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초등학교 시절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시골에서 보냈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영역까지만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로 자주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집이 산속 부대 안에 있었고(for those who always wondered why im in the military, mystery solved!) 가끔 하교 후에 내 방에 들어가면 지네가 인사를 하고 있고,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집에 물이 새고, 겨울에는 보일러가 고장나는 게 일상이고, 허허벌판에 대중교통은 당연히 없어서 등하교를 군대에서 제공해주는 버스로 하고, 마을에는 거대한 소 농장이 있어 소똥 냄새가 너무 진동해 어느 순간부터는 불쾌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학교도 체벌이 있었고 학생들의 문해력도 전반적으로 많이 낮았다.(some of you are probably so confused right now)
요즘 사회가 동경하는 인간상은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 하자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산 사람들”인 것 같다. 최근에 지인들이랑 우리 세대는 왜 아이를 안 낳으려고 하는 것일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인생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이유가 이외에도 많겠지만) 심한 경쟁사회에서 평생을 완벽을 요구받았기 때문에 아이가 앞에 말한 인간상이 될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불행은 매일 일어난다. (그리고 너무 해맑은 사람들은 너무 해맑기 때문에 교류가 어려운 것도 있다.)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k의 책 저자가 이것을 잘 설명한다. 어느 날 내 집 문 앞에 신생아가 놓여있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이 아기를 입양을 보내던, 키우기로 하던, 부모를 찾으려고 하던, 그 결과의 책임은 100% 나에게 있다. And that’s life in a nutshell.
방에 지네가 자주 나오면 그 지네를 혼자 치우는 법을 배워야 하고, 자다가 집에 물이 새면 일어나서 물을 빼내야 하고, 보일러가 고장 나면 사람을 부르고 제대로 수리를 해야 한다. 똥을 밟으면 앞으로 이런 똥들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 계획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어느 정도의) 불행 안에서도 행복은 존재한다. 가끔 이런 시골 썰을 들으면 ‘어머, 부모가 아이를 그냥 산속에서다가 방치하셨네’식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거기서의 시간이 헛되었느냐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등산하면서 밤 따다가(아 진짜 웃기게 들리는 거 아는데 정말 이랬음 funfun) 다람쥐를 만났을 때 행복했고, 계곡을 보면서 멍 때린 시간들이(물멍) 행복했고, 학교에 새로 오신 선생님은 달랐을 때 행복했다.
내 인생은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 순간부터 불행해진다. 왜 이런 불행이 우리에게 주어졌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결론: 최소한 나는 완벽하지 않은 내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