 붙어있는데, 그 바로 옆에도 주욱- 늘어선 나무들이 있다.


주욱 늘어선 나무와 오래된 패키지의 나무. 비슷...하지...? 그...그렇지...?


혹시나해서 찾아보는데, 나무 한 그루만 있는 패키지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패키지와 광고에 활용되었다고 하니...아마 패키지는 이 주욱- 늘어선 나무, 광고는 홀로 선 나무를 활용한게 아닐까 싶다. (이것도 나의 뇌피셜. 비에이 관광국에서도 광고인가 패키지인가 혼동하는데, '패키지가 정설(인거 같아요)'라는 태도라고 한다;)


* 일본 구글링을 해본 결과, 당시 판매사인 일본전매공사(日本専売公社, 현 JT) 당시의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디테일의 나라에서 무슨 일? 그래서 안나오는 거였나!

+ 마일드세븐 나무도 있는데, 사유지인 땅에 사람들이 하두 와서 주인이 밀어버렸다고 함(...) 근데 마일드세븐 나무 자료는 JT에 있다고 한다. 역시 주인공만 알아주는 세상

+ 당시 '관광담배'라고 해서 지역의 특산물, 명소 등을 담은 패키지 디자인의 '지역 담배'가 있었다고 한다. 세븐스타 트리의 나무도 그 중 하나가 아니었겠느냐-라는 것이 또 일본 네티즌들의 의견.


#뜬금 사륜구동의 힘

세븐스타 트리를 보고,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주욱 늘어선 나무를 지나 올라갔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좌회전을 하라고. 그럼 해야지. 그런데..."도로 폐쇄" 안내문.


...네?


일단 가봤다. 그리고 한 10미터도 못가서 차가 빠졌다. 눈에. 사륜인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위기. 엄마...전 눈속에서 이제...


약 2,000엔의 차이가 있어서 2륜으로 할까, 4륜으로 할까 고민을 하다 4륜을 선택했는데, 4륜으로 하길 잘했다. 심지어 4륜 조차도 바퀴들이 헛도는 상황에서 거의 10여 분을 걸려 다시 길로 돌아나옴.


여러분, 겨울, 홋카이도 렌터카? 무조건 4륜하세요, 두 번 하세요!


#오야코 트리

부모-자식 나무...라고 해야하나. 그냥 일본어로 '오야코 나무'라고 하니, '오야코 트리'라고 하자. 이 나무 '들'은 나무가 있는 곳 보다 뷰를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 그곳으로 이동. 지름길로 가려다 눈길에 갖힐 뻔 해서 안전한 길로 돌고 돌아 도착.


아이폰 광각 만세다. 저어기 나무 있음. 무려 3개의 나무가.


언덕길로 되어있는 전망 포인트(?)에서 저 멀리 보이는 나무는 3주. 양쪽의 부모와, 가운데 조그만 자식이 걸어가는 형상의 나무라 '오야코(親子)' 나무라고 한다. 하늘이 맑았다면, 정말의 천상의 뷰였겠지만, 나름 눈 속에서 보는 세상 하얀 풍경도 아마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 거야 라고 믿고 싶다


워낙에 넓은 구릉 지대에 뚝뚝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있는 나무 지대(...)다 보니, 모든 뷰가 하얗다. 거기에 하얀 눈이 오는 하얀 구름 아래다보니 정말 하얀 세상. 흔치 않은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이렇게 하얀 세상을 볼 수 있을까...?


나중에, 언젠가는 나중에 이 구릉에 라벤더와 꽃들이 가득한 때에, 파란 하늘 아래서 이 나무들을 만날 수 있기를. 꼬옥, 언젠가는, 함께 :)


#시라히게 폭포 & 시로가네 호수(청호)

비에이시를 기준으로 위쪽의 나무 지대를 보고나서, 다시 비에이시 아래쪽의 시라히게 폭포와 시로가네 호수로 가는 길. 다시 눈은 내리고, 산길이 아님에도 길이 안보인다(...)


차선은 어디...? ㅇㅅㅇ


저어기 빨간 화살표가 길의 경계를 표시해주는 화살표


그러면 빨간 화살표를 기준으로 가면 된다. 길의 경계를 표시해주는 선으로, 저 화살표를 넘어가면 1) 인도로 넘어가거나, 2) 연석에 펑크가 나거나(눈이 많지 않다면), 3) 도로 표지판이나 가로등과 충돌...을 겪을 수 있을 것. 참고로, 산길로 올라가면 저런 식으로 화살표를 통해 중앙선을 알려주기도 한다. 뭐, 차가 어느정도 다니는 길이라면 차가 다닌 흔적을 따라 가는 것도 방법.


먼저 도착한 곳은 시라히게 폭포. '흰(白) 수염(ひげ)'이라는 이름처럼 얼지않은 온천수가 폭포로 떨어지고, 주변의 얼음, 쌓인 눈이 흰 수염처럼 보인다고 했다.


이게 참...그 느낌이 사진으로는 안나와...

흰 수염 같기도 하고 그냥 고드름 같기도 하고...하지만 다리 위에서 보는 폭포의 풍경은, 지금까지 본 여러 폭포들 중에서도 Top급에 들 정도...? 


