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더 이상 발전은 할 수 있는 걸까
스크린 타이핑은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특히 폰 스크린이 아무리 커졌다 해도 그 작은 스크린 속에서 면적이 넓은 엄지로 빽빽하게 채워진 박스들 중 하나를 빠르고 정확게 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자주 오타가 생기는데 오타로 생긴 재밌는 대화 실수들이 짤들로 인터넷상에서 돌만큼 이렇게 오타는 매우 일상적인 실수다. 그래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real life 대화보다는 매우 느린 속도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다. 나는 디폴트 말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카카오톡이나 대화 메신저에서의 대화 속도에 답답함을 느꼈고 무엇보다 타이핑하는 게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게 뭐가 귀찮아? 옛날에는 말이야, 메시지 하나 보내는 거 상상도 못 했는데 요즘에는 뭐 글자 수 무제한으로 바로 틱 하면 보내지고, 근데 타이핑 그거 하나 하는 걸 귀찮아하면 되겠어?'
rrra고 할 수 있겠지만 감사함을 느끼는 것과 대안 찾기/발전하기는 동일시될 수 없다. 그런 논리라면 전 세계인들은 편지 쓰던 깜깜한 시절에서 음성 전화가 보급화 된 후 평생을 감사해야 했고 거기서 머물러야 했다. 모든 발전은 이렇게 귀찮아하는 감정에서 시작되었다. 귀찮아하는 것, 지루함을 느끼는 것은 발전으로 가는 첫 번째 단계이다.
그래서 21세기에 살면서 스크린 타이핑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전화로 갈아타기를 생각해봤다. 하지만 전화 기피증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2020년에 전화라는 건 쉽게 걸 수 있는 게 아니다.(존재는 하지만 자주 누르지는 않는 존재) 상대방에게는 그 시간이 숙면시간일 수도 있고, 시간이 애매할 수도 있고, 시차 계산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또한 상대방에게 내가 아무렇게나 전화를 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친한가에 대한 것까지 생각해봐야 했다. 전화는 친밀의 상징이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메시지는 자주 주고받지만 이렇게 '아무 때나 전화를 해도 괜찮은 관계'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는 관계가 많았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음성 녹음, Voice Note(Voice Record, whatever you want to call it)이었다.
Voice Note을 1년간 써본 후,
장점: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가끔 메신저 대화 중 드는 AI, 로봇이랑 대화하는 느낌이 덜하다. 상대방이 정말로 무슨 기분/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intention을 더 잘 읽을 수 있다. 마치 옆에 있는 것과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타이핑의 불편함이 완벽히 사라진다. 그냥 누르고 보내기만 하면 된다. 만약 다시 녹음을 하고 싶다면 녹음 중간에 삭제도 가능하다.
말을 하는 연습이 된다. 말하는 것도 연습이다. 그래서 보이스 노트를 처음에 쓰면 엄청 말을 더듬는 자신을 보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갈수록 녹음을 한 번에 끝내고 바로 보내는 빈도수가 높아진다. 특히 코로나+대학교 사이버 강의+자취 이 3 콤보로 아예 하루 종일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질 때 말을 할 수 있는 연습 기회(?)를 주어서 정말 최소한의 언어 운동을 하게 해 준다.
