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연애에는 답이 없다.
연애에는 답이 없다. 그럼에도 '이제 다 끝났다!' 싶었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끝내고 새로운 사람과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 모든 고민 걱정이 끝날 것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착각했다. 흔히 '똥차'라고들 말하는, 지겹게 괴롭던 어느 저편으로 가버린 사람에서 벗어나 '벤츠'를 만나면 될 일이라고 믿었다. 나를 열망 어린 눈으로 사랑해주는 사람 곁에서 다시 나를 일구어가고 새로이 시작하면은 무엇이고 다 해결될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나는 무너진 나 속에서 그토록 사람을 찾아 헤맸고 예상지 못한 곳에서 그를 발견했을 때, 나는 쓰렸던 곳곳을 다 이겨낸 양 제법 너그러운 눈으로 기억에 안녕을 고했다. 훌훌 다 털어버리고 새로이 내 갈길 가노라고, 만나는 지인에게 굳이 내 연애여부를 숨기지 않았고 과거와의 접점에 있는 이들에겐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나는 다시 막다른 구석에 몰린 기분이다. 또 다른 연애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했었는지, 나는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줄다리기 같고도 지옥 같은 월경 (越境)을 다시 한번 시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정도 건너뛰고 홀린 듯 아무런 무장 없이 두 손을 다 들고도 실패했던 일을, 지금은 멈칫거리는 손으로 경계에 서있다. 한 꺼풀씩 벗겨내는 그 힘든 작업을 다시 시도해볼 것이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당연한 일인데 갑작스럽다. 다시 경계를 넘어가다니. 혼란스럽다. 지친다. 내가 그려온 사방이 무너진다.
+
둘간의 관계인 연애는 이기적이어선 안되지만 이것은 당위적인 이야기고, 사랑은 결국은 자아도취된, 이기적인 감정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도 벅찬 감정을 어쩌지 못해 굳이 하려 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런 듯 하다. 다만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이타적이고 또 이기적인 목적을 갖는다는 전제를 달겠다.
오랜만에 이 글을 다시 봤다. 결국은 누구나 벤츠가 되고, 또 똥차가 된다. 나 혹은 상대의 이기적인 동기가 떨어져가는 그 즈음에, 헤어짐의 결말 구성에 따라 우리는 이것도, 저것도 된다. 앞으로도 둘 사이를 왔다갔다 할 것이기에, 아주 인성이 덜 된, 그런 놈을 제외하곤 무엇이었다고 정의내리고 싶진 않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인연이 나를 구원해줄 희망적인, 대체불가능한 무엇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겠다. 그런 것은 없다. 서로의 이기적인 몸짓, 그리고 그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환상을 갖지 않는다.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