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은 철을 들어야 한다는 말

by 금교준

철이요? 그 무거운 걸 왜 들어야 해요?


‘이 직업 한 번 해볼까요?’
‘저것도 한 번 해보고 싶어 졌어요!’
‘이건 어떨까요?’


나는 꿈꾸는 걸 좋아한다. 판사가 되고 싶었다가 항공 개발자가 되는 꿈, 이내 변호사, 교사, 상담사, 작가가 되기까지. 이외에도 온갖 꿈이란 꿈은 다 꿔본 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아주 제 멋대로구만?’ 싶을 정도. 이젠 꿈을 꾸는 게 하나의 취미다.


부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체념하셨다. 그래도 전에는 언젠가 현실로 되돌아올 거라고, 직춘기가 온 것뿐이라며 합리화라도 하셨었는데..(이마저도 형제를 통해 들었다.) 이젠 능동적인 응원도 아니고 수동적인 방관도 아닌, 애매할 정도로 소박하게 ‘믿는다’ 해주신다. 부모님이 100% 신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지난번 친척들과 모였을 때, ‘얘 좀 말려봐~ 아직도 꿈에 취해 있어~’라며 제법 잔인한 농담을 던졌기 때문이다. 대뜸 ‘조카! 이제 그만 철들어야지!’라며 썰렁한 맞장구가 날아왔다. 그 잔인한 순간을 사람 좋게 웃으며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했다. 사람 관계란 게 아무리 북 치고 장구 치는 거라지만, 거- 참. 꿈 한 번 꾸기 힘드네!


그럼에도 나는 꿈을 꾸는 취미를 놓고 싶지 않다. 꿈을 잃는 순간 내 삶은 끝난다. 그때부터 타인의 삶이 시작되겠지. 평범한 회사를 다니고, 아내 될 사람을 만나고, 아이는 둘, 굳이 꼽자면 서로 ‘누나’, ‘야’라고 부를 아이들을 키우게 될 테다. 거기에 나름 서민의 증표라는 대출을 마구 수집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명절마다 부모님을 찾아뵈며 의무를 다하는 체하고, 상속받을 유산에 눈독 들이게 될 수도..? 이 얘긴 관둬야겠다. 상상만 해도 숨 막혀서.. 잠시 앉아 좋은 생각 좀 해보자. ‘나는 좋은 작가가 될 것이다.’ ‘나는 편안한 상담사가 될 것이다.’ ‘나는 듬직한 사람이 될 것이다.’


사실 나는 부모님이 싫지 않다. 남의 아들, 딸들 다 취업해서 독립할 때, 글 쓰려고 독립한다는 아들 걱정해주는 부모님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고집불통인 아들이 ‘충고해 줄 시간에 응원이나 해주세요!’라며 당차게 요구했기 때문일 테지만. 그래도 본인들의 걱정을 꺾고, 아들의 열정을 더 사랑해주신다. 그래서 나는 잠시라도 걱정시키는 불효자가 될 참이다. 대신 사랑받는 작가가 되어 어깨부터 높여 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애완인간보단 어른이 되고 싶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는 순간부터 어른이 된다. 그러지 못하는 인간은 영원히 애완동물이다.” - 장강명, <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작가는 애완인간을 소개한다. 부모님이 대신 사직서를 내준 엘리트, 자기 인생은커녕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만 사는 변호사, 교수 등. 유난히 우리가 사는 ‘한국’이야말로 애완인간들이 넘쳐난다. 그나마도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서 부모세대들과 칼을 빼들고 싸운다.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시작으로 평등, 인권, 자유, 존중 등.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걸 가지고 왜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원.. 아마 예부터 뿌리내려온 고정관념 탓일 테다.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다.’
‘나라가 튼튼해야 가정이 산다.’


나는 이런 고정관념들은 이제 그만 폐기처분하고 싶다. 개인이 성장해야 조직이 크고, 가정이 안정적이어야 나라가 안 망한다. 언젠가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조직에 몸 담으려면, 퇴근 후에는 책 읽기보다 술에 취해야 한다고. 그래야만 업무 협조가 잘 된다나. 퇴근 후에 카페에서 책 읽고 있던 나를 보고 '실망했다'라며 해준 말이었다. 어떻게 자기 계발이 알코올보다 못한 게 되는 건지.. 저 말을 들었을 때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지금도 30% 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내 생각은 이렇다. 그까짓 철들어봤자, 후회는 피할 수 없다. 이왕 후회할 거 인생에 도박 한 번 걸면 좋지 않은가? 그래서 그동안 공부해 온 전공 지식들은 잠시 치워두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은 수학 셈법은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되기 위해. '철' 따위는 내려놓기로 했다. 그렇게 애완인간보다는 어른이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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