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by 금교준

사랑은 경유지를 좋아해. 자꾸 어딜 들르려 하지. 질투, 망상, 불안 따위의 곳. 나는 종점이 좋은데. 하루 분량의 연료를 다 소진해버려 안기고 싶어 지는 그런 곳. 파격 세일이라며 텅 빈 잔고를 벅벅 긁게 만드는 홈쇼핑 채널 같은 곳은 불편하니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두 손만 부르트고 축축히 젖어 버리는 건 비참하니까.


그럼에도 사랑은 계속 커. 사춘기에 빠진 것처럼. 매섭도록 2차 성징을 치르고 말지. 맞아. 그렇지. 불완전한 인간은 제아무리 완벽한 작자라도 불안을 버릴 순 없을 거야. 이렇게 된 거, 적당한 만큼만 불안을 모아 두고 당신에게 써야지. 사랑을 더 예쁘게 조각하는 데 이 연료를 써먹어야지.


잘하면 질투를 애틋함으로 바꿀지도 몰라. 망상은 애정으로 변색될지도 모르고. 어쨌든 당신을 생각하기에는, 입꼬리를 올리기에는 후자가 훨씬 나아. 그럴 수만 있다면 없던 불안을 끌어서라도 연료로 쓸래.


선택이 없는 삶은 참 건조하지? 보고 싶은 마음을 아무리 적어보내도 좌절을 선사해주니까. 주유구를 열어 경유를 가득 채워도 조수석은 비어 있으니까. 음식 취향을 공유해도 젓가락을 부딪히지 못하는 허탈감을 그려주니까. 사랑은 모 따위의 곳을 자꾸만 경유해. 그럼에도 난 추억이 될지도 모르는 모처럼의 감정을 주머니에 넣어 종점으로 갈래.



* 사진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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