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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서연 Jun 19. 2022

나의 교생 일지 #2

이전 글: https://brunch.co.kr/@seoryu15/117




6. 유행은 젊은이들(?)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분명 현대 문물에 대해 실시간 업데이트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뒤쳐지는 건가?) 전혀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하고 학교에 갔는데 갑자기 처음부터 학생들이 생판 처음 들어보는 갸루피스를 하자고 해서 당황했다.(자신만만하게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1번 문제부터 아예 건들지도 못하고 있는 느낌. 4월 초만 해도 내 주변에 교생을 안 하는 친구 중에 갸루피스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근데 한 1-2주가 지나자 내 인스타 피드에도 갸루피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보통 고등학생들이 인스타에서 먼저 어떤 것을 시작하면(ex. 타입스 mbti) 한 1~2주쯤 지나서 주변 대학생들 사이에 그 유행이 번지는 것을 보면서 유행의 시작점은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을 느꼈다.

7. 젊음의 비결


신기할 정도로 모든 선생님들이 나이에 비해 거의 5,10년 젊게 느껴졌다. 얼굴이 젊어 보인다는 것보다도 몸 움직임이 agile하다는 점에서 특히 일반 성인들과 차이점을 많이 느꼈다. 지인이 원래 젊은 사람들 옆에 있으면 '젊은 기'를 받아서 그런 거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런 기가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과 생활하다 보니 같이 젊은 마인드로 생각하게 되어서 젊음이 쉽게 유지되는 것인지, 젊음의 비결이 문득 궁금해졌다.


8. 5년만 늦게 태어날걸


교생을 마친 동기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요즘 학교 시설들이 다 너무 좋아졌고 이제 수업 중에 여러 전자기기를 쓴다는 것이다. 랩텁 스쿨에 다녔던 경험이 나에게는 life changer였기 때문에 이렇게 테크를 교실에서 쓰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결론: 하 우리 딱 5년만 늦게 태어날걸

9. 점심.


교생 학교의 점심은 아직도 가끔 자기 전에 생각날 정도로 맛있었다. (영양사 선생님 정말 최고) 한 선생님께서 본인이 자취하는데 이 학교에서 점심 하나가 해결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하셨는데 정말 뼛속까지 공감되었던 말.  자취를 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점심을 급식처럼 제공해주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평소에 내가 직접 요리를 해야 삶이 영위가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생기는 삶의 질 차이가 굉장히 크다.


10. 내가 행복했던 이유
한동안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서 내가 왜 행복한지 이유를 찾다가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웃으면서 반겨준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생 버프'를 받은 것도 있어서(그리고 교생 버프는 정말 강력하다!) 아이들이 더 웃어준 것도 있었겠지만 일상에서 매일 누군가가 나를 보고 이유 없이 웃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행복감이 보장된다.


11. 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가는 선한 영향력


이 많은 교생 추억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아이들이 써준 편지를 읽을 때였다. 내가 같은 말을 해도 아이들이 다 각자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르다.


 내가 한 사람에게 남기는 선한 영향력이 있으면 그 사람이 나중에 다른 사람들한테 남기는 선한 영향이 있을 것이고 그런 식으로 나의 흔적이 세상에 남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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