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무색해지도록 당신을 생각해. 이럴 때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는데, 맘 같지 않아. 당신은 수화기 너머로라도 데이트 코스를 짜보며 걸어보자 속삭였지. 연남동 골목 곳곳을 찍고선 내게 전송하며 애정을 건네기도 해. 여기 골목이 참 예쁘다고. 같이 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덕분에 난 혼자 있는 이 순간에도 사랑을 키워.
다른 이의 경험을 삽입받는 기분은 썩 좋지 않던데, 당신의 그것은 참 느낌이 좋아. 당신의 사랑스런 말투, 배려 깊은 마음이 닿아서 그런지 말야. 남들은 짜증내고 사랑을 솎아낼 법한 이런 상황에서도 다정한 사랑을 채워내려는 당신을 음미해.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보고 싶은 마음, 손 잡고 싶은 마음들이 봄을 앞당기는 걸 응시해.
오늘 밤엔 당신과 가고 싶은 곳들을 마구 나열해야지. 제법 만족스러운 맛집, 대화하기 좋은 카페, 손잡고 싶은 산책로를 미리 걸어보며 사랑을 약속해야지. 허락해준다면 당신이 나와 가고 싶은 곳들도 듣고 싶어. 같이 가서 걸어보고 싶어. 당신이 기대하는 우리의 로맨스 소설을 체험해보고 싶어. 그렇게 함께하자는 약속을 이중 금고 속에 꽁꽁 넣어두고 싶어.
오늘은 무얼 생각했어? 어떤 분위기를 느껴봤어? 어떤 감촉을 나와 공유하고 싶어 졌어? 이런 류의 소박한 질문들을 펜꽂이에 꽂아둘 테야. 사랑스런 당신에게 전화가 오면 신호음이 두 번 울리기 전에 받아낼 거야. 그래서 꽂아뒀던 질문들을 하나씩 천천히 건네볼 거야. 당신의 일상이 궁금해서. 혹여나 당신의 일상 속에 내가 녹아들었나 기대감이 부풀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