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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Nov 11. 2020

취향 존중의 난도

“취향은 일단,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의 취향에 대한 부정이다.”
- 피에르 부르디외


취향 존중. 현대 한국인들의 사회에서는 다분히 애써야 하는 분야다. 특히 2-30대에겐 더 그렇다. 자신의 삶을 지켜보기만 하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날아오는 충고들을 담아야 하고,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것을 안 해서 그렇다며 자존감을 떨어내는 비수를 받아내야 한다. 그렇게 ‘노력하면 다 되지!’란 생각을 강요받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사회에서 생존해야만 한다.  


세대갈등의 시작은 ‘아비투스’로부터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아비투스’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사전적 의미로는 사회 집단의 습속이나 습성. 한 마디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속하게 되는 사회의 분위기나 편견, 경험들이 체득된 상태를 뜻한다. 우리는 이러한 아비투스로 인해 세대적인 갈등을 일으킨다. 부모세대가 경험한 세상과 자식 세대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의 사회적 경향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세대는 블루오션이 깔려 있던 사회 속에서 노력만 하면 성공하는 기회를 맛보며 살아왔다. 꾸준히 일하기만 해도 결국 기득권층이 될 수 있는 사회.(아직 기득권층이 고정적으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사업 아이템이 넘치던 사회. 아무리 많은 생산품을 찍어내도 사 줄 사람들이 넘쳐났던 사회.(공장이 재고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 그런 사회를 살아온 부모세대에게는 ‘노력하면 부자 된다!’란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반면에 자식 세대는 레드오션이 기본 바탕인 사회 속에서 노력해도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간다. 꾸준히 일만 해서는 도태되고 마는 사회. 아무리 창의적으로 만들어도 흥미를 끌지 못하는 사업 아이템들. 섣불리 많은 생산품을 찍어내면 재고의 무덤에 묻혀버리는 사회. 이런 사회를 살고 있는 자식 세대에게는 ‘이런데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야?’란 생각이 절로 든다. 


부모세대가 살면서 얻은 교훈과 자식 세대가 살면서 배운 교훈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한다. 사회적인 교훈조차 이토록 다른데 그들이 동일한 잣대를 가지고 사회를 살아가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해도 안 되는 사회에서 계속해라! 를 반복하는 현 상황이 과연 바람직할까? 

 

수요와 공급으로 해석하는 세대별 사회 차이

 

경제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활용하여 시장을 설명한다. 수요 즉, 찾는 사람이 많은데 공급품이 적으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저요! 제가 살게요!’란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렇게 제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반대로 찾는 사람은 적은데 공급품이 많으면 공급자들 사이에서 ‘제가 더 싸게 팝니다! 여기 와서 사세요!’란 분위기로 제품의 가격이 낮아진다. 


현재 5~60대인 베이비붐 세대와 20~30대의 밀레니얼 세대를 비교해보자. 기본적으로 출산율은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급감했다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바로 베이비붐 세대다. 그들은 무려 7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에 비해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적인 대공황을 겪고, 새마을 운동을 할 정도로 나라가 힘들 때 태어났다. 베이비붐 세대에 비하면 인구에서 적은 비율을 차지한다. 


여기에 수요와 공급 법칙을 적용해보자. 많은 인구를 가진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만큼 막대한 수요력을 가진다. 공급자들이 아무리 제품을 찍어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시장 경제는 급속히 성장하고 일자리는 넘쳐나고, 심지어 주택시장마저도 거품을 머금게 된다.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취업이 가능한 사회,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를 살게 된 것이다.


반대로 이미 엄청난 물량이 공급되어 있는 사회에서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수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난관에 봉착했다. 그들의 소비력은 공급력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시장 경제는 점점 축소되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기업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지원자들을 거르고 거른다. 취업도 하지 못하는데 이미 폭등해버린 주택을 구매하기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힘을 들여도 취업이 불가능한 사회,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지도 못하는 사회를 산다.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서 조언과 충고는 소용없다


이처럼 사회적 아비투스 또는 수요와 공급으로 본 세대별 사회 차이 때문에 우리는 세대갈등이란 걸 겪는다. 하면 된다는 생각의 부모들은 사회의 비참함을 자식의 무능함으로 치환시켜 버린다. 그런 사회를 살아가는 자식들은 가슴에 못이 박히며 부모를 피하거나 충돌한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갈등을 만든다. 


우리는 서로의 인식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부모세대들이 자식 세대를 위해 ‘사랑’을 빙자한 ‘비수’를 꽂는 걸 그만둬야만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충고나 조언보다는 ‘믿음’을 주는 건 어떨까. 자신의 경험을 자식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식에게는 그저 더 경험하라고, 결국 너만의 길을 찾을 거라고 응원해주는 건 어떨까. 그렇게 믿음, 신뢰, 사랑으로 서로를 아껴주는 건 어떨까.


* 채사장 작가의 <시민의 교양>을 읽고 화두를 던져봤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책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세대 갈등에 대한 좋은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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