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by 금교준

입맛이 잘 맞는 사람이 좋았어. 닭발 먹으러 가자하면 “너무 좋아”라며 뛰어오는 사람. 순대국밥 먹자 하면 “난 다데기 안 넣을래”라며 손 잡아주는 사람. 회 먹을까? 하면 “나는 참치!”라며 호기로운 소망을 외치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면 완성된 퍼즐처럼 이미 맞춰져 있을 테니까. 그럼 둘 다 혀끝 촉감을 충분히 만족시켜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당신은 소화가 잘 안 된다 말했지. 조금이라도 예민해지면 체한다면서. 덕분인지 각종 향신료가 들어간 패스트푸드보단 담백한 샐러드나 해독주스를 더 선호하더라고. 야채는 또 어떻고. 톡 쏘는 멍게와 해삼을 좋아하던 모습은 제법 사랑스러웠어. 그런 당신이 나는 참 좋아. 좋아하는 사람의 입맛은 맞춰보는 게 아니라 좋아지는 거라는 걸 이젠 알거든.


고백하자면 요즘은 이런 상상을 하며 입맛을 다셔. 수비드 닭가슴살이 들어간 샐러드를 씹는 당신의 입술. 케일, 당근, 오렌지가 뒤섞인 해독주스를 들이켜는 당신의 목덜미. 구운 야채가 듬뿍 담긴 그릇을 안은 당신의 양 팔. 취향 공유는 종종 감정 공유가 돼.


기회가 주어진다면 쓸개를 떼어주고 싶어. 당신이 쓸개즙을 더 담아놓을 수 있다면, 덜 체할까 봐서. 여기 당신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생색내고 싶어. 혹여나 내가 현대판 피그말리온이 되어 당신의 소화를 책임져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감정 공유는 종종 사랑 공유가 돼.




매거진의 이전글명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