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르

by 여더리

내 방에 큰 벌레가 산다.


항상 커튼 곁은 그 놈 차지였다. 어째서 그 자리를 고수하는지는 모른다. 그냥 검은 등딱지를 한참 노려보고 있노라면, 푸른듯 붉은 비늘같은 것이 징그러워질 뿐이었다. 시체 눈만큼 생기없는 빛이었다.


숨은 오보에 소리에 가까웠다.

누군가 벌떡 일어나 놀래킬 것 같은 적막이 두려운 나에겐 꽤 좋은 소음이었다. 큰 덩어리의 공기가 콧등쪽 피부에 튕기는 소리.

깊은 오보에 혹은 트럼본이다.


'자빠뜨리는 수가 있어. 칼라 진'.

바보같은 말이 희안하게 맴돈다. 안살아봐서 모르겠는 몇십년대의 말투. 흙 풍기며 차를 등진 도망이 우습진 않다. 개한테나 쫒기는 주제에.


아까 먹은 감자튀김이 자궁 근방에 쌓였는지 길을 따라 배가 아프다.

총없이 압축공기로 사람을 죽이는 단발놈보다, 그 놈이 쥔 우유가 더 이끌릴 때. 주인공 얼굴의 인광이 내 지문이었음을 깨달을 때. 바보같이 부은 입술에 침을 덧발라 상하로 찢어지는 때.


비염인 줄 알고도 향없는 초콜릿을 씹는다. 숨이 막혀 커피를 마시지만, 코가 부어 숨이차고, 입으로 쉬는 숨이 부족해 다시 한 숨 크게 들이쉰다. 초콜릿 먹다 죽은 사람이 있을까. 이러다 목이 붓는다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매번 마셔온 커피에 알러지반응이 나기를. 소망이 쓰다.


귀 뒤편 머리카락은 아무리 공들여 잘라도 긴 숱이 남아있다. 한꼬집 쥐어 돌린다. 거울없이 가위를 들면 무언가 자르는 맛이 생경할 뿐. 목에 남는 작은 것들은 기어코 옷 속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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