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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형국 Nov 28. 2024

이뻐지고 싶어 하는 딸에게.

안녕? 딸.


오늘 너는 파마를 했단다. 3일 전부터 매일 파마를 하고 싶다고 했어. 아마 친구나 비디오에서 봤던 이미지가 부러웠나 봐.


너는 옷도 혼자 고르고 머리 묶는 방법도 스스로 선택해. 항상 조합이 잘된 옷을 골라와서 엄마 아빠가 깜짝 놀라곤 한단다. 이쁜 조합을 만드는 감각이 있는 아이인 것 같아서 신기하단다. 아빠는 그런 능력이 없는데 말이야!


아빠는 네가 이쁜 것을 좋아하는 게 좋아. 세상 사람들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이뻐지려 한단다. 그러나, 너는 네가 만족하는 대로 옷을 고른단다. 네가 만족하는 조합을 찾는단다. 네가 좋아하는 머리를 찾아서 묶어달라고 한단다. 아빠는 그게 참 기특해. 세상의 유행과 기준은 금방 흔들리거든. 그 유행을 따라가다간 ‘흑역사’를 만들어버린단다. 지금처럼 그렇게 네가 만족하는 대로 이뻐지렴. 세상의 기준이 되고 유행을 선도할 수 있는 아이가 되렴. 생텍 쥐 페리의 어린 왕자에서는 뿌리가 없어서 바람에 휩쓸리는 사람들을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나온단다. 너도 조금만 커도 느껴지겠지. 세상은 쉽게 휩쓸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단다. 이런 세상에서 너만의 기준을 찾아서 굳건하거라.


어제 파마를 한 너는 참 만족했어. 아빠는 2시간 가까운 시간을 기다린 네가 기특했어. 원하는 것을 위해서 선뜻 기다릴 수 있는 것. 어른들도 못하는 그런 걸 너는 해냈단다. 그런 의미에서 아빠는 어제 파마한 네가 많이 사랑스러웠단다. 아빠가 너의 파마한 모습만 보고 좋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넌 그 자체로 이뻐. 네가 존재하는 그 자체를 사랑한단다. 파마를 해도 단발을 해도 긴 머리를 해도 아빠는 아무 상관이 없어. 네가 좋아하면 되었어. 네가 기뻐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그걸로 만족해. 아빠는 그냥 너 자체가 좋으니까.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때는 네가 훌쩍 커서 많이 변해있겠지.

그래도 사랑한단다. 그래도 너니까.


사랑한다. 존재 그 자체로 빛나는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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