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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서연 Sep 08. 2020

TCK가 온다

Third Culture Kid에 대한 고찰. 사진: Kyle Glenn


"Pulang Kampung, nih"

내 고향/촌에 돌아왔다.

"Indonesia bagian dari diri saya."

인도네시아는 나의 일부다.


전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꼭 39년 만에 2010년, 유년시절 중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자카르타에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돌아와서 우이(Universitas Indonesia)에서 한 말이다.


이 외에도 레드벨벳 웬디, 에릭남, 소녀시대 Tiffany Young, 요노 요코, 김정은, GOT7 잭슨. 이들이 갖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TCK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걸까.



TCK는 누구이고 어떻게 TCK가 되는 것인가?


TCK의 사전적 정의는 보통 성장기에 부모, passport-country 외 제3의 문화권을 체험해본 아이들을 말한다. 다른 용어로는 '문화 이구아나'와 같은 말들도 있지만 TCK라는 단어가 고착화돼가고 있다. 대게 TCK는 국제기구 직원들 자녀, 해외 주재원 자녀, 종교인/선교사 자녀, 외교관, 군인, 기자 특파원 자녀, 이민 2세대, 3세대 자녀 등이 있다. 이 외에 국제학교 교사 자녀들, 아예 유학이 목적인 경우, 그리고 그 외 직업군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공통점은 다 누군가의 자녀라는 점인데 성장기에 타문화권을 경험한다는 점과 함께 TCK(Third culture 'Kid')에서 왜 Kid-키드가 붙였는지 알만한 부분이다.


생활에서 배우는 언어/문화

    TCK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지만 가장 큰 특징은 성장기에, 일상생활에서 다른 문화와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에는 틀림없다.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western curriculum(서부식 교육)을 따르는데 이쪽 교육의 특징은 과목마다 교과서가 없어서 선생님의 재량이 크다. 예를 들어서 나는 영어 시간에 Romeo&Juliet도 읽었지만 인도네시아 전통 책/전래동화인 (영어로 번역된) Black Tiger도 읽을 수도 있었다. 이 외에도 사회시간이나, 아니면 수업시간이 아니더라도 쉬는 시간에 각자 알고 있는 각 나라의 문학이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서 수업 시간에 Anarchy(무정부주의)에 대해서 배울 때 이전에 독일에서 산 친구가 Die Welle(실화에 기반을 둔 무정부주의에 관한 영화)라는 독일 영화를 소개하는 등 미영 중심의 작품들에서 벗어나 그 문화권에 속해 있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운 보석 같은 작품을 알게 되는 것은 큰 재미로 다가왔다.

    또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졸업 요건으로 host-country(현지국)에 대해 간단한 역사나 언어 관련 수업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다닌 학교 같은 경우에는 한 학기 동안 인도네시아에 관한 간단한 역사와 언어 수업을 들어야 졸업이 가능했는데, 나는 차라리 언어를 더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대체 과목으로 인도네시아어 수업을 1년간 들었고 로컬 선생님으로부터 로컬 언어를 그 나라에 거주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한 번은 인도네시아 수업이 끝나고 친구를 기다려야 해서 교실에 남으면서 선생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는데 중간에 선생님의 딸이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같이 가려고 교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딸이 선생님한테 왼손으로 물통을 건네는데 그 손을 선생님이 탁 친 적이 있다. 딸의 손을, 그것도 남이 있는 앞에서 탁 치는 모습에 처음에는 당황을 했지만 왜 그러냐고 묻자 인도네시아(최소 자바-지역 이름)에서는 무엇을 누군가에게 건넬 때 왼손을 쓰는 것은 무례한 것이며 자식이 무의식적으로 왼손을 쓰면 부모가 손을 탁 침으로써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다른 예로는 어렸을 때부터 Asia-centirc map(태평양이 가운데에 있는 세계지도), Euro-centric map(유럽이 가운에 에 있는 세계지도) 이 두 개에 다 노출되어서 어느 하나가 맞다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와는 다른 믿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기(critical period)를 보내는 것은 ‘내가 사는 방식만이 세상을 사는 유일한 방식이 아니다’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게 해 주었다.



이 둘 중 과연 뭐가 맞은걸까?


TCK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옛날에 TCK라는 말이 없을 때는 TCK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대사관 자녀, 이민 2세대 밖에 없었고 심지어 그 수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글로벌화/유래 없는 평화시대 장기화-국가 간 교류 증가/기업의 국제시장 타겟/인터넷 소셜미디어 이용률 증가/ Z세대, 밀레니얼들의 타문화에 대한 많은 관심과 높은 포용성/등의 상황에서 늘어나고 있는 주재원들의 수, Digital Nomad(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하나로 수입 확보가 가능한 사람들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들의 수는 같이 TCK의 수를 높이고 있고 2015년 기준, 드디어 전 세계에서 2가지 이상 언어 구사가 가능한 사람(bilingual)의 수가 1가지 언어만 구사할 수 있는 사람(monolingual)의 수와 같아졌다.


    TCK는 특히 한 다리 건너서 아는 사이일 확률이 크다. 바닥이 정말 좁기 때문이다. 국제학교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것도 있지만 TCK의 특징상 한 국제학교에만 있는 게 아니고 계속 옮겨 다녔을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웹(web)이 수없이 쳐져있는 거미줄처럼 너무 많이 옮겨 다녀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을 확률이 크다.


    예를 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친구 A를 태그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 와서 만난 타지키스탄 친구 B가 내 친구 A와 자신의 친구 C가 스웨덴에서 같은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며 4명이서 그룹톡을 파진 경우가 있었다. 네 명이서 네 개의 다른 나라에서 만나 연결된 것이다.


끝마치며,


이 글은 TCK의 장점만 나열한 글이어서 지금쯤이면 TCK에 대한 이해보다는 환상이 가득 찰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은 본인이 TCK라면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을지도.) 이런 글을 읽은 후 과거 여행을 하다 만난 한 분처럼 "나는 꼭 내 자식을 TCK로 자라게 할 거야!"라고 다짐을 하게 된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 이상의 문화권에 포함되어 있고 문화권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것, 한 번뿐인 인생 안에서 여러 가지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TCK는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non-TCK보다 더 높다. 이 외에도 소속감 문제, 문화권 사이를 이동할 때 느끼는 cultural schizophrenia 등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건 다음 포스팅에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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