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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희 Feb 13. 2022

하버드 대학교와 교류하면서 배운 점.

HCAP(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 후기

작년 9월, HCAP(Harvard College in Asia Program)에 합격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HCAP은 이대 내에서도 유명한 활동이고 내가 이대에 입학하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프로그램이어서 기쁨이 컸다. HCAP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먼저 하자면 하버드 대학과 아시아에 있는 8개의 대학이 교류하는 컨퍼런스 교환 프로그램이다. 이때 하버드 대학은 "하버드 대학 써머 스쿨"도 아니고 "하버드 언어 학교"도 아니고 보스턴에 있는 그 하버드 대학교를 말하는 것이다. 아시아의 8개 대학은 University of Hong Kong, University of Tokyo, St. Xavier’s College in Mumbai, Ewha Womans University in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National Taiwan University, Chulalongkorn University in Bangkok, Boğaziçi University in Istanbul 등이 있고 덕분에 이 컨퍼런스를 통해서 아시아 여러 국가 대표 대학들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도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다.


HCAP이 진행되는 방식은 1월경에 모든 학교  대표단이 하버드에 가서 보스턴 컨퍼런스에 참여를 하고 3월에는 하버드 학생들이 각 나라에 배정되어서 그 나라 컨퍼런스에 참여한다.  이때 컨퍼런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초청되는데 대표적인 스피커로는 올해는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총책임자인 Amy Smeed,  동양계 미국인에 관한 대표 뉴스 플랫폼 Next Shark 설립자 Benny Luo, 그리고 서울 컨퍼런스에서는 작년에 스피커로  초청된 영화 기생충 번역가 Darcy Paquet 등이 있다. 


나는 보스턴 컨퍼런스를 위해서 HcapX(Interdisciplinary Innovation: New Ways to Approach a New World에 따른 아카데믹 발표), 장기자랑과 문화 교류를 위한 태권도 시범을 보였고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HCAP에서의 여정과 느낀 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온라인을 기회로 삼기.

올해는  보스턴 오프라인 컨퍼런스가 확정되었으나 12월 말에 갑자기 오미크론 때문에 하버드가 1월 비대면을 발표해서 급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아쉬움이 당연히 컸지만 서로에게 언젠가는 이것보다 더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올 것이다라고 위로하며 빨리 털어버리려고 했다.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컨퍼런스가 어떻게 보면 인터넷에 친숙한 나(Internet person)에게는 학생 대표단들과 interact하기 더 쉬운 기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이번 보스턴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여러 명과 컨퍼런스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만약 컨퍼런스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면 절대로 이 정도 수만큼의 사람들과 친해지지 못했을 것이다.(예시. 오프라인에서는 내가 하는 말이 최대 내 옆에 두 사람에게만 전달되지만 온라인에서는 내가 발표/질문/피드백/농담을 하면 그것이 100명(~제한 없음) 넘는 사람들에게 즉시 공유가 된다. 그러면 내 발표들이 마음에 든 사람은 소셜에서 나를 추가할 수 있고 마음에 안 들었다면 추가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마케팅에서 발표를 계속하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나와 잘 맞을 사람과 안 맞을 사람들이 자동으로 필터링이 되기 때문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결론: 코로나 때문에 여러 기회(교환, 여행)가 취소될 때의 상심은 크다는 것을 나도 너무 잘 이해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또 최선을 다하면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2. 영어로 말할 때 미안해하면 안 된다. 주문 지우기.

미키킴이라고 구글 아태지역 하드웨어 사업 총괄 전무인 분의 영상을 보던 중

"한국에서 나는 오버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미국에 가니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라는 말이 공감된 적이 있다.

한국/일본 문화에서는 종종 영어로 말할 때 상대방에게 미안해하거나 수줍어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동아시아 출신 대학생들은 말할 때 거리낌이 없다. 영어가 조금 틀려도 문법이 조금 안 맞아도 미안하다는 감정, 수줍어하는 모습은 어디에도 볼 수 없고 할 말을 다 한다. 글쓴이가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나의 완벽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어로 현지인들과 대화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으면 우리 둘 다 최대한 알 것 같은 영어, 몸 언어(body language)을 써가면서 의사소통에서의 차이를 줄여나가려고 노력을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로 영어를 못한다는 것에 미안해하지 않는다. 이것을 또 뒷받침해주는 예시가 Asian Boss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사는 것이 어떤지 인터뷰하는 영상에서 한 외국인 남자가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그 의사소통에 대한 불편함을 나눠가져야 하는데 한국인들은 그 불편함을 온전히 자신만 받으려고 하고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에 굉장히 미안해한다." 라고 말한다.

