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산거 가지고 유난 떨기는"
최근 TCK인 친구A가 자신이 해외에서 살다왔다고 하자 1년 반 해외에서 유학한 지인이 자신도 해외에서 살았다고 이야기했고 친구A만 만나면 모든 대화의 결론이 '우리는 해외에서 살다와서 이런 거 알잖아~'로 끝나 스트레스라고 고백하였다. 한마디로 1년 반 해외에서 살고 자신의 모든 정체성을 '해외에서 유학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모든 대화 주제가 해외살이로 귀결되니 당황스럽다는 것이었다.
나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해외에서 공부를 했다고 하자 자신도 해외에서 오래 살았다며 7년 거주했다고 밝힌 경우가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분은 신생아 때부터 7살 때까지 해외에서 산 경우였다.
틱톡에서는 해외생활을 하고 돌아온 친구들에 관한 밈도 있다.(예. 교환학생 6개월 갔다 오고 갑자기 자신을 Global citizen이라고 칭하는 친구)
반대로 나는 이 사람이 TCK인 것 같다고 느끼는데 본인은 '그 정도 기간 가지고는 해외살이라고 칠 수 없다' '나는 그냥 맛만 본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지인들도 있다. 외국 커뮤니티인 reddit에서도 몇 년을, 언제 해외에서 살아야 TCK인 것인지에 대한 분쟁이 뜨겁다.
Don't be such a wannabe / 몇 년 산거 가지고 유세 떨기는.
짧게 해외 살다 온 사람들에게 몇 년 산거 가지고 유세 떨지 말라고 말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렇다면 도대체 몇 년을 해외에서 보내야 TCK로 인정되는 것일까?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나는 이것은 남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었어도, 그 기간이 언제였든 본인한테 큰 임팩트를 주었고 자신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건 남들이 정할 수 없는 문제이지 아닐까? (다만 성인이 돼서 4년을 해외에서 거주한 것과, 본인의 가치관이 확립 중인 청소년기에 해외에서 1년 거주한 것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몇 년 산 것으로 TCK이다 아니다로 사람들을 구분 짓기에는 이 세상은 타문화권 감수성이 많은 사람들이 더 필요하면 필요했지 절대로 덜 필요하지 않다. 누가 TCK인지 아닌지 가지고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해외우월주의식의 화법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또 애초에 사람의 기질에 따라서 타문화권에 대한 디폴트 관용 레벨이 다른 경우도 있다. 평생을 한국에서 거주했지만 언어에 배우는 것도 관심이 많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요즘에는 유튜브에 별의별 영상들이 다 올라와 있어서 해외문화를 간접경험하고 싶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유명 유투버 문에스더 같은 경우에도 외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 영어를 잘하게 된 케이스다.
반면 20년 넘게 외국에 거주해도 '외국인들은 나랑 다른 사람. 나는 이 문화권이랑 안 맞아'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몸만 해외에 있을 뿐 안은 바뀌는 것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지인 중에 해외에서 오래 살았지만 한국 문화권이 훨씬 더 편하다고 느끼고 TV나 예능을 볼 때도 한국 예능만 보는 지인이 있고 현재는 한국에서 굉장히 행복하게 살고 있다.
결론은 본인이 짧게 해외에서 살았다고 TCK가 맞는지 안 맞는지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말해주고 싶다. 본인이 그렇게 느낀다면 그런 것이다. 타인의 의견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이해와 관용이 더욱더 필요한 세상에서 세상은 당신과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