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댓바람부터 로맨스 소설을 읽었어. 본래 당신을 보러 갈 준비 시간이었을 테지. 렌즈를 끼고 머리를 만지고 옷을 이것저것 입어봤을 거야. 서로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음미하며 고운 별이 뜬 하늘을 이불 삼아 덮을 때까지 마음을 나눴겠지. 밤 11시가 넘도록 메도스 공원 벤치에 앉아 로스아르헨티노스에서 산 바비큐를 뜯은 라비와 커스틴처럼. 서로 다른 억양으로 사랑을 나누던 그들처럼 우리의 시간도 온갖 다양함과 새로움으로 채워졌겠지.
기분이 엄청 서럽진 않아. 비틀어진 시선으로 염탐당하는 사랑보단 서로의 다정함을 속삭이며 그리움을 나누는 사랑이 더 좋으니까. 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 서로의 손 끝에 닿는 것도 제법 애틋한 기분이니까. 이런 시기를 견디고 나면 서로 더 속 깊어진 사랑으로 아픔마저 나눌 수 있을 테니까.
소박한 행동, 말 한마디에도 활짝 웃어주는 당신을 DVD 플레이어에 녹화해놓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당신의 사랑이 듬뿍 담긴 비디오로 책장 구석구석을 꼭꼭 채워놓으면 정말 좋을 텐데. 참, 그래도 다정한 당신의 목소리는 보물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둘 수 있어서 나름 만족해.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곤 할 거야.
당신이 내겐 운명이라서, 갑작스런 자물쇠는 애정을 더 단단하게 만들 거야. 보고 싶은 욕망을 보기 좋게 포장해서 당신에게 보낼 거야. 좋아하는 마음은 다정한 목소리에 고스란히 담아 들려줄 거야. 같이 보내고 싶은 시간은 나만의 로맨스 소설을 모티브로 콘티를 짜며 채워놓을래. 당신이 사랑스러움을 가득 느낄 수 있게. 그래서 나를 향한 애틋함이 더 짙어질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