물론 이게 완벽히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영어는 강대국의 언어이고 영어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어능력을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 문화적 배경까지 추론할 수 있기 때문에 영어를 "완벽히" 구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동양인의 모습으로 영어를 말한다는 것은 실수 하나만 해도 "oh we understand"이러는 분위기 때문에 더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동양인이 쓰는 영어에 대해 더 읽고 싶다면 지인이 쓴 이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수줍어하는 것/지나친 겸손/미안해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 나가는 순간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가끔 한국 사회에서 "재 나댄다"와 "관종"이라는 단어들이 어쩌다가 생겼는지 이 단어들이 존재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가능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단어들은 존재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사회 내에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야" "내가 지금 말을 하면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라는 마인드를 심어놓는다. 그러면 우리에게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이 단어들을 내 머릿속에서 지우거나 계속 이 주문에 걸린 채로 사는 것이다. 나는 미래에 HCAP을 참여하는 학생이라면 꼭 적극적으로 컨퍼런스에 참여할 것을 조언한다.(그리고 또 살면서 언제 디즈니 애니메이션 총책임자한테 디즈니 영화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질문할 수 있는 날이 오겠는가?)


3. 질문하는 것도 미안해하면 안 된다.

나는 보스턴 회의 진행 중에 이대 측에서는 하버드/도쿄대 측에 후디(굿즈)를 보내주지만 우리는 받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쪽에게 우리한테도 후디를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고 제안하였고 돌아온 답은 흔쾌히 예스였다. 만약에 답이 노였다면 그건 그걸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물어보지 않는 것은 답을 아예 100% 'No'로 만들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4. 내가 코로나 학번이라면.

중학생 때부터 팀플이 일상이었던 나는 (누구에게는 얄팍한 경험처럼 보일 수 있지만) 회의를 자주 하게 되면서 이제는 팀에서 누가 어느 정도의 팀플 경험이 있는지 쉽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있는 회의에서 누군가가 "자료조사/프레젠테이션/발표 이렇게 나눌까요?"라고 말하면 oh boi it's going to be a looooong day.) 그리고 이번에 HCAP을 통해 처음으로 코로나 학번들과 온라인+오프라인으로 교류를 하면서 앞으로 미래에 코로나 학번들과 어떻게 같이 일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한 만약 내가 기업 인사담당자라면 코로나 학번들 사이에서 직원을 뽑을 때 공백이 생겨버린 오프라인 경험을 채우기 위해 오프라인 대내/대외활동들을 많이 해본 사람들에게 눈길이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5. 한국을 대표하는 게 K-Pop밖에 없을까?

장기자랑 섹션에서 올해 이대는 K-Pop 댄스를 준비하였다. 총 약 56시간 이상의 시간이 투자되었고 학기 중에 춤 연습을 위해 강남과 이대를 통학하고 영하의 날씨에 롱패딩 없이 이씨씨에서 몇 번이고 춤을 추면서 다들 고생을 많이 하였다.(이대/여대 특성상 모든 활동의 완성도가 50% 정도 더 높은 것은 나중에서야 깨달은 사실이다.) 다 끝나고 생각을 해보니 작년, 재작년에도 K-Pop을 했는데 올해도 K-Pop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외국에서 '한국'하면 'K-Pop'이 떠오르는 것은 이제 너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것인지 그 외에도 한국에 대해서 세계와 공유할만한 것이 많은데 K-Pop이 지금 잘 나간다고 계속 홍보용으로 여기에 의지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 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Outro)

앞서 말했듯이 HCAP은 이대에서 굉장히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갑자기 인스타에서 dm을 보내는 후배님들도 많았다.(it's a good thing! you're being active!) 주로 질문들은 영어 성적/gpa/제가 국내파인데 붙을 수 있을까요? 정도로 추려질 수 있는데 내가 줄 수 있는 조언은 항상 내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뽑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HCAP은 보스턴 컨퍼런스 말고도 서울 컨퍼런스도 개최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 컨퍼런스를 준비할 때 한국어에도 능하고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서 빠삭한 사람이 있으면 서울 컨퍼런스 운영에 수월할 것이라는 뜻이다. 나처럼 태권도 단을 따두었다면 그것도 문화교류 파트에서 아주 능하게 쓰일 수 있다. 또한 이대가 HCAP을 지원함으로써 얻고 싶어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delegates들이 나중에 사회에 진출해서 도움이 되는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에는 자소서에 내 커리어 플랜을 설명하면서 나는 과거에 이걸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고 왜 Ewha HCAP에서 나를 뽑으면 내가 이 목표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지 이야기를 하였다.


이 글이 미국 대학 교환/Hcap에 관심 있는 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내년에는 보스턴, 서울 컨퍼런스 둘 다 오프라인으로 전환되길 기대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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