적절히 차가운 바람, 적절한 사람(가끔 검색하다보면 사람이 너무 많아 보기 여러운 때도 있다고), 적절한 시간, 모든 것이 적절했다. 도깨비 같은 폭포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그리고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딱 적절한 시간이었다. 시로가네 호수, 일명 '청호'를 보러가기에. 아마 눈에 덮여 '백호'겠지만, 야간의 라이팅이 멋있다고 하니 어서어서 Let's go-


...는 희망이었고, 그냥 희망일 뿐이었다. 도착할 때가 딱 해가 지기 바로 직전. 점점 어두워지는 호수를 봤고, 일루미네이션을 기대했지만 안한대(...)


마음 착한 사람에게는 파란 호수가 보입니다.


예쁘다. 예뻐. 마음 속으로 일루미네이션이 잔뜩 들어와있는 청호를 보고, 실제로는 눈이 쌓인 백호를 보았다. 여행의 기억은 마음으로 본 풍경이 더욱 깊이 남을테니.


#타쿠신칸

타쿠신칸은 홋카이도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세계에 홋카이도, 특히 비에이 지역의 이름을 알린 마에다 신조(前田 真三)의 사진 갤러리.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보다는 그 옆 자작나무 길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하는데, 이미 청호를 보고나니 입장 시간이 지나서 과감히 패스. 아쉬움은 없다. 또 오게될 것이고, 그때 다시 보지 뭐. 


#닝구르 테라스

비에이 여행을 검색하면 항상 나오는 곳이 이 닝구르 테라스. 닝구르가 대체 무슨 뜻이야- 뭐길래 닝구르 닝구르 하지...? 뭔가가 닝글닝글 굴러다니나 그런데, 영어도 아니고, 쿠라모토 소(倉本 聰)의 작품에 등장하는 요정이라고 한다. 1981년 화제가 된 '키타노쿠니카라(북쪽의 나라로부터, 北の国から)'라는 드라마를 쓴 작가인데, 이 작가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요정의 숲'이라는 테마의 공간이 닝구르 테라스라고. 요정이 무언가를 만들 듯, 핸드 크래프트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고, 카페가 있고, 겨울에는 작은 놀이 동산 같은게 생기기도 한다. 그런 거 관계없이 대부분 인생샷 찍으로 가는거 같...


요정들의 나라 같기는 하다 ㅇㅅㅇ!
조명이 정말 예쁘다. '조명이'...


핸드 크래프트 가게를 몇 개 들어가봤는데, 예쁜 것도 있고, '이게 뭐야' 하는 것도 있고...규모 자체가 작아서 가게를 들러들러 보아도 넉넉히 한 시간 정도면 볼 수 있을 듯.


* 프린스 그랜드 리조트 후라노(https://www.princehotels.co.jp/furano-area/) 내에 있다. 어느 정도 늦은 시간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후라노 주변에 볼 것이 많고, 스키장이라던가, 로프웨이 등의 어뮤즈먼트 시설이 있어 숙박을 해도 좋을 듯. 가격은 상상에 맡깁니다


하지만 / But / However-


약간의 실망을 주었던 닝구르 테라스보다 더욱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였으니, 바로 카페 '모리노토케(모리의 시계, 森の時計)'. 저녁 시간이기도 했고,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싶은 때에 발견.


커피와 케익을 먹고 카레를 먹는 묘한 순서. 맛은 제법 합격점 이상 수준.


카운터석에 앉아 블렌드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를 담아 밀(그라인더)를 내주는데 이를 직접 갈아주면 커피를 내어준다-라는 말이 있어 고대로 카운터 석에 앉아 그대로 해보았는데, 지금 홈페이지를 보니 닝구르 테라스에 영감을 준 작가, 쿠라모토 소(倉本 聰) 각본의 드라마 '야사시이지칸(친절한 시간, 優しい時間)'에서 주인공이 오픈한 카페가 이곳으로, 드라마의 명장면 중의 하나가 '카운터 석에서 밀(그라인더)로 커피를 가는 것'이라 그걸 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뭐, 워낙에 오래된 드라마라 처음 들은 제목이지만- 나름 색다른 경험.


#집으로 가자

프린스 호텔의 편의점이자 기념품 샵에 들른 뒤 이제 집으로. 비에이 & 후라노 지역은 차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홋카이도 면적이 남한 정도 사이즈라니까 게다가 눈길이고, 밤길이고, 산을 지나야 하고, 고속도로도 가야하니까 서두르자.


삿포로로 돌아가는 길. 차가 무거워진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비록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 밭에 펼쳐진 풍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말 흔치 않게 몇년 치 눈과 그 아래 풍경들을 그리고 눈길 운전을 하루만에 경험한 하루.


가고싶은 곳을 여유롭게, 자유롭게.
렌트카하길 잘했다.


내일은 삿포로 남쪽, 치토세 & 노보리베쯔 쪽으로 이동하는 날. 과연, 내일의 렌트카는 어떤 여유를 가져다 줄 것인가!


To be continued.


♬ T Series - https://brunch.co.kr/magazine/t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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