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by 금교준

천진난만함을 내비치게 만드는 사랑. 발칙한 상상을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사랑. 이름 석 자만 떠올려도 명랑해지는 사랑. 그런 사랑을 하고 싶었어. 멋져 보이는 구두를 신고, 눈길을 끄는 시계를 차는 따분한 사랑 말고. 잿빛 가디건 하나를 걸쳐도 예쁘다 말해주는 사랑. 제법 연식이 된 스니커즈를 신어도 사랑스럽다 해주는 사랑 말야.


당신은 야채를 잘 챙겨 먹느냐 물었지. 채소가 기운 내는 데 좋다며 마켓 컬리를 여행했더라고. 손에 든 찰보리빵과 해독주스는 당신이 지닌 사랑의 표현 방식일 거야. 아침마다 베어 문 빵과 기도 속을 타고 흐르는 액체는 당신을 느끼게 할 테지. 이토록 명랑한 사랑을 또 누가 해봤겠어.


내일 아침엔 유럽풍 농장의 분위기를 한껏 풍겨볼 거야. 허울만 좋은 커피 말고 속이 꽉 찬 해독주스를 마실 거야. 달콤한 배신을 하는 초코바 말고 쫀득한 인사를 건네는 찰보리빵을 베어 물 거야. 그렇게 한껏 명랑해져 당신이 되어 보겠어. 어쩌면 당신의 마음을 훔쳐볼지도 모르지.


약속 하나만 해줘. 일어나면 잘 먹었는지 물어봐줘야 해. 대뜸 맛있었어라 말하면 담백함이 덜 할 테니까. 자칫하다간 그냥 지나치는 문장이 돼버릴 수 있으니까. 당신의 소중한 마음을 얼렁뚱땅 넘기고 싶지 않거든. 명랑한 관심도 소중하구나 생각하고 있거든. 당신을 참 사랑한다 생각하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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