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그 무엇도 내게 아니다.
부대가 광주여서 휴가를 내면 주로 서울을 갔는데 이렇게 계속 왔다 갔다 다니다 보면 휴가가 휴가가 될 수 없고 몸이 무겁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광주는 내 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휴가를 내고 에어비앤비에 머문다. 돈이 없어서다. 돈을 아껴야 뭐라도 할 수 있는데 숨만 쉬는데도 돈이 나가니 허망하다. 인간적인 삶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옷도 내 취향대로 입을 수 없다. 온전한 집이라는 게 없으니 옷을 구매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내 돈도 나가는데 평생 집 한켠에 쌓아두여야 하다니, 절대로 옷이라는 것을 사고 싶지 않다.
종종 이렇게 내가 스쳐 지나간 에어비앤비들을 보며, 내가 스쳐 지나간 방들을 보며, 옷장들을 보며 생각한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언젠가 이곳을 떠난다. 이러니 어느 한 곳에 마음 붙이기가 힘들다.
내 주변에는 나와 비슷한 TCK들이 많다. 어디 하나 집이라고 부르기 어렵고, 커리어도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하여 한 곳에 정착하기보다는 1년 단위로 계속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최근 홍콩에 살고 있는 지인과 해외살이를 하면서 자주 하게 되는 이사가 얼마나 고단한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딱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울렸다.
"세상 구경하는 거 좋지, 근데 나는 가구를 사랑하는데 가구를 살 수가 없네."
이삿짐을 싸다 보면 내가 가진 짐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는 것을 체감한다. 내 몸 하나 건사하는데 필요한 짐들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4명이 살아도, 1명이 살아도 필요한 짐들은 어떻게 보면 비슷해서 그런 걸까. 짐을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왜 이 짐들은 나를 숨 막히게 하는 걸까. 왜 내 짐들은 이렇게 무거운 걸까. 하나하나 세보면 다 나한테 필요한 것들인데 참 무겁다.
나도 가구가 좋은데. 나도 예쁜 것들이 좋은데. 언제 떠날지 모르니 오늘도 내 취향은 양보를 하고 살아간다. 언젠가는 나도 예쁘고 무거운 것들을 사도 마음이 가벼운 날이, 내 집을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