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by 금교준

오랜만에 청소를 했어. 케케묵은 먼지를 쓸고, 물건들을 정리하기도 했지. 청소란 건 비단 의무를 다한 것들을 버리는 것만이 아니라, 묵혀뒀던 초심을 다시금 꺼내보는 계기가 되니까. 새삼스럽지만 좁았던 방이 원래는 넓었구나라는 걸 깨닫기도 해.


오늘은 다이어리도 두어 개 꺼냈어. 기억들도 정리해보면 좋거든. 그중에서도 초심은 어땠을까를 유심히 봤는데, 올해는 ‘있는 그대로’가 중심 문장에 있더라고. 처음엔 이 문장을 어떻게 현실화하지? 싶었는데. 사람은 99% 확률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걱정한대.


어떻게 현실이 됐는지 들어볼래? 문장의 주어는 나고, 목적어는 당신이야. 술어는 생각하다, 그리워하다, 사랑하다 따위의 동사들이지.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 나는 당신을 그리워한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한다. 조금만 더 예쁘게 다듬으면 이 문장이 돼. “나는 오롯한 당신을 사랑한다.”


만약 당신이 옆에 있었다면 망설임 없이 물었을 거야. 혹시 초심이 느껴지느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기분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도. 당신이 행복한 지 가늠해봐야 하거든. 혹여라도 협소한 사랑을 보내고 있었다면 너른 사랑으로 바꿔 보내야 하니까. 그러곤 이렇게 물을래. 당신의 초심은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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