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

by 금교준

영화를 봤어. 조금 아픈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그는 치료법을 찾다가 성격이 변해. 2주 만에 예약한 진료가 연기됐을 때의 표정을 그녀는 보기 힘들어하지. 결국 괴로워하는 남자를 떠나.


그녀는 아픈 현실을 자신의 선택지로만 두고 싶었던 거야. 미래를 위한 거라면서, 정작 자신은 기약 없는 좌절 속으로 내던지려던 거지. 아픈 현실에 처했을 때, 그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니까. 같이 견뎌줘 란 말을 건네기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초라해 보였다나 봐.


그는 그녀와 찍은 동영상을 보게 돼. 그러곤 달려가. 그녀는 말해. 네게 책임져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고. 아주 괴롭고 힘들 거라고. 힘들어하는 당신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그가 답해. 부탁받은 적 없다고. 같이 걷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그러곤 그녀를 안아.


이런 류의 이야기를 살고 싶어. 이별로 끝나려 하면 사랑으로 끝을 잇는 이야기. 희생하는 사랑이 아니라 선택한 사랑. 사랑해줘란 당부가 아니라 사랑해야 해란 당위. 그런 당위적인 사랑을 할래. 그러니까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 당신을 아주 골똘히 사랑해야 해. 무척 지극히 사랑해야 해. 정말 열렬히 사랑해야 해.



“앞으로 얼마나 행복할지는 상관없어. 지금 이 순간, 이 순간을 가졌으니까.” - <러브 앤 드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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