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줄이면 하고 싶은 말이 보입니다.

by 류서연

요즘 하고 있는 게임이 있다. 원하는 것은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을 때 그 말들을 최소한으로 줄여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줄이다 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원하는 것만 남게 되는 것이다. 몇 개의 예시가 있다.


언제 한번 지인이 소개팅을 해주겠다고 하여 이상형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구구절절 내가 원하는 조건들을 쓰고 있는데 문득, '이런 사람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나?' 싶었다. 내 이상형이 아니라 모두의 이상형을 적고 있던 것이고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정말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의 특징들 중 딱 한 가지만 찾자 생각하고 과거를 곱씹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다 가지치기하고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말을 재치 있게 하는 사람'

다른 것들은 다 부수적인 것들이었다. 줄이고 줄여서 결국 하나만 선택하라고 하면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거 하나였던 것이었다.


한 번은 5년간의 군생활에 대해 구구절절 글을 써보았으나 결국 그것을 줄이고 줄이자 딱 두 단어만 남게 되었다. '상상력의 실패'였다. 내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있었기 때문에 대응조차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들은 위험한 순간에 최악을 넘어선 최악은 언제나 존재할 수 있고 결코 내 상상력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중요한 리마인더가 되었다.


그래서 가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나 모르겠을 때 나는 단어를 줄여본다. simplify, simplify, simpl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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