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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기억나? 처음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서로에게 보낼 문장을 수정하고 수정하고 수정했지. 다이렉트 메시지는 그게 좋아. “입력 중…” 메시지 덕분에 곱씹어 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 소소한 세 글자를 보면 마음이 따뜻한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거든.


그거 알아? 사슴도 되새김질을 한대. 어여쁜 눈망울을 유지하고 싶어서 말야. 당신은 내가 보고 싶어서 감정을 곱씹곤 했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뭐라 말할까 되새김질했지. 꽃사슴이었어. 죽 보고 싶다란 생각이 여기까지 들렸다니까?


덕분에 취미가 생겼어. 작가들의 글을 뒤적거려보기. 맘에 쏙 드는 문장을 골라 수집하기. 곱게 수집한 문장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하기. “당신을 좋아해요”란 문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여줄까 생각하기. 이런 것들은 마구 떠올려도 따분하지 않아. 해줄 수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것들이거든. 당신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


어쩌면 당신은 베스트셀러 작가 일지 몰라. 뛰어난 작가는 “쓰고 싶다”란 생각을 띄워주는 사람이라던데. 한 문장으로도 “읽고 싶다”는 마음을 채워내는 사람이라던데. 당신을 생각하면 글감들이 속절없이 떠오르거든. 무너지고 싶은 몸뚱이를 이끌고 기어코 글을 쓰게 되거든. 어떤 문장을 좋아할까 당신을 읽어보게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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