단점:
바빠서 우선 듣고 나중에 답장하려고 하면 내용을 까먹어서 내용을 다시 들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 메시지는 그래도 대충 훑어도 내용들이 기억이 나지만 음성은 대충 훑을 수가 없다. 그리고 대답할 때 마치 그것을 그때 처음 들은 것처럼 답변해줘야 할 때 약간의 연기가 필요하다.(화이팅 휴먼)
가장 큰 단점은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이어폰이 있거나 조용히 있는 공간(ex. 도서관, 독서실)이면 바깥을 나와야 하는 등의 불편함이 있다. 인스타그램 같은 경우에는 폰을 전화하는 것처럼 귀 옆에 대면 음성 볼륨이 작아져서 마치 전화를 하는 것처럼 메시지를 조용히 들을 수 있지만 이전 대화와 무관하게 그 음성 메시지가 과연 무슨 말을 할 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우연히 그걸 듣게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이어폰이 꼭 필요하다. 또한 같은 이유로 말을 하기 위해서는 말을 할 수 있는 곳에, 메시지를 주변 사람들이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기술들이 있다. Elon Musk의 Neuralink라는 기업은 2019년 인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의 정보 습득 방식을 download하는 식으로 비유를 자주하는데 그걸 말 그대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정보가 자산인 사회에서 워낙 예민한 기술 개발이기도 해서 FBI testing도 받아야 한다고 하지만 가장 최근에는 우선 뇌에 바로 음악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건 단순히 좋은 노래 재생 목적 외에도 호르몬, 심리 안정 등 mental treatment을 위해도 쓰일 수 있다고 한다. 라섹 시술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고 바느질하는 것처럼 뇌에 설치될 거라고 한다.(이거 Kingsman에서 봤다고 하실 분들, 네, 저도 봤습니다) 생각만 해도 그걸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건 안정성이 불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식물인간 환자나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기적 같은 소식일 것이다. 그리고 청력은 눈 tissue와 마찬가지로 한번 손상이 되면 절대로 다시 세포들이 복구 되거나 재생되지 않는다.(소리 에너지를 받고 소리를 전달하는 것들이 점점 사라지고/깍아지고 그게 다다. 뒤로 가기가 없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에어팟을 장기간 꽂고 있다가 잠시 쉬는 시간을 준다고 하더라도 이미 손상된 청력은 손상된 것이고 복구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기능들이 도입된다면 청력 손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옛날 사진들을 보면 '저런 시절이 있었다니'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워크맨을 들고 다니던 사람들 사진이 나에겐 그런 사진들 중 하나였다. 미래에는 지금 거의 1인 1에어팟(프로)가 된 일상 사진들을 보고 "옛날에는 직접 저렇게 귀 바깥에다가 뭔가를 꽂고 다녔나봐"라고 하게 될 수도.
몇 년 전, 새로 나온 폰에 대해서 한 기자가 방송에서 설명을 하는데 "스크린은 커졌고요, 무게는 가벼워졌고요, 성능은 더 나아졌습니다, 네, 사실 그게 답니다"라고 옆에 아나운서 분이랑 같이 껄껄껄 하고 할 말 없어했던 게 기억이 난다. iPhone 5s가 가장 완벽한, 베이식한 폰다운 폰이었다는 말을 듣는 게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폰이었다는 점도 있지만 사실 현재까지 폰 시장에서 크게 발전을 한 것은 저 위에 나온 3가지 발전밖에 없다는 것도 한 몫한다.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서 보여주는 '변화'라고 하면 스크린을 더 크게 한다거나(iphone X처럼 아예 홈버튼 제외시키기), Galaxy Z Flip처럼 스크린에 변화를 주기, 아니면 카메라를 3개 만들기(할많하않), 아니면 갤럭시 노트에서 펜 추가시키기 등이 다이다. 사실상 폰 시장이 다시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 시점처럼 정착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폰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할지(하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계속 머물게 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라는 걸 이 Voice Note 포스팅을 쓰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결론: 딱 2040년에 다시 태어나고 싶다 ㅠㅠ(그 때 지구가 살만하다면...) 2020년은 아직도 나에게는 너무 옛날 기술들 투성
외담: 스크린 타이핑이 너무 귀찮은 경우 voice note 이외에도 portable 블루투스 키보드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그냥 가장 유명한 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 k380을 구매했는데 키보드가 폰이랑 아이패드, 노트북 이 세게에 다 연결되고 삶의 질을 매우 높여주었다. 만족감은 확실히 높으나 가격이 점점 더 올라가고 있어서 네이버 스토어 이런데보다는 해외 직구로 사는 것도 찾아보는 것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