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손을 다쳤어. 당신은 소박한 상처도 긴박하게 여겨줄 줄 알았지. 소독부터 해야 한다며. 연고를 발라야 한다며. 물에 닿으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하더라고.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는 죽을병처럼 느껴진다던데.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당신에게서 배운 거야. “포비돈 하나 주세요.”
인생은 위험을 무릅쓸 줄 알아야 한 대. 보이지 않는, 눈을 감을 때만 보이는 답이란 걸 찾는 모험을 벌여야 한 대. 참나, 답이 없단 얘기지. 이제야 알겠어.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거무죽죽한 심해로 몸을 던져도 좋다는 걸. 젖과 꿀보단, 늪과 가시가 돋친 허울 좋은 장미만 가득한 현실로 뛰어들어도 좋다는 걸. 마침내 속이 빈 깡통이 돼도 외롭지 않겠다는 걸.
하나 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지. 외로움만 있으면 살 수 없다더라. 대신 ‘질적 사랑’ 딱 하나만 있어도 행복할 수 있대. 하버드 연구 결과라니까 믿어도 돼. 이 기준에서 생각해볼까. 난 참 축복받았어. 질적 사랑이 있거든. 생각만 해도 기뻐지는. 바라만 봐도 웃음이 만연 해지는. 어색한 광대뼈가 아릿해지는. 당신이 있거든.
여기 종이와 펜을 준비했어. 한 글자씩 마음 담아 글을 쓸 테야. 눈을 감으면 보이는 그런 글을. 밤새 고민하다 결정하지 못한 그런 글을. 당신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런 글을. “당신 덕분에 행복해요”